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같으면 토 묻은 옷 입고 싶겠냐? 버렸으니까 물어내" 요구, 다 들어줄 필요는 없다
"너 같으면 토 묻은 옷 입고 싶겠냐? 버렸으니까 물어내" 요구, 다 들어줄 필요는 없다
술에 취해 다른 사람의 옷에 구토한 A씨
"옷이 다 망가져 버렸다"며 '새 옷' 가격 청구
변호사들 "옷 상태에 따라 물어줘야 할 금액 달라져"

남의 외투 위에 구토를 하고 만 A씨. 배상을 해줘야 하는 데 어느 정도가 적정금액인지 궁금하다. /게티이미지코리아
술과 함께한 지난 밤은 즐거웠다. 그러나 술이 깬 현실엔 당황스러운 일이 A씨를 기다리고 있었다. 당시 필름이 끊겼던 A씨의 휴대전화에 "30만원 물어내라"는 메시지가 와 있었던 것이다. 간밤엔 대체 어떤 일이 있었던 것일까.
메시지를 보낸 B씨가 전한 상황은 이렇다. 술에 취한 A씨가 바닥에 쓰러져 누웠는데, 과음 때문인지 구토를 했다. 그런데 하필 A씨가 누운 자리엔 B씨의 외투가 있었고, 그 외투 위로 A씨가 속을 게워낸 것이다.
B씨는 더러워진 옷을 찍은 사진을 보여주며 "옷을 입을 수 없게 돼 버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A씨가 옷을 사는 데 든 30만원을 배상해야 한다고 했다.
A씨는 자신의 실수를 인정한다. B씨에게 돈을 물어 줄 생각도 있다. 하지만 B씨가 말한 새 옷 가격인 30만원을 전부 줘야 하는 것인지 의문이 든다. A씨는 B씨에게 얼마를 배상하는 게 적절할까.
① 망가진 옷의 '중고 가격'이 기준
변호사들은 물건을 그대로 사용하지 못하는 상태가 됐을 때는 훼손된 물건의 비용을 청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때 비용의 기준은 '중고가격'이다.
법무법인 다산의 김춘희 변호사는 "손해배상 액수는 외투의 구입 가격이 아니라 외투의 중고거래 가격"라고 말했다.
B씨는 옷을 구입해 착용한 적이 있기 때문에 해당 옷은 '중고' 물건이다. 따라서 새 상품 가격이 아닌 중고 가격을 청구해야 한다. 즉 A씨는 30만원이 아닌 B씨 옷의 중고가격을 따져보고 배상하면 된다.
JY 법률사무소의 이재용 변호사도 "정확하게는 (A씨가 옷을 망가뜨렸을) 당시 외투의 중고 가격"이라고 했다.
② 새 옷이라면 새 옷 가격, 세탁할 수 있었다면 세탁 비용만
하지만 예외가 있다. 구입한 지 얼마 안 된 경우와 세탁해 입을 수 있는 경우다.
김춘희 변호사는 "구입한 지 얼마 안 돼 새 옷이나 마찬가지였다면, 구입 가격 만큼을 지급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재용 변호사는 "외투를 아예 못입게 된 것이 아니었다면, 세탁비 정도만 물어주면 될 것"이라고 했다.
변호사들은 타인이 자신의 물건을 훼손해 배상을 청구할 경우 지킬 점이 있다고 조언했다.
김춘희 변호사는 "구토로 인해 옷이 망가졌다 해도, 세탁으로 복구가 가능한지 여부 등에 대해 (구토를 한) A씨와 협의하고 처리했어야 한다"며 "B씨가 옷을 버렸다고 하면서 일방적으로 구입 가격 그대로 배상해 달라고 요구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B씨는 훼손된 옷을 A씨에게 직접 보여주지 않고 자신의 판단 하에 버렸다. 그리고선 일방적으로 배상 금액을 정해 A씨에게 청구했다. A씨가 답답해하는 부분이다. 하지만 이런 경우 피해자와 가해자가 훼손된 물건을 보고 배상 금액을 합의하는 게 우선이다.
법무법인 명재의 최한겨레 변호사도 "(배상 금액에 대해) A씨와 협의가 이뤄졌어야 한다"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