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에 고대 과잠입고 배달원에 폭언 퍼부은 남성, 처벌 가능성 살펴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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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름에 고대 과잠입고 배달원에 폭언 퍼부은 남성, 처벌 가능성 살펴보니

2021. 08. 30 15:35 작성
엄보운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eom@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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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크 올려달라" 부탁했다가 고대 과잠 입은 남성에게 모욕적인 발언 들은 배달기사

"공개된 영상 속 발언은 '모욕죄'상 모욕에 해당하지만, 처벌 안 될 것" 분석

이유는? 모욕죄 성립요건 중 하나인 공연성이 충족되지 않았기 때문

고려대 과잠을 입은 남성이 "마스크를 써달라"는 소리를 듣자 배달기사에게 막말하는 영상이 공개되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연합뉴스·'SBS 뉴스' 캡처·편집=조소혜 디자이너

고려대 과잠(대학교 학과 점퍼)을 입은 남성이 "마스크를 써달라"는 소리를 듣자 배달기사에게 막말하는 영상이 공개됐다.


지난 29일 SBS를 통해 공개된 영상에 따르면, 고려대 과잠을 입은 남성 A씨는 엘리베이터에서 배달기사에게 "못 배운 XX가"라고 욕설을 했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린 후에도 "그러니까 그 나이 처먹고 나서 배달이나 하지 XX XX야"라거나 "일찍 죽겠다. 배달하다"라고 폭언을 퍼부었다.


누가 듣더라도 심각한 모욕감이 느껴질 수 있는 발언들. 블랙박스가 부착된 헬멧을 쓰고 있던 터라 해당 폭언과 욕설은 고스란히 녹화됐다.


모욕적인 발언을 했고, 증거도 확실한 상황. 고대 과잠을 입은 남성 A씨는 어떤 처벌을 받게 될까.


그런데 사건을 검토한 변호사는 "적용할만한 혐의가 없다"고 말했다. "사실관계를 더 살펴봐야겠지만, 지금까지 공개된 영상을 바탕으로는 모욕죄를 적용한다고 해도 처벌까지는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A씨의 모욕적인 발언이 A씨와 배달기사 단 둘이 있던 공간에서 이뤄졌다는 점이 결정적이었다.


폐쇄된 엘리베이터 안에서 "마스크 올려달라"고 했다가 시작된 욕설 릴레이

사건은 서울 마포구 한 오피스텔 엘리베이터 안에서 벌어졌다. A씨는 통화 도중 마스크를 내렸고, 배달기사는 "마스크를 써달라"고 부탁했다.


그러자 A씨가 갑자기 흥분하며 "못 배운 XX가"라며 욕설을 시작했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린 후에도 폭언이 이어졌다. 배달기사의 헬멧 블랙박스 영상에서는 두 사람을 제외하고는 제3자는 보이지 않는다.


익명을 요구한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발언만 놓고 봤을 때는 누가 보더라도 모욕감을 느낄 수 있을 만한 발언들"이라고 했다. 명시적인 욕설이 연거푸 사용됐고 "그 나이 처먹고 나서 배달이나 하지"와 같은 발언은 그 자체로 모욕적인 발언이라고 했다.


하지만 처벌까지 이뤄지기 어려운 이유는 모욕죄 성립에 반드시 필요한 공연성을 갖추지 못했기 때문이다.


우리 형법(제311조)은 "공연히 사람을 모욕한 자는 1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2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하고 있다. ①다수의 사람이 보고 들을 수 있는 곳에서(공연성) ②피해자가 특정될 수 있는(특정성) ③추상적인 판단이나 경멸적인 감정 표현을 하면 그 죄가 성립한다.


이번 사건의 경우 배달기사(②)를 향해 모욕적인 발언과 욕설(③)을 했지만, 단 둘이 있었던 상황 때문에 공연성(①)은 성립하지 않는다.


명예훼손도 마찬가지다. 명예훼손의 경우도 모욕죄와 마찬가지로 공연성 요건이 필요한데, 같은 이유로 요건이 충족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론상 폭행죄 적용도 가능은 하지만⋯"실무적으로는 어려울 것"

혹시 다른 방법은 없을까. 이론적으로 단 둘이 있을 때 정신적 고통을 주는 발언을 반복적으로 했다면 폭행죄 적용을 검토해볼 수 있다.


우리 법원은 형법상 폭행죄를 '사람의 신체에 대해 육체적⋅정신적 고통을 주는 유형력을 행사하는 것 일체'라고 보고 있는데, 고함과 함께 날아든 욕설은 이에 해당할 수 있다는 취지다.


실제 지난 2003년 대법은 "신체 가까이에서 고성으로 폭언이나 욕설을 했다면 폭행에 해당한다"고 판시하기도 했다. 폭행죄가 성립하면 2년 이하의 징역,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형법 제260조)


하지만 실무적으로 이렇게 적용될 가능성은 낮다고 했다. 이 변호사는 "다른 대법원 판결을 보면 특별한 사정으로 고통스럽게 하지 않는 이상 음성을 통한 폭행죄 성립은 상당히 까다롭다"고 밝혔다.(대법원 2000도5716 판결).


"안타깝지만 모욕죄도, 명예훼손죄도, 폭행죄도 적용이 어렵다"는 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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