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촌동 살인사건 피해자 딸입니다. 살인자인 아빠 신상공개합니다"

글자 크기 설정

미리보기

더 이상 어렵지 않은 법을 위한 인터넷 신문 로톡뉴스를 만나보세요. 법 전문가들의 다양한 생각과 가치를 생생히 전달합니다.

"등촌동 살인사건 피해자 딸입니다. 살인자인 아빠 신상공개합니다"

2025. 11. 07 10:57 작성
손수형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sh.son@lawtalknews.co.kr

글자 크기 설정

미리보기

더 이상 어렵지 않은 법을 위한 인터넷 신문 로톡뉴스를 만나보세요. 법 전문가들의 다양한 생각과 가치를 생생히 전달합니다.

6번 이사한 전처 GPS 추적해 살해

가정폭력 신고·접근금지명령에도 비극 못 막아

세 딸 "아빠 신상공개" 호소 끝에 징역 30년

2018년 10월 25일, 강서구 등촌동의 한 아파트 주차장에서 전처를 살해한 김모 씨가 서울남부지법에 들어서는 모습. /연합뉴스

"재밌는 걸 보여줄테니, 집으로 얼른 와보라"는 아버지의 연락. 세 딸과 이모까지, 온 가족이 집으로 모였다. 이들을 맞이한 것은 '재미있는 것'이 아닌, 폭행으로 퉁퉁 부어 얼굴의 주름조차 보이지 않을 정도인 어머니의 모습이었다. 딸들의 증언에 따르면, 아버지는 "어머니와 다른 가족 중 누구를 죽일까" 목숨을 놓고 저울질하는 태도까지 보였다고 한다.


이 끔찍한 협박은 2018년 10월, 서울 강서구 등촌동에서 벌어졌다. 남편 김씨가 이혼한 전처 이씨를 주거지 주차장에서 참혹하게 살해한 것이다.


7일 YTN 라디오 '이원화 변호사의 사건X파일'은 한 가정이 수십 년간 겪은 가정폭력과 법적 보호망의 뼈아픈 사각지대를 조명했다.


"여름에도 긴팔"… 법의 보호막 뚫은 남편의 집착

로엘 법무법인 안광휘 변호사에 따르면, 이 가족은 결혼 직후부터 남편 김씨의 상습적인 폭력에 시달렸다. 세 딸 역시 "중학생 때 밧줄로 묶이는 등 상습적 아동학대 피해"를 입었고, 가족 모두가 "상처를 숨기려 여름에도 긴팔을 입고 다녀야 했을 정도"였다.


가족이 신고를 주저한 이유는 명확했다. 안 변호사는 "김씨가 '감옥에서 얼마 안 살고 나온다'고 노골적으로 말하며 위협했다"며 "보복이 두려워 신고하지 못하는 가정폭력 피해자들의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결국 딸들의 신고로 '가정폭력 긴급임시조치'와 법원의 '접근금지명령'이 집행됐고, 부부는 결혼 25년 만에 이혼했다. 하지만 법의 명령은 종이조각에 불과했다.


임흥준 변호사는 "피해자인 어머니와 딸들이 전 남편을 피해 무려 6번이나 이사를 다녔다"고 밝혔다. 그러나 김씨의 추적은 집요했다.


안광휘 변호사는 "이혼 후에도 흥신소 의뢰, 차량 GPS 위치추적 등으로 피해자가 주소를 옮길 때마다 끝내 다시 찾아냈다"며 "협박과 폭행을 반복하다 참변에 이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접근금지명령은 왜 이토록 무력했을까. 안 변호사는 "현행법상 접근금지 명령을 위반해도 대부분 과태료에 그치거나 구속이 어려운 사각지대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GPS 추적, 흥신소 의뢰 등 교묘한 방법으로 피해자를 위협할 경우, 피해자의 일상은 파괴되는데 현행법은 이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는 지점이 있다"고 덧붙였다.


"살인자 아빠 신상공개"… 딸들의 사적 복수, 법적 문제는?

어머니를 잃은 세 딸은 결국 스스로 아버지를 사회의 심판대에 올렸다. 안광휘 변호사는 "세 자매가 인터넷 커뮤니티와 국민 청원 등에서 아버지의 실명과 얼굴을 공개했다"며 "수사기관의 신상 공개가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사회적 경각심을 촉구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전했다.


가족이라도 피의자의 신상을 공개하는 행위는 '정보통신망법상 사실 적시 명예훼손'으로 고소당할 위험이 있다.


하지만 안 변호사는 "공공의 이익을 위한 목적이나 재범 방지 등 사회적 필요성이 인정되면 위법성이 조각되어 처벌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또한 "명예훼손은 '반의사불벌죄'(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으면 처벌할 수 없는 죄)에 해당한다"며 "아버지가 딸들을 문제 삼지 않으면 처벌까지 이어질 가능성은 낮다"고 분석했다.


피해자의 딸이 커뮤니티에 게시한 신상공개 게시물. /보배드림 커뮤니티 캡처


"심신미약" 노린 살인범, 법원 판단은

김씨는 법정에서도 두 얼굴을 유지했다. 안광휘 변호사에 따르면, 김씨는 밖에서는 자상한 남편이자 다정한 아빠 행세를 했지만, 집에서는 무자비한 폭군이었다.


그는 "아내를 폭행하면서 '너를 죽여도 감옥에서 6개월이면 나온다'고 말하기도 했다"며 "심지어 폭력을 심신미약으로 포장하기 위해 꾸준히 정신과 치료를 받기도 했다"고 김씨의 계산적인 면모를 지적했다.


딸은 재판에서 "우리를 천사 같은 딸들이라 부르더라. 하지만 보물을 어떻게 그렇게 대할 수 있는가"라며 아버지를 향해 절규했다.


1심 재판부는 김씨에게 징역 30년과 위치추적장치 부착 20년을 선고했다. 2심에서도 형은 그대로 유지됐다.


안광휘 변호사는 "이 사건을 계기로 가정폭력처벌법이 개정돼 경찰의 현행범 체포 권한이 명확해졌다"면서도 "여전히 접근금지 위반에 대한 처벌이 약하고 피해자 신변 보호 시스템이 부족하다는 비판이 남는다"고 강조했다.

나만 모르는 일상 법률 상식, 매일 아침 배달해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