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가 말하는 채무 변제 상식…15년간 75% 상환해도 원금은 그대로인 이유

글자 크기 설정

미리보기

더 이상 어렵지 않은 법을 위한 인터넷 신문 로톡뉴스를 만나보세요. 법 전문가들의 다양한 생각과 가치를 생생히 전달합니다.

변호사가 말하는 채무 변제 상식…15년간 75% 상환해도 원금은 그대로인 이유

2025. 11. 20 11:26 작성
손수형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sh.son@lawtalknews.co.kr

글자 크기 설정

미리보기

더 이상 어렵지 않은 법을 위한 인터넷 신문 로톡뉴스를 만나보세요. 법 전문가들의 다양한 생각과 가치를 생생히 전달합니다.

채무자 마음대로 "원금부터 깐다" 주장 불가

법정 변제충당 순서는 비용→이자→원금

김혜성 선수 부친이 “15년간 9천만 원을 갚았다”고 주장했지만, 법적으로는 이자에 먼저 충당돼 원금은 거의 줄지 않은 것으로 분석됐다. /셔터스톡

"내가 15년 전 빌린 돈이 1억 2천만 원인데, 그동안 9천만 원을 갚았다. 원금은 거의 다 갚은 셈 아니냐."


최근 야구선수 김혜성의 부친이 과거 채무 논란에 대해 억울함을 호소하며 내놓은 주장이다. 얼핏 들으면 빌린 돈의 75%를 상환했으니 도의적 책임을 다한 것처럼 들린다. 하지만 법적 계산법을 대입하면 상황은 180도 달라진다. 갚았다고 주장하는 그 돈, 법적으로는 원금 근처에도 가지 못했을 확률이 크기 때문이다.


윤세영 변호사는 유튜브 채널 '구해줘윤변'에서 이른바 '빚투' 논란 속에 숨겨진 차가운 현실을 조명했다. 15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불어난 이자의 무서움과 채무 변제의 법적 순서를 모르면 낭패를 볼 수밖에 없는 이유를 짚어봤다.


내 돈은 원금부터 갚겠다?…채권자 동의 없으면 '어림없는 소리'

돈을 갚는 사람 입장에선 당연히 내 돈이 빌린 원금을 줄이는 데 쓰이길 바란다. 하지만 법은 채권자의 권리를 우선한다.


영상에 따르면, 돈을 갚을 때 원금과 이자 중 어디서 먼저 차감할지는 1순위가 당사자 간의 합의다. 은행 대출처럼 "원리금 균등 상환" 약정을 맺었다면 원금과 이자가 함께 줄어든다. 하지만 개인 간 거래, 특히 장기 연체된 채무에서 이런 합의가 있는 경우는 드물다.


합의가 없다면 어떻게 될까. 민법은 '법정 변제충당' 순서를 규정하고 있다. 그 순서는 명확하다. '비용 → 이자 → 원금' 순이다.


윤 변호사는 "소송비용이나 강제집행 비용이 있다면 그것부터 제하고, 그다음은 밀린 이자를 다 갚아야 비로소 원금이 깎이기 시작한다"며 "채무자가 제멋대로 '나는 원금에 충당하겠다'고 주장해봤자, 채권자가 동의하지 않으면 법적 효력이 없다"고 설명했다. 즉, 이자를 다 갚지 못했다면 원금은 10원도 줄어들지 않고 그대로 남아있다는 뜻이다.


15년의 시간, 원금 1억이 3억 되는 마법

문제는 시간이다. 15년 전 1억 2천만 원은 현재 가치로 따지면 최소 3~5배에 달하는 거액이다. 물가 상승률을 차치하고라도, 법적으로 붙는 지연이자만 계산해도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에 따르면 소장 부본이 송달된 이후부터는 연 12%의 지연손해금이 붙는다. 윤 변호사는 "원금 1억 2천만 원에 연 12% 이자를 적용하면 1년에 약 1,440만 원의 이자가 발생한다"며 "이를 15년으로 단순 계산하면 이자만 2억이 훌쩍 넘는다"고 지적했다.


결국 채무자가 갚았다는 9천만 원은 15년 동안 쌓인 이자 총액(약 2억 이상 추정)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금액이다. 윤 변호사는 "법적으로 따지면 원금은 1억 2천만 원 그대로 남아있고, 갚지 못한 이자까지 합치면 현재 갚아야 할 돈은 3억에 육박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원금을 갚았다"는 채무자의 주장은 법리적으로 성립하기 어려운 희망 사항에 불과한 셈이다.


개인회생·파산이 만능? 사기죄 입증되면 빚 못 없앤다

영상에서는 악성 채무자들이 악용하는 '개인회생·파산' 제도의 허점에 대해서도 꼬집었다. 돈을 빌려 쓰고 갚지 않다가 파산 신청을 통해 빚을 탕감받으려 하는 경우다.


하지만 채권자에게도 방어권은 있다. 빌린 돈이 불법행위(사기)로 인한 채무임이 입증되면, 파산을 해도 빚이 탕감되지 않는다.


윤 변호사는 "돈을 빌릴 당시 용도를 속였거나(예: 병원비라 하고 주식 투자), 처음부터 갚을 능력이나 의사가 없었다면 사기죄가 성립한다"며 "형사 고소를 통해 사기 혐의가 인정되면 그 채권은 회생·파산 대상에서 제외되어 끝까지 갚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나만 모르는 일상 법률 상식, 매일 아침 배달해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