똥물 새는 집도 내 돈으로 고쳤는데…실거주 통보한 집주인, 법적 대응은?
똥물 새는 집도 내 돈으로 고쳤는데…실거주 통보한 집주인, 법적 대응은?
갱신요구권 행사와 증거 확보가 우선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전세 계약 만료를 앞두고 집주인의 실거주 통보에 맞서야 하는 세입자의 사연이 전해졌다. 세입자 A씨는 2023년 12월 전세 계약을 맺고 입주했지만, A씨를 맞이한 건 심각한 악취와 벌레 떼였다. 원인은 변기에서 새어 나오는 오물이었다.
A씨는 집주인에게 수리를 요청했지만 거부당했다. 결국 사비로 도배·장판을 새로 하고 똥물 새는 변기까지 직접 고쳤다. 방역, 곰팡이 제거, 옥상 방수 작업도 모두 A씨의 몫이었다.
최근엔 거실 바닥 누수까지 발생했지만, 집주인은 묵묵부답이다. A씨는 주택임대차보호법이 보장한 계약갱신요구권을 행사해 2년 더 살고 싶지만, 집주인은 돌연 직접 살겠다며 계약 연장을 거부했다.
집주인 실거주, 진짜일까
대한변호사협회 건설, 재개발/재건축 전문분야 등록된 법무법인 한일 성학녕 변호사는 "이번 사건의 최대 쟁점은 집주인의 '실거주' 주장이 진실인지 여부"라고 설명했다.
성학녕 변호사에 따르면 세입자는 계약갱신요구권을 통해 2년의 추가 거주를 보장받지만, 집주인이나 그 직계가족이 실제 거주하려는 경우엔 갱신을 거절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주장이 거짓이면 법적 문제가 발생한다.
법률사무소 예준의 신선우 변호사는 "대법원은 임대인이 실제 거주하려는 사유로 갱신을 거절하는 경우, 그 실거주 의사가 진정하다는 점에 대한 증명책임은 임대인에게 있다고 명확히 하였다"고 설명했다.
집주인이 자신의 주장을 법정에서 입증해야 한다는 의미다. 더신사 법무법인 남희수 변호사 역시 "집주인이 과거 '2층은 계단이 높아 불편하다'고 말한 점, 여러 차례 월세 전환 의사를 드러낸 점 등은 실거주 목적이 아니라는 의심을 뒷받침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소송이냐, 이사 후 배상이냐…세입자의 선택지는
법무법인 도모 강대현 변호사는 "A씨 앞에 놓인 선택지는 크게 두 가지"라고 설명했다. 집주인의 요구를 거부하고 소송을 통해 계속 거주할 권리를 주장하거나, 일단 이사한 뒤 집주인의 약속 위반을 입증해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방법이다.
법률사무소 아란의 최아란 변호사는 "집주인을 상대로 명도소송(집을 비워달라는 소송)에 대응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며 "A씨가 집에 많은 비용을 투여한 상황이므로 계속 거주하며 소송에 대응하는 것이 유리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집주인이 소송에서 실거주 의사를 입증하지 못하면 A씨는 계속 살 수 있다.
반면, 법률사무소 무율의 전준휘 변호사는 "만약 임대인이 실거주를 하지 않고 새로운 임차인을 들인다면 그때는 임대인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를 해야 한다"며 이사 후 대응 방안을 제시했다. 이 경우 집주인이 2년 내 다른 세입자를 들이면 A씨는 이사비, 중개수수료 등 실제 손해액이나 법에서 정한 기준에 따른 금액을 배상받을 수 있다.
내 돈으로 고친 수리비, 집주인에게 받을 수 있나
또 다른 핵심 쟁점은 A씨가 자비로 지출한 수리비다. 민법은 임대인에게 임차인이 생활하는 데 필요한 상태를 유지해 줄 의무(수선의무)를 부여한다.
더신사 법무법인 정준현 변호사는 "변기 불량, 누수, 해충 등은 임대인이 수리해야 할 의무가 있다"며 "세입자가 직접 비용을 들여 수리한 사실은 향후 비용상환 청구나 손해배상 청구 시 중요한 증거가 된다"고 강조했다.
변기 수리, 방역 등은 임차물의 보존에 필요한 '필요비'로, 도배·장판 시공 등은 집의 가치를 높인 '유익비'로 인정받아 집주인에게 청구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를 위해선 관련 사진과 영수증 등 객관적 자료 확보가 필수적이다. 법무법인 인화 김명수 변호사는 "만기가 오기 전, 문자나 카카오톡 등 증거가 남는 방법으로 '계약갱신요구권을 행사한다'는 메시지를 반드시 보내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