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 알리고 외장하드 썼는데 퇴사 후 압수수색…배임죄 되나요?
회사에 알리고 외장하드 썼는데 퇴사 후 압수수색…배임죄 되나요?
회사 자료 대량 다운로드, 업무상 배임 혐의
'부정한 목적'이 핵심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수년간 재택근무를 하며 회사에 알리고 개인 외장하드를 사용해온 직원이 퇴사 후 업무상 배임 혐의로 고소당해 압수수색까지 받았다.
회사는 퇴사 직전 대량의 자료를 내려받은 행위를 문제 삼았지만, 직원은 업무 편의와 파일 정리 목적이었을 뿐이라고 항변하고 있다.
법조계는 단순히 자료를 내려받거나 보관한 사실만으로는 죄가 성립하기 어려우며, 외부 유출이나 부정한 이득을 취하려는 고의가 없었다는 점을 입증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입을 모았다.
성실했던 재택근무…돌아온 건 압수수색 영장
몇 년간 재택근무를 병행하며 일해온 A씨의 삶은 한순간에 무너졌다. 퇴사한 회사가 그를 업무상배임, 영업비밀누설, 저작권법위반 혐의로 고소하면서 집과 개인 물품이 압수수색 당했기 때문이다.
A씨는 회사 전용 드라이브 프로그램이 잦은 오류를 일으키자, 회사에 직접 알린 후 개인 외장하드를 업무에 사용해왔다. 재택근무 전날 필요한 자료를 외장하드에 담아와 다음 날 업무를 보는 방식이었다.
문제가 된 것은 퇴사를 앞두고 있던 시점, 연말 파일 정리를 위해 드라이브에서 대량의 파일을 내려받은 행위였다. 회사는 이 행위를 다른 목적이 있는 자료 반출이라 주장했다.
A씨는 "퇴사한 후에는 외장하드에 있는 업무용 파일, 보관했던 모든 회사 자료를 삭제했습니다"라고 항변했다. 하지만 영장은 발부됐고, 그의 개인 컴퓨터와 외장하드는 포렌식 검사를 앞두고 있다.
A씨는 "재택 당시 개인 컴퓨터가 아닌 회사 노트북으로 다운받았고, 자료를 외장하드에 담아놨었습니다. 이 사실을 경찰분께 말씀드리니 개인 컴퓨터로 다운받았다고 알고 있었다며 놀라시는 모습이었습니다"라며 억울함을 토로했다.
'부정한 목적' 없었다면 무죄…법조계가 말하는 핵심 쟁점은?
법률 전문가들은 A씨의 상황이 무조건 불리한 것만은 아니라고 진단했다. 이번 사건의 핵심은 자료를 내려받았다는 행위 자체가 아니라, 그 행위에 '부정한 목적'이 있었는지 여부다.
이시완 변호사는 "업무상배임이나 영업비밀누설죄가 성립하려면 단순히 자료를 보관했다는 사실만으로는 부족하고, 경쟁업체 제공이나 개인적 이익 추구 등 부정한 목적이 있어야 합니다"라고 설명했다.
즉, 본인이나 제3자의 이익을 꾀하고 회사에 손해를 끼치려는 고의, 즉 ‘불법영득의사’가 입증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고재영 변호사 역시 "결국 파일을 보유한 사실이 아니라 퇴사 후 경쟁업체 제공, 개인적 사용, 영업상 활용 등 부정한 이용이 있었는지가 중요합니다"라고 강조했다.
A씨처럼 ▲회사에 외장하드 사용을 미리 알린 점 ▲재택근무라는 업무상 필요성이 있었던 점 ▲퇴사 후 자료를 삭제한 점 등은 이러한 부정한 목적이 없었음을 뒷받침하는 방어 논리가 될 수 있다.
운명 가를 '디지털 포렌식'…개인 PC 속 파일 1개가 변수
사건의 향방은 압수물에 대한 디지털 포렌식 결과에 따라 갈릴 전망이다. 포렌식 과정에서는 삭제된 파일의 복구 여부, 외부 클라우드나 제3자에게 파일이 전송됐는지 여부 등이 낱낱이 드러나게 된다.
홍윤석 변호사는 "예정된 포렌식 과정에 변호인과 함께 참관하셔서, 삭제된 파일들이 외부 클라우드나 제3자에게 전송된 내역이 전혀 없다는 점을 명확히 확인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라고 조언했다.
만약 A씨 주장대로 외부 유출 흔적이 발견되지 않는다면, 이는 부정한 목적이 없었다는 주장에 힘을 싣는 결정적 증거가 된다.
다만 A씨가 스스로 밝힌 불안 요소는 변수가 될 수 있다. 그는 "퇴사 전 개인 컴퓨터로 파일 하나를 업무 진행 확인을 목적으로 다운받아 열어봤고 그 파일을 다른 곳으로 옮기진 않았지만 삭제하는 걸 까먹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라고 털어놨다.
이에 대해 김전수 변호사는 "퇴사 직전 개인 컴퓨터로 파일을 열어본 부분은 신중하게 대응해야 합니다. 회사는 이 부분을 근거로 개인 반출을 주장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라고 지적했다.
변호사 선임은 '골든타임'…초기 진술이 수사 방향 좌우한다
변호사들은 압수수색까지 진행된 현 단계에서는 즉시 법률 전문가의 조력을 받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수사 초기 단계에서 어떻게 진술하고 대응하는지에 따라 사건 결과가 크게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박성현 변호사는 "이번 사건의 핵심은 회사 승인 하에 재택근무를 하며 외장하드를 사용해 온 정황과 퇴사 시 관련 자료를 성실히 삭제·반납한 사실을 입증하는 것입니다"라고 사건의 중심을 짚었다.
체계적인 대응 전략이 필요한 이유에 대해 조기현 변호사는 "변호사 조력 없이 무리하게 무혐의 주장을 하다보면 오히려 괘씸죄가 작용하여 더 불리해질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라며 전문가와 함께 대응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