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수한 휴대전화 비밀번호 못 풀자⋯"초기화시켜와라" 요구한 경찰의 '꼼수'
압수한 휴대전화 비밀번호 못 풀자⋯"초기화시켜와라" 요구한 경찰의 '꼼수'
불법 촬영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는 A씨
압수당한 휴대전화 돌려주며 "암호 못 풀었으니⋯초기화시켜와라"
조사 중인 경찰이 요구하면, 꼭 하라는 대로 해야 할까?

불법 촬영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는 A씨. 경찰은 증거 수집을 위해 곧바로 A씨의 휴대폰을 압수했는데 "암호를 못 풀었다"며 "서비스센터에 초기화시켜오라"는 요구를 받았다. /게티이미지코리아
불법 촬영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는 A씨. 수사가 시작할 때부터 경찰의 입장은 강경했다. 증거 수집을 위해 곧바로 A씨의 휴대폰을 압수했고, 디지털 포렌식(휴대폰 자료 복원 및 분석)도 벌였다.
그런데 얼마 뒤 경찰로부터 뜻밖의 소식이 전해졌다. "휴대전화 분석에 실패했습니다." A씨의 휴대전화 보안을 풀지 못해서였다. 그런데 이후 경찰서에서 다른 요청이 들어왔다. "휴대폰을 서비스센터에 맡겨서 초기화시켜오세요. 비용은 본인 부담입니다."
초기화를 해오면 복원을 통해 디지털포렌식이 가능할 수 있으니, 이를 통해 우회적으로 증거를 수집하려는 것으로 추정됐다.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은 A씨. 하지만 혹시라도 경찰의 요청을 따르지 않았다가 불이익을 받는 게 두렵다. A씨는 "피해자와 합의는 했다"며 "요청을 들어줘야 하나"고 물었다. 변호사 5명과 알아봤다.
변호사들은 "전혀 그렇게 할 필요가 없다"고 했다. 5명 모두 만장일치였다.
법무법인 주원의 송유준 변호사는 "범죄의 수사와 증거 수집은 전적으로 수사기관의 책임"이라며 "A씨는 그러한 증거를 수집해 줄 아무런 의무가 없다"고 했다.
우리 헌법 제 12조는 "모든 국민은 형사상 자신에게 불리한 진술을 강요당하지 않는다"고 천명하고 있다. 송 변호사는 "경찰의 요청은 자신에게 불리한 증거를 가져오라고 강요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법률사무소 황금률의 박성현 변호사도 "수사기관이 해야 할 일을 A씨가 대신해야 할 의무는 없다"고 했다.
태하 법률사무소의 채의준 변호사와 법률사무소 필승의 김준환 변호사, 법무법인 갑을의 옥민석 변호사 역시 같은 의견이었다. 모두 한목소리로 "수사기관의 요구에 A씨가 응할 의무나 필요가 없다"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