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살 아이는 여행가방에 갇혀 사망했지만, 계모에게 '살인죄' 적용이 현실적으로 어려운 까닭

글자 크기 설정

미리보기

더 이상 어렵지 않은 법을 위한 인터넷 신문 로톡뉴스를 만나보세요. 법 전문가들의 다양한 생각과 가치를 생생히 전달합니다.

9살 아이는 여행가방에 갇혀 사망했지만, 계모에게 '살인죄' 적용이 현실적으로 어려운 까닭

2020. 06. 04 20:32 작성
박선우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sw.park@lawtalknews.co.kr

글자 크기 설정

미리보기

더 이상 어렵지 않은 법을 위한 인터넷 신문 로톡뉴스를 만나보세요. 법 전문가들의 다양한 생각과 가치를 생생히 전달합니다.

"훈육한다"며 여행용 가방에 7시간 가둬⋯결국 9살 의붓아들 세상 떠나

경찰 '아동학대치사' 혐의 적용⋯살인죄 적용은 안 될까?

변호사들 "살인죄의 '고의' 입증하기 어려워⋯아동학대치사 유지될 듯"

9살 난 아들을 여행용 가방에 가둬 결국 사망하게 한 의붓어머니가 3일 영장실질심사를 위해 대전지방법원 천안지원으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계모에 의해 7시간 동안 여행 가방에 갇혔던 A군(9)이 지난 3일 끝내 세상을 떠났다. 119 구급대원의 발견 당시 심정지 상태였던 A군이 병원 치료 중이라는 내용이 보도되면서, 많은 사람들이 회복을 기원했지만 A군은 다시 눈을 뜨지 못했다.


계모 B씨는 이전에도 A군을 학대한 정황으로 경찰 조사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A군에게 지속적인 학대를 했을 가능성도 제기됐지만 B씨는 이번 일은 '훈육 차원'이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아동학대치사' 혐의가 적용된 B씨는 실제로 어떻게 처벌받게 될까. 변호사들과 검토해 봤다.


아동학대로 경찰 조사까지 받았지만⋯결국 보호받지 못한 채 세상 떠난 9살

사건은 지난 1일에 벌어졌다. B씨는 이날 오후 12시쯤 A군을 여행용 가방(50×71㎝)에 가뒀다. A군이 게임기를 고장 낸 것에 대해 거짓말을 했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러던 중 A군이 가방에서 용변을 보자 이번에는 그보다 작은 가방(44×60㎝)에 들어가게 했다. B씨는 A군을 두고 약 3시간 동안 외출을 하기도 했다.


이후 A군이 숨을 쉬지 않자, B씨는 119에 신고를 했다. 오후 7시가 넘은 시각이었다. 경찰 조사 결과 B씨는 A군을 가방 안에 7시간 동안 방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달 전쯤에도 A군은 머리를 다쳐 병원 치료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A군을 치료했던 의료진은 A군의 몸에서 멍 자국 등을 발견해 "아동학대가 의심된다"며 신고했지만, 결국 보호받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다.


'아동학대치사' 대법원 양형기준에 따르면 최대 7년⋯가중처벌되면 최대 10년

아동학대치사죄의 법정형은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이다.


그러나 변호사들은 아동학대치사 혐의가 적용된 B씨에게 '4~7년' 정도의 형량을 예상했다. 그 이유는 대법원 양형위원회의 양형기준 때문이다. 양형기준은 '법관이 형을 정하는 데 참고하는 기준'이다.


위원회는 '아동학대치사죄'의 △기본 처벌범위를 4~7년 △감경 시 2년 6개월~5년 △가중 시 6~10년으로 정했다.


법률 자문
'법무법인 혜안'의 신동호 변호사, '법무법인 이평'의 박세훈 변호사, '법률사무소 선율'의 정현실 변호사. /로톡DB
'법무법인 혜안'의 신동호 변호사, '법무법인 이평'의 박세훈 변호사, '법률사무소 선율'의 정현실 변호사. /로톡DB


법무법인 혜안의 신동호 변호사는 "B씨는 비속(卑屬)인 아들을 학대해 사망에 이르게 했고, 여행용 가방에 가둬 유기·학대의 정도가 중한 경우"라며 "가중 영역인 6~10년에서 처벌 범위가 정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법무법인 이평의 박세훈 변호사도 "참작할 범행 동기, 일회적인 범행으로 인한 사망 등은 감경 요소가 되는 반면 지속적인 학대로 사망한 경우 등은 가중 요소가 된다"며 "죄질이 극히 불량하다고 판단되어 양형 권고 범위를 넘겨 징역 17년을 선고한 판례도 존재한다"고 했다.


다만, 법률사무소 선율의 정현실 변호사는 "B씨가 아동학대 혐의로 조사받았던 전력이 가중처벌될 요소"라면서도 "단순히 신고돼 조사받은 차원에서는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이번 사건과 비슷한 일이 있었다. 당시 친모는 5세 딸이 거짓말을 한다는 이유 등으로 여행용 가방에 가둬 숨지게 했다. 지난달 22일 열린 1심 재판에서 친모는 '아동학대치사' 혐의를 인정받아 징역 6년을 선고받았었다. 이 사건의 친모도 B씨와 마찬가지로 아동학대를 한 적이 있다고 알려졌다.


계모에게 '살인죄' 적용 가능할까⋯변호사들 "'아동학대치사' 유지될 것"

A군의 사망 소식이 전해지자, 인터넷상에는 B씨에게 ''살인죄'를 적용해야 한다는 비난이 쏟아졌다.


아직 경찰 수사 단계이긴 하지만 변호사들은 '살인죄' 적용보다는 '아동학대치사죄'가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B씨에게 살인죄를 적용하려면 A군에 대해 '살인의 고의'가 있었다는 점을 입증해야 하는데, 쉽지 않기 때문이다.


박세훈 변호사는 "학대 행위를 한 시점에, B씨가 살해에 대한 인식과 의사까지 갖고 있었다는 점이 인정돼야 한다"며 "이에 관한 특별한 정황이 드러나지 않는 한 쉽지 않다"고 말했다.


정현실 변호사도 "현실적으로 살인의 고의를 인정하거나 입증하기가 어려워 살인죄로 기소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신동호 변호사는 이 같은 이유로 '아동학대치사'로 검사가 기소할 것이라고 했다. 만약 검사가 살인으로 기소를 했는데, 법원에서 '살인의 고의'를 인정받지 못해 무죄가 나오면 아동학대치사죄로도 판단받기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이는 '불고불리(不告不理)의 원칙' 때문이다. 법원은 이 원칙에 따라 검사가 재판해달라고 공소 제기한 사건만 판단할 수 있다. 예를 들어 B씨가 살인죄로 기소됐다면, 법원이 "살인이 아니고 아동학대치사"라고 판단해도 죄명을 바꿔 아동학대치사죄로 처벌할 수 없다.


신 변호사는 "살인죄와 아동학대치사죄의 법정형이 한 가지를 제외하고 동일하기 때문에, 똑같은 사건이라도 유죄가 인정될 가능성이 큰 '아동학대치사' 혐의로 기소할 것"이라고 했다.


살인죄는 '사형,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으로 처벌받는다. 아동학대치사죄의 경우 '사형'을 제외하고는 동일하다.

나만 모르는 일상 법률 상식, 매일 아침 배달해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