이재명, 포스코이앤씨 사망사고에 “미필적 고의 살인”… 법적으로 성립할 수 있을까
이재명, 포스코이앤씨 사망사고에 “미필적 고의 살인”… 법적으로 성립할 수 있을까
반복된 사망사고에 대통령의 강한 경고
‘미필적 고의’ 살인죄 적용, 법적 요건과 한계는?

이재명 대통령이 29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중대재해 근절대책 토론을 하며 발언하는 모습. /연합뉴스
올해 들어서만 다섯 번째 작업자가 목숨을 잃었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 비극을 두고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 말했다. 반복되는 죽음을 더 이상 단순 ‘사고’로 취급하지 않겠다는 최고 권력자의 서늘한 경고였다.
대통령의 이 한마디에 산업 현장이 술렁이고 있다. 안전 조치를 소홀히 한 기업 최고경영자(CEO)를 정말 살인죄로 처벌할 수 있는 것일까.
대통령의 분노 "죽음을 용인하는 것"
사건의 발단은 포스코이앤씨 건설 현장에서 연이어 터져 나온 중대재해였다. 1월 경남 김해 아파트 추락사를 시작으로 불과 수개월 사이 4건의 사고로 5명의 근로자가 사망했다. 지난 29일 국무회의, 이 대통령의 질타는 매서웠다. 그는 “똑같은 장소에서 똑같은 사고가 반복되는 것은 충분히 예방 가능한데도 사고가 난다는 것”이라며 “결국 죽음을 용인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아주 심하게 얘기하면 법률적 용어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아니냐”는 폭탄 발언을 던졌다. 이는 단순한 분노 표출을 넘어, 기업의 구조적 안전 불감증을 ‘과실’의 영역이 아닌 ‘고의’의 영역으로 끌어올려 다루겠다는 의지로 해석됐다.

'죽을 수도 있지'와 '설마 죽겠어?'의 차이
대통령이 꺼내든 ‘미필적 고의’라는 칼날은 법적으로 매우 날카롭고 까다로운 개념이다. 살인죄에서 미필적 고의란, 범행을 계획하거나 살해를 의도하지 않았더라도 “자신의 행동으로 상대가 사망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알면서 그 결과를 용인하는 심리 상태”를 뜻한다.
이는 ‘인식 있는 과실’과 명확히 구분된다. ‘인식 있는 과실’은 사망 가능성을 알았지만 ‘에이, 설마 죽기야 하겠어?’라며 결과를 회피하려 한 경우다. 반면 미필적 고의는 ‘죽을 수도 있지만 어쩔 수 없지’라며 결과를 받아들이는 것이다. 법원은 행위자의 진술이 아닌, 범행 동기, 흉기 종류, 공격 부위 등 객관적인 정황을 종합해 그 심리 상태를 추론한다.
이 잣대를 포스코이앤씨에 들이대면 어떻게 될까. 살인죄 적용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반복적으로 사고가 났다는 사실만으로 경영자가 ‘근로자가 죽을 수 있다’는 위험을 용인했다고 단정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검찰이 살인죄를 입증하려면, 경영자가 특정 위험 요소를 방치하면 근로자가 사망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점을 명확히 인식했고, 그럼에도 비용 절감 등을 위해 그 죽음을 감수했다는 내심의 의사까지 증명해야 한다. 법원은 살인의 미필적 고의를 매우 신중하고 엄격하게 판단하는 경향이 있다.
진짜 칼날은 '중대재해처벌법'
대통령의 발언은 법리적 적용보다는 사태의 심각성을 일깨우는 ‘수사적 표현’에 가깝다. 그렇다면 반복되는 죽음의 고리를 끊을 현실적인 칼날은 무엇일까. 바로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이다.
이 법은 사망사고 발생 시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다하지 않은 사업주나 경영책임자를 징역 1년 이상 또는 10억 이하의 벌금으로 강력히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특히 대통령이 강조한 “고액 과징금이나 징벌적 손해배상 등 경제적 제재” 역시 이미 법에 포함된 내용이다. 중대재해처벌법은 경영자가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의무를 위반했을 때, 피해자에게 발생한 손해액의 5배까지 배상하도록 하는 징벌적 손해배상 책임을 명시하고 있다.
대통령의 ‘살인죄’ 언급은 결국 이 법을 더 강력하고 실효성 있게 적용하라는 메시지인 셈이다. 이 대통령 역시 “형사처벌은 한계가 있다”며 “사고를 줄이려면 (안전) 지출이 늘어나게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포스코이앤씨 정희민 대표는 즉각 대국민 사과와 함께 전 사업장 작업 중단을 선언하며 “사즉생의 각오로 안전 체계를 쇄신하겠다”고 고개를 숙였다. 대통령의 격노가 기업의 관행을 바꾸는 계기가 될지, 아니면 또 하나의 비극을 향한 공허한 외침으로 남을지는 이제부터의 실질적인 변화에 달려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