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매매 강요, 끓는 물 고문…15세 소녀 시멘트로 묻은 10대들, 일부는 이미 출소했다
성매매 강요, 끓는 물 고문…15세 소녀 시멘트로 묻은 10대들, 일부는 이미 출소했다
살인 9일 뒤 또 살인
공범 여중생들은 이미 출소

2014년 김해에서 가출팸이 15세 소녀를 성매매 강요 후 고문 살해해 시신을 시멘트로 암매장한 사건이 YTN 라디오에서 재조명됐다. /셔터스톡
한 무리의 10대, 20대들이 야산에 시멘트 반죽을 붓고 있다. 혹여나 들킬세라 돌과 흙으로 덮고 또 덮었다. 그들이 그토록 필사적으로 감추려 했던 것은 끔찍한 학대와 고문 끝에 숨진 15세 소녀의 시신이었다.
이는 2014년 대한민국을 경악시킨 '김해 여고생 살인사건'의 마지막 장면이다. 27일 YTN 라디오 '이원화 변호사의 사건X파일'에서는 일본 '콘크리트 여고생 살인사건'과 닮아 더욱 충격을 줬던 이 사건을 재조명했다.
10대와 20대 가해자들이 저지른 범행은 한 인간이 다른 인간에게 어디까지 잔혹해질 수 있는지 보여주는 지독한 기록이었다.
비극의 시작, 가출팸
사건의 피해자 윤 모 양(당시 15세)은 경남 김해로 전학 온 뒤 사투리를 쓰지 않는다는 이유로 따돌림을 당했다.
로엘 법무법인 박세홍 변호사는 방송에서 "학교생활에 어려움을 겪던 윤 양이 어울릴 곳을 찾다가 가해자 무리와 알게 됐고, 이들이 가출을 유도하면서 비극이 시작됐다"고 설명했다.
이 무리는 소위 '가출팸'이었다. 이들은 윤 양을 부산의 한 여관에 감금하고 생활비와 유흥비를 벌기 위해 성매매를 강요했다. 하지만 윤 양의 아버지가 경찰에 가출 신고를 하자, 범행이 발각될 것을 두려워한 이들은 '성매매 사실을 절대 말하지 말라'고 협박한 뒤 윤 양을 집으로 돌려보냈다.
비극은 윤 양이 아버지에게 성매매 사실을 털어놓으면서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이 사실을 알게 된 가해자들은 격분해 바로 다음 날 교회에서 예배를 드리던 윤 양을 강제로 끌고 나왔다.
이때부터 상상을 초월하는 학대가 시작됐다. 박세홍 변호사에 따르면, 가해자들은 경찰 추적을 피하기 위해 울산과 대구의 모텔을 전전하며 윤 양을 24시간 감시했다.
가해자들은 냉면 그릇에 소주 2병을 부어 강제로 마시게 하고, 토하면 그 토사물을 다시 핥아 먹게 했다. 뜨거운 물을 몸에 그대로 부어버리는 끔찍한 짓도 서슴지 않았다.
반복된 폭행과 가혹행위로 윤 양은 온몸에 화상을 입고 피부가 벗겨지는 등 사경을 헤맸다. 결국 2014년 4월 10일 새벽, 윤 양은 차디찬 승용차 뒷좌석에서 탈수와 쇼크로 인한 급성 심장정지로 사망했다.
악행은 또 다른 악행으로…어떻게 드러났나
이들의 악행은 윤 양의 죽음으로 끝나지 않았다. 신원 확인을 막기 위해 시신에 불을 붙여 1차 암매장했고, 며칠 뒤 시신을 다시 파내 다른 야산으로 옮겨 시멘트 반죽을 뿌려 2차 암매장했다.
이 끔찍한 범죄가 세상에 드러난 계기는 더욱 충격적이다. 주범 3명과 여중생 1명이 윤 양을 살해한 지 불과 9일 뒤, 대전에서 또 다른 40대 남성을 상대로 강도살인 사건을 저지른 것이다.
경찰이 이 '대전 강도살인 사건'을 수사하던 중, 가해자 중 한 명이 김해 여고생 실종 사건과 연관된 사실을 파악하고 추궁한 끝에 모든 범행의 전모가 밝혀졌다.
법정의 딜레마, 가해자이자 피해자?
가해자들에게는 살인, 강도살인, 사체유기 등 무려 22개 혐의가 적용됐다. 단기간에 연달아 살인을 저지른 점은 재범 위험성이 극도로 높다고 판단되어 주범들에게는 무기징역과 징역 35년이라는 중형이 확정됐다.
하지만 범행에 가담했던 10대 여중생들은 소년법의 적용을 받았다. 이들은 재판 과정에서 "우리도 남자 공범들에게 성매매를 강요당한 '가해자이자 동시에 피해자'였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이 주장을 일부 받아들여 "사건의 참혹한 결과를 이들에게만 탓하기는 어렵다"며 감경 사유로 참작했다. 결국 이들은 각각 장기 9년에 단기 6년, 장기 7년에 단기 4년 등의 형을 선고받았다.
그리고 2024년을 기준으로 무기수와 징역 35년형을 선고받은 3명을 제외한 나머지 공범들은 모두 형기를 마치고 사회로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