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히 군수님 말을 유출해? 외딴 섬 유배!⋯변호사들 "그러시면 곤란할걸요"

글자 크기 설정

미리보기

더 이상 어렵지 않은 법을 위한 인터넷 신문 로톡뉴스를 만나보세요. 법 전문가들의 다양한 생각과 가치를 생생히 전달합니다.

감히 군수님 말을 유출해? 외딴 섬 유배!⋯변호사들 "그러시면 곤란할걸요"

2020. 01. 10 19:16 작성
안세연 인턴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sy.ahn@lawtalknews.co.kr

글자 크기 설정

미리보기

더 이상 어렵지 않은 법을 위한 인터넷 신문 로톡뉴스를 만나보세요. 법 전문가들의 다양한 생각과 가치를 생생히 전달합니다.

고흥군, '촛불비하 군수 발언' 유출 의심 공무원 외딴 섬으로 발령

해당 공무원 "사실상 직권 남용" vs. 고흥군 "정당한 조치"

변호사들은 "법적으로 고흥군수에 책임 크다"

고흥군이 '군수님 발언' 내부고발자 색출 작업을 벌였다. 그리고 지목된 공무원을 고흥군에서 200km 떨어진 신안군 홍도로 보냈다. /게티이미지코리아

때아닌 '현대판 유배' 의혹이 불거졌다. 고흥군이 '군수님 발언'을 외부에 알린 내부고발자를 외딴 섬으로 발령내면서 시작된 의혹이다. 고흥군은 '단순 전보'라고 설명했지만, 안팎에서는 "보복성 인사"라는 목소리에 힘이 실린다.


특히 보복 과정에서 고흥군이 내부고발자 색출 작업까지 벌인 사실이 드러났다. 특정 직원들에게 휴대폰 제출을 요구하고, 군 예산 400만원을 써가며 디지털 포렌식도 했다는 정황이다. 끝까지 제출을 거절한 공무원이 고발자로 지목돼 이번 인사에서 화를 입었다.


해당 공무원은 "인권탄압"이라며 강력하게 반발했지만, 고흥군의 입장은 굳건하다. "공무원 기강 확립을 위한 정당한 조치"라고 했다. 갈등이 법원까지 이어질 경우 쟁점을 변호사들이 짚어봤다.


내부 고발자 덕분에 알려졌던 송귀근 군수 '촛불집회 비하 발언', 하지만⋯

지난해 9월 30일 고흥군청 내부 방송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촛불 집회도 몇 사람이 하니까 나머지는 그냥 따라만 나오는 거예요." 송귀근 군수였다. 주간 업무 간담회가 생중계되고 있었다. 이 발언은 군청 내부 전체는 물론, 읍⋅면 사무소까지 중계됐다.


깜짝 놀란 직원 중 한 명이 이 발언을 녹음해 외부에 알렸다. 송 군수는 곤욕을 치러야 했다. 대국민 사과도 했다. 여론이 잠잠해지자 송 군수는 움직였다. 내부고발자를 찾아 나선 것이다.


7대 고흥군수 송귀근./고흥군청 홈페이지 캡처


고흥군청은 먼저 영남면사무소 직원들을 의심했다. 녹음된 음성에 이들 중 한 명으로 의심 가는 목소리가 섞여 있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휴대전화 제출도 요구했고, 또 사건 해결 전까지 휴대전화를 바꾸지 못하게 했다. 이 과정에서 디지털 포렌식 전문업체를 부르는 등 예산 400만원을 썼다.


영남면사무소 직원 5명 중 4명은 제출 요구에 응했고, 1명은 끝까지 "부당하다"며 거절했다. 그러자 고흥군청은 지난 7일 정기인사에서 이 공무원 A씨를 외딴 섬으로 보내버렸다. 고흥군에서 200km 떨어진 신안군 홍도였다. 고흥에서 자동차로 2시간, 또 배로 2시간 30분을 가야 하는 험지다.


쟁점 ① 보복성 인사가 맞다 vs. 아니다

현재 문제의 핵심은 "A씨의 인사 발령이 직권을 남용한 보복성 인사가 맞느냐"에 있다. 맞는다면 송 군수에게는 직권남용죄의 책임을 물을 수 있다. 이 죄는 형법(제 123조) 상 공무원이 직권을 남용하여 부하직원의 권리행사(인사권)를 방해한 경우 성립한다.


고흥군은 "이번 인사는 자치단체 간 1대1 파견 근무"라며 보복성 인사가 아니라는 뜻을 밝힌 상태다.


변호사들 "보복성 인사가 맞다"


하지만 변호사들은 "이번 인사발령은 보복성 인사 맞고, 직권남용죄에 해당할 여지가 있다"고 밝혔다.


법무법인 초석 김정수 변호사는 "A씨의 인사발령은 송 군수의 직권 및 재량의 범위를 현저히 일탈한 것이라고 판단된다"며 "발언 유출 사태를 해결하기 위한 합리적인 방법이라고 전혀 볼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 근거로 '❶송 군수는 A씨에게 휴대전화를 강압적으로 제출하게 했고, ❷사건이 해결될 때까지 휴대전화를 바꾸지 못하게 했으며, ❸유출자가 발견되면 퇴출⋅파면될 것이라고 알린 데 이어, ❹결국 A씨를 출퇴근이 4시간 반 걸리는 신안 홍도 섬으로 발령한 사실'을 들었다.


김 변호사는 "지난 9일 대법원이 직권남용죄의 '직권'의 재량범위를 넓혀 '남용'을 매우 협소하게 판단한 건 사실"이라면서도 "이번 사건의 인사발령은 대법원 판단과 궤를 달리한다"고 했다. 이번 사건의 '비합리성'이 훨씬 크기 때문이라는 이유에서다.


쟁점 ② 예산 400만원 무단 사용이 맞다 vs. 아니다

고흥군은 내부고발자를 색출하기 위해 디지털포렌식 작업을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국가 예산 400만원을 사용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책임을 물을 수 있을까.


변호사들 "문제가 된다"


김 변호사는 "고흥군이 예산 400만원을 임의로 사용한 부분은 공공서비스 제공 또는 국가사업의 시행 등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며 "국민의 세금을 군수가 사적 목적을 위해 사용했다는 비난을 면하기 어렵다고 판단된다"고 밝혔다.


이어 "설사 송 군수가 예산 400만원을 예비비(예측할 수 없는 예산 외 지출)로 처리했다고 하더라도 문제가 된다"며 "예비비 집행의 목적은 공공서비스 제공 또는 국가산업 시행과 관련되어 있어야 한다"고 했다.


쟁점 ③ 공익 제보가 맞다 vs. 아니다

고흥군이 이번 인사가 "적당하다"고 하는 근거는 '공무원의 품위 유지'에 있다. 품위를 지켜야 할 공무원이 군수의 업무간담회 발언을 외부로 유출해 체면이나 위신을 손상시켰으니 책임을 져야한다는 말이다. 해당 주장은 법원에서 인정받을 수 있을까.


변호사들 "공익제보는 아니다"


김 변호사는 "이 부분은 군청의 주장이 설득력이 있다"고 했다.


그 이유로는 "유출자로 지목된 해당 직원 A씨는 사전에 송 군수의 발언이 정치적으로 크게 논란이 될 것과 군수의 대외적 신용 등을 훼손할 만한 것을 충분히 인지했다고 볼 수 있으므로 그렇다"고 했다.


이어 "군수의 언행에 대한 평가는 청문회 등 법령에 규정된 인사 절차와 군수의 공적 발언에 대한 국민의 판단으로 이뤄지는 것이 타당하기 때문"이라며 "유포를 통한 공익 달성이나 필요성이 있는 경우로 보이지는 않는다"고 했다.


쟁점 ④ 해당 공무원은 구제받을 수 있다 vs. 없다

현재 유출자로 지목된 A씨는 "부당 인사로 국민권익위원회에 탄원서를 낼 것"이라고 밝혔다. 탄원서가 접수되면 국민권익위원회는 사실관계를 조사한 뒤 적절한 조치를 취하게 된다.


변호사들 "구제가 가능하다"


A씨의 경우 적절한 조치 중 하나는 '공무원 소청심사'를 제기하는 방법이 있다. 이 제도는 공무원이 징계처분 밖의 불리한 처분을 받은 경우 구제를 목적으로 하고 있다. 처분 30일 이내에 신청하면 된다. A씨가 "부당한 인사를 취소해달라"고 주장한다면 소청심사위원회가 심사와 결정에 나선다.


법률 자문
법무법인 초석의 김정수 변호사. /로톡DB


종합했을 때 김 변호사는 "A씨가 소청 심사를 제기한다면 위원회에서 받아줄 것"이라며 "앞서 말했듯 송 군수의 직권남용에 해당한다고 보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A씨도 '공무원 품위유지 규정'을 위반한 것은 사실이나, 그럼에도 이번 인사 처분은 너무 과하다는 취지다.

나만 모르는 일상 법률 상식, 매일 아침 배달해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