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향대로 골라보세요?" 한국 아이돌로 장사하는 딥페이크 포르노
"취향대로 골라보세요?" 한국 아이돌로 장사하는 딥페이크 포르노
'딥페이크 포르노' 합성 피해자의 25% 한국 여자 연예인
대한민국에서는 '성범죄'로 처벌 불가능⋯ 법 개정 필요
관련 규제 법안 발의는 됐지만, 이미 피해 본 연예인 다수

한국 여자 아이돌의 얼굴을 합성해 포르노 영상을 만드는 사이트가 버젓이 운영되고 있다. 사이트 오른쪽 부분에는 한국 여자 아이돌의 이름이 순위별로 정렬되어 있다. /해당 사이트 캡처
세계적인 사랑을 받고 있는 케이팝(K-pop) 가수들이 딥페이크(deepfake) 기술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다. 딥페이크는 딥러닝(deep learning·심층 기계학습)과 페이크(fake·가짜)의 합성어로 인공지능(AI)을 사용해 가짜 영상을 만들어내는 기술이다.
이 기술을 사용하면 성인 비디오(AV)에 등장하는 여성의 얼굴을 특정 연예인 얼굴로 바꿀 수 있다. AV 영상 속에 등장하는 A 얼굴 부위에 영상과 관련 없는 연예인 B의 이미지를 붙이는 식이다. 그러면 A의 얼굴만 B로 달라졌을 뿐 화면 속 다른 모습은 기존 영상과 똑같다.
구글에 유명 여성 아이돌 그룹 멤버의 이름과 '딥페이크'라는 키워드를 함께 검색하면 그 멤버 합성 영상뿐 아니라 다른 수십 명의 연예인 영상이 함께 화면에 뜬다.

이렇게 쉽게 검색해 볼 수 있는 탓에 2차 가해도 많았다. "가수 〇〇은 눈만 어설프게 합성해서 해당 부위만 화면 떨림이 지속됐다. 〇〇〇 영상은 얼굴만 AV 여배우 몸에 합성한 게 너무 티가 났다. 〇〇〇〇 영상이 진짜 똑같다." 한 공개 게시판에는 이런 영상을 품평하는 글들이 한가득이다.
네덜란드의 사이버 보안연구 회사인 딥트레이스(Deeptrace)가 최근 발간한 보고서 '더 스테이트 오브 딥페이크스'(The State of Deepfakes)에 따르면 전 세계 딥페이크 영상은 1만 4678개다. 이는 지난 7개월 동안 2배나 늘어난 숫자다. 이중 포르노 영상은 96%를 차지했다. 특히 영상에 등장한 피해자의 25%는 한국 여성 연예인이었다.

유튜브에 올라온 전체 영상의 한국인 비중은 남녀를 합쳐 2%에 불과하다. 하지만 딥페이크 포르노 영상만 보면 한국 여성 비중은 미국(41%)에 이어 2번째로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보고서는 한국 여성 연예인 비율이 높은 이유를 "세계적인 열풍을 일으키고 있는 케이팝의 인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딥페이크 포르노 영상은 새로운 기술을 이용했을 뿐, 엄연히 디지털 성폭력이다. 게다가 '피해자가 그런 영상을 실제 찍었다'고 오인할 가능성이 크고, 자신의 이미지가 도용됐다는 사실을 당사자가 알기 어렵다는 점에서 피해 우려가 크다.
그렇다면 다른 디지털 성범죄와 같이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성폭력처벌법)을 적용해 처벌하면 된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그러나 불가능하다. 법이 딥페이크 포르노 앞에서 무용지물 하기 때문이다.
가장 큰 이유는 성폭력처벌법에서 말하는 '촬영물'이 "오직 다른 사람의 신체 그 자체를 직접 촬영한 것만"을 말하는 데서 기인한다. 최근 법 개정 전까지는 촬영물을 '복제한 경우'도 처벌하지 않았을 만큼 이 법은 까다롭기로 유명하다.
딥페이크 포르노 영상은 '합성'을 통해 제작되는데, '합성'은 촬영이 아니다. 그러니 이 법을 딥페이크 영상에 적용하는 건 불가능하다. 이런 이유로 여성계를 중심으로 “합성 포르노 처벌에 빈틈이 존재한다"라는 주장이 끊이질 않았다.
지난해 3월 한국여성변호사회가 펴낸 '디지털 성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 지원 방안 연구'에서도 딥페이크 포르노와 같은 '촬영물 합성 편집'을 처벌할 법조항이 없다는 점이 대표적인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강경훈 변호사는 “음란물 합성이 성폭력처벌법으로 처벌이 가능할 것이라고 예단하는 이들이 많은데 사실상 성폭력처벌법에는 처벌 근거가 없다”고 말했다.
콕 집어 딥페이크 포르노를 처벌하는 법이 없다고 해서 다른 방법이 없는 건 아니다. 변호사들은 다음 세 가지 우회로가 있다고 말한다.
① 먼저 '형법 244조'다. 딥페이크 영상을 '음란한 물건'으로 보면 형사처벌이 가능하다. 형법 244조는 음란한 문서, 도화(그림), 필름 기타 물건을 제조할 경우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법무법인 선린의 이학민 변호사는 "딥페이크로 타인의 얼굴을 이용해 합성한 영상물이 음란물일 경우, 음란한 물건을 제조한 범죄에 해당한다"는 의견을 보였다.
② 두 번째로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정보통신망법)을 이용하는 방법이다. 정보통신망을 통해서 음란한 부호, 문헌, 음향, 화상 또는 영상을 배포하거나 공공연하게 전시할 경우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진다.
법무법인 해자현의 조은결 변호사는 "포르노와 같은 음란 영상물, 화상에 얼굴 등을 합성하여 배포, 판매, 전시 등을 할 경우 보통 음란물유포죄라고 지칭하는 정보통신망법상 제44조의7로 처벌할 수 있다"고 말했다.
③ 마지막으로 명예훼손죄를 적용하는 방법이 있다. 합성 음란물이 제작되어 명예가 훼손됐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이학민 변호사는 "딥페이크 합성물은 그 내용에 따라 명예훼손죄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어느 경우든 딥페이크로 만들어진 영상에 동의 없이 얼굴이 합성된 사람은 초상권 침해를 주장할 수 있다"며 "그에 따른 손해배상 청구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법률전문가들은 "이제는 딥페이크를 활용한 범죄를 직접적으로 다루는 법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현행법은 딥페이크 영상이 만드는 행위 자체를 처벌할 수 없다.
조은결 변호사는 "딥페이크 포르노는 본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만들어진 합성 영상이 불특정 다수에게 공개된다는 특징이 있다"며 "일방적으로 성적 대상으로 전락한다는 점과 온라인 상 유포 자체가 파급력이 매우 크고 배포·전시 후에는 이를 모두 삭제하는 것 자체가 힘들다는 점을 고려하면 성폭력처벌법을 적용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사회적인 공감대를 강조했다. 조 변호사는 "미국 버지니아주는 딥페이크 포르노를 '리벤지(revenge·복수) 포르노' 범주에 넣어서 처벌하는 법을 추진했다"며 "이는 해당 주의 사회적 공감대가 반영된 것"이라고 했다. 그는 "딥페이크 포르노는 단순히 사이버 범죄로만 볼 게 아니라 성범죄가 결합된 범죄로 인식해야 한다"며 "이런 공감대가 생긴다면 제대로된 법이 생기는데 힘이 실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딥페이크 기술을 활용해 이미지를 어떻게 영상에 합성하는지 보여주고 있다. /The Washington Post 유튜브
딥페이크 포르노에 대한 문제의식이 커져가는 가운데 법 제정 움직임이 일부 있었다. 국회에 딥페이크 포르노를 직접 처벌하는 내용을 담은 성폭력처벌법 개정안이 다수 발의된 상태다.
이 법안들이 모두 통과되면 앞으로 딥페이크 기술을 이용해 음란물을 만들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또 이런 제작물로 경제적 이익을 취한 사람은 최대 7년 이하의 징역, 유포한 자에게는 5년 이하의 징역으로 처벌한다는 내용도 담고 있다.
하지만 이 법들이 실제 입법으로 이어질 지는 미지수다. 여야간 정쟁으로 국회가 제대로 돌아가지 않으면서 해당 발의안은 본회의 통과는커녕 해당 상임위원회에서 제대로 논의되지 못하고 있다.
편집자주
포르노(Porn)라는 용어는 상업적인 의미를 담고 있는데다가 '성적 흥분을 느끼기 위한 도구'로 인식되기 때문에 피해자가 존재하는 범죄에 사용할 용어로는 부적절합니다. 로톡뉴스는 이번 기사에서 해외 언론에서 사용하는 고유명사인 '딥페이크 포르노'를 그대로 사용했지만, 앞으로는 이를 대체할 단어를 모색하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