된장찌개 싫다던 미국인 아내 말 없이 아이들 데리고 출국…아이 데려올 방법은?
된장찌개 싫다던 미국인 아내 말 없이 아이들 데리고 출국…아이 데려올 방법은?
헤이그 국제아동탈취협약 통해 반환 청구 가능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된장찌개도, 김치도 입에 못 대던 미국인 아내가 어느 날 갑자기 아이 둘을 데리고 미국으로 떠나버렸다. 영어학원에서 강사와 제자로 만나 사랑에 빠졌고, 국경을 넘어 가정을 꾸렸지만 문화의 벽은 생각보다 높았다. 남편은 "아내가 한국 생활을 힘들어했다"며 "결국 이런 일이 터졌다"고 망연자실했다.
아침은 피자, 저녁은 파스타…그래도 아내는 불행했다
사연자 A씨는 아내를 위해 식탁까지 양보했다. 아침엔 피자, 점심엔 햄버거, 저녁엔 파스타가 올라오는 날이 부지기수였다. 얼큰한 국물이 그리웠지만 사랑하는 아내를 위해 참았다. 하지만 아내는 행복해 보이지 않았다. "주말만이라도 미국에 있고 싶다", "북적거리지 않는 넓은 공간에 혼자 있고 싶다"는 말을 반복했다.
A씨는 그저 심한 향수병이려니, 더 잘해줘야겠다고만 다짐했다. 그게 착각이었음을 깨닫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어느 날 유치원에 간 아이들이 돌아오지 않았다. 유치원에 전화하니 아내가 데려갔다는 답이 돌아왔다. 아내의 휴대폰은 꺼져 있었다. 아내는 한마디 말도 없이, 아이 둘의 손을 잡고 미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은 뒤였다.
아내는 미국 국적, 아이들은 한국·미국 이중 국적이다. A씨는 아이들을 다시 품에 안을 수 있을까.
'헤이그 협약'이 유일한 해법
많은 이들이 '범죄 아니냐'고 묻지만, 한국에선 부모 중 한 명이 자녀를 데려간 행위를 형사처벌하기 쉽지 않다. 우리 대법원은 폭행이나 협박 같은 불법적인 힘을 쓰지 않고 자녀를 다른 곳으로 옮겨 양육을 계속했다면, 상대 부모의 동의가 없었더라도 미성년자 약취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보고 있다(대법원 2010도14328 판결).
그렇다면 아빠는 발만 동동 구를 수밖에 없을까. 이때 등장하는 것이 바로 '헤이그 국제아동탈취협약'이다. 이는 16세 미만 아동이 국외로 불법 이동된 경우, 원래 살던 나라로 신속히 돌려보내기 위해 만들어진 국제 조약이다. 다행히 한국과 미국 모두 이 협약에 가입돼 있다.
김나희 변호사(법무법인 신세계로)는 1일 YTN 라디오 '조인섭 변호사의 상담소'에서 "헤이그 협약에 따라 미국 정부에 '아동 반환 청구'를 할 수 있다"며 "이 청구가 받아들여지면 미국 정부가 강제력을 동원해 아이들을 한국으로 돌려보내는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지금 당장 '이혼 소송'과 '아동반환신청' 동시에 진행해야
A씨가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두 가지다. 첫째, 한국 법원에 이혼 및 양육자 지정 소송을 제기하는 것이다. 아내가 미국에 있더라도 부부의 마지막 공동 생활지가 한국이었으므로 한국 법원에 재판할 권한이 있다.
둘째, 법무부에 '아동반환지원신청서'를 제출해야 한다. 법무부가 우리나라의 중앙기관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이때 아내가 아이들을 '불법적으로'(동의 없이) 데려갔다는 사실을 입증할 객관적 증거를 첨부하는 것이 중요하다.
과거에는 헤이그 협약에 따라 아동을 돌려보내라는 판결을 받아도, 아이가 거부하거나 상대방이 비협조적일 경우 실제 집행이 어려운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최근 대법원은 새로운 예규를 만들어 집행의 실효성을 높였다.
김 변호사는 "새 예규에 따라 집행관이 아동 전문가를 보조인으로 참여시키거나, 학교장 동의하에 학교에서도 아동을 인도하는 등 현실적인 집행이 가능해졌다"며 "'신속한 반환 원칙'이 지켜지지 못한다는 비판을 수용한 조치"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