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 대신 '시신' 보관하려고 냉장고 산 살인범…1년간 죽은 여친 행세까지
김치 대신 '시신' 보관하려고 냉장고 산 살인범…1년간 죽은 여친 행세까지
김치냉장고 속 1년, 전북 군산 빌라의 비극
영하 32도 설정은 우연이 아니었다

법정으로 향하는 살인 및 사체유기 혐의 40대 모습. /연합뉴스
어느 날, 남성 A씨는 김치냉장고 한 대를 샀다. 그가 설정한 내부 온도는 영하 32도. 통상적인 김치 보관 온도인 영하 1~2도와는 확연히 달랐다. A씨는 매달 30만 원씩 월세를 꼬박꼬박 냈다. 정작 그 집에 살지도 않으면서 말이다. 이 기묘한 행각 뒤에는 끔찍한 진실이 숨겨져 있었다.
26일 YTN 라디오 '이원화 변호사의 사건X파일'에서는 전북 군산에서 발생한 '김치냉장고 시신 유기 사건'을 다뤘다. 1년간 실종된 줄 알았던 여성이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되기까지, 그리고 그 뒤에 숨겨진 A씨의 치밀한 범행 행각이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사건의 시작은 112 신고 전화 한 통이었다. 신고자는 A씨와 사실혼 관계인 여성의 친언니였다. 여동생이 술에 취한 A씨로부터 "사실 내가 1년 전에 사람을 죽였다"는 말을 듣고 언니에게 털어놓은 것이다.
"언니가 전화를 안 받아"... 문자로만 생존 신고한 1년
비슷한 시기, 또 다른 신고가 경찰에 접수됐다. 한 여성이 "언니와 1년 가까이 연락이 안 된다"며 실종 신고를 한 것이다. 이상한 점은 언니가 전화는 받지 않으면서 문자는 계속 보내왔다는 점이었다. 내용은 "바빠서 전화를 못 받는다", "당분간 연락하지 마라"는 식의 단절적인 메시지뿐이었다.
경찰 수사 결과, 두 신고는 하나의 비극으로 연결됐다. A씨가 살해한 사람은 바로 1년 전 연락이 끊긴 그 여성이었다. A씨는 피해자를 살해한 뒤 그녀의 휴대전화로 가족들에게 문자를 보내며 마치 피해자가 살아있는 것처럼 연기해왔다. 심지어 피해자 명의로 대출을 받아 생활비로 쓰고, 시신을 보관할 빌라 월세까지 냈다.
두 집 살림 끝 파국... "돈 때문에 목 졸랐다"
A씨와 피해자의 관계는 복잡했다. A씨는 10년 넘게 사실혼 관계인 여성이 있었지만, 피해자와도 3년 가까이 동거하며 두 집 살림을 했다. 비극의 씨앗은 돈이었다. 직업 없이 주식 투자를 하던 A씨는 피해자 명의로 5천만 원을 대출받아 투자했지만, 4천만 원 가까운 손실을 봤다. 이 문제로 다툼이 벌어졌고, 결국 A씨는 피해자를 목 졸라 살해했다.
범행 후 A씨의 행동은 치밀했다. 시신을 김치냉장고에 넣어 보관하고, 피해자인 척 가족들에게 문자를 보냈다. 이웃들이 다툼 소리가 끊겨 이사 간 줄 알았을 정도로 감쪽같이 범행을 숨겼다.
전수련 변호사는 A씨의 혐의에 대해 "현재 적용될 것으로 보이는 혐의는, 살인죄. 사체유기죄 뿐만 아니라 여신전문금융업법위반, 사기죄 등이 있지 않을까 싶다"고 분석했다.
특히 "일부러 김치냉장고까지 새로 구매해서 정교하게 사체를 보관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게 범행 은닉 의도가 강하게 드러나는 부분이라, 형량이 상당히 많이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우발적 범행" 주장하지만... 법원은 속지 않을 것
A씨는 재판에서 "우발적 범행"을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법조계의 시각은 다르다. 살해 후 시신을 정교하게 은닉하고, 장기간 피해자 행세를 하며 가족을 속인 점 등은 계획적인 범행 은폐 시도로 해석된다.
전수련 변호사는 "살인에 대해서는 고의적인 계획범죄인지 그저 싸우다가 발생한 우발적, 충동적인 범죄인지가 쟁점이 될 것"이라며 "특히 냉장고를 구매하고, 여기에 시신을 보관, 피해자의 가족들을 상대로 문자를 보내오며 마치 피해자가 살아있는 것처럼 위장하는 등의 행위들은 단일한 범행 흐름으로 판단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