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30만원 소액결제의 진실...피고인 "연인 사이" vs 피해자 "사기", 결과는
[단독] 30만원 소액결제의 진실...피고인 "연인 사이" vs 피해자 "사기", 결과는
18년 전 30만원 게임 결제 두고 법정 공방
법원 "피해자 진술만으론 유죄 인정 불가"
![[단독] 30만원 소액결제의 진실...피고인 "연인 사이" vs 피해자 "사기", 결과는 기사 관련이미지](https://d2ilb6aov9ebgm.cloudfront.net/1762396653434330.jpg?q=80&s=832x832)
18년 전 PC방에서 지인의 휴대전화로 게임 아이템 30만 원을 결제한 혐의로 기소된 피고인이 무죄를 선고받았다. /셔터스톡
18년 전 PC방에서 A씨에게 휴대전화를 빌려줬던 B씨. B씨는 당시 피고인 A씨가 이 휴대전화로 30만 원이 넘는 게임 아이템을 몰래 결제했다며 A씨를 사기 혐의로 고소했다. 하지만 A씨는 "우리는 사귀는 사이였고, 동의 하에 결제했다"고 맞섰다. 18년 만에 열린 이 재판에서 법원은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계정 잠겨서" 휴대전화 빌려간 뒤 30만원 결제
검찰의 공소사실은 이렇다. A씨는 2007년 12월, 인천의 한 PC방에서 B씨에게 "내 계정으로는 접속이 안 된다. 너의 아이디로 회원가입을 할 수 있게 휴대전화와 주민등록번호를 알려달라"는 취지로 거짓말을 했다.
B씨가 이에 속아 휴대전화를 건네자, A씨는 2008년 2월까지 3회에 걸쳐 총 30만 7,800원 상당의 게임 아이템을 소액결제해 재산상 이익을 취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A씨를 사기 혐의로 기소했다.
피고인 "연인 관계, 동의 하에 결제"… 엇갈린 진술
이에 대해 A씨는 혐의를 일관되게 부인했다. A씨의 주장은 B씨와 "사귀는 사이"였으며, B씨의 "동의를 받아" 소액결제를 한 뒤 이를 현금화했을 뿐, 속인 사실이 없다는 것이었다.
이 사건의 유일한 증거는 피해자 B씨의 증언뿐이었다. B씨는 "A씨와 사귀는 사이가 아니"라며, 2007년 12월 PC방에서 만난 이후 다시는 만난 적이 없다고 증언했다.
법원 "결제는 3번인데, 만남은 1번?"… 진술 모순 지적
서울남부지방법원 송한도 판사는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인이 공소사실 기재와 같이 피해자를 기망했다는 점이 합리적 의심이 없을 정도로 증명되었다고 보기 부족하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법원이 유죄의 증명이 부족하다고 본 근거는 다음과 같다.
재판부는 먼저 휴대전화 소액결제의 특성을 지적했다. 소액결제를 하려면 "휴대전화번호 및 인적사항을 게임사이트에 입력한 후, 게임사이트에서 보낸 인증번호 등을 다시 입력하여야 하므로 휴대전화 소지가 필수적"이다.
공소사실에 따르면 결제는 2007년 12월부터 2008년 2월까지 총 3회에 걸쳐 이뤄졌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3차례에 걸친 소액결제를 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피고인이 피해자와 3차례 이상 만났어야 한다"고 봤다.
하지만 피해자 B씨는 "피고인을 (2007년 12월) 그날 이후 다시 만난 적은 없다"고 증언했다. 재판부는 "피해자가 피고인과 만나지 않은 상태에서 어떠한 방법으로 소액결제가 이루어졌는지 여부에 관해서도 전혀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며 진술의 신빙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15년 이상이 지난 시점에서 B씨의 증언만으로 A씨의 주장을 명백한 허위로 단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B씨는 현재 다른 사람과 결혼한 상태다. 재판부는 "피고인과 피해자가 사귀는 사이였다면 그러한 결제가 이루어질 개연성이 있다"며 "피해자의 증언만으로 피고인의 주장이 명백히 허위라고 단정할 수도 없다"고 밝혔다.
결정적으로 B씨의 진술을 뒷받침할 객관적인 증거가 없었다. 재판부는 "영수증, 거래기록 등 객관적인 물적 증거가 존재하지 않는다"며, "유일한 증거인 피해자 진술이 명확하지 않고 경험칙에 부합하지 않는 이상 유죄로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판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