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장 기각으로 증거능력 잃었다? 박원순 휴대전화는 여전히 증거로 쓸 수 있다

글자 크기 설정

미리보기

더 이상 어렵지 않은 법을 위한 인터넷 신문 로톡뉴스를 만나보세요. 법 전문가들의 다양한 생각과 가치를 생생히 전달합니다.

영장 기각으로 증거능력 잃었다? 박원순 휴대전화는 여전히 증거로 쓸 수 있다

2020. 07. 24 16:47 작성2020. 07. 24 17:30 수정
안세연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sy.ahn@lawtalknews.co.kr

글자 크기 설정

미리보기

더 이상 어렵지 않은 법을 위한 인터넷 신문 로톡뉴스를 만나보세요. 법 전문가들의 다양한 생각과 가치를 생생히 전달합니다.

피해자 도움으로 비밀번호 풀린 박원순 전 시장의 휴대전화

"애초에 기각된 영장 때문에 성추행 증거 나와도 쓸 수 없다"는 분석 지배적

[변호사의 이의있음!] '성추행 의혹' 풀 증거로 사용 가능하다⋯이유는?

피해자의 도움으로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휴대전화 잠금이 풀린 가운데, 휴대전화 포렌식으로 성추행 의혹에 관한 증거가 나온다고 해도 이를 증거로 사용할 수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 많았다. /게티이미지코리아

피해자의 도움으로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휴대전화 잠금이 풀렸다. 경찰은 즉각 포렌식에 나섰다. 박 전 시장의 성추행 의혹이 포렌식을 통해 밝혀질 수 있을지 관심이 쏠렸다. 하지만 이내 "성추행 사건 증거로는 사용이 불가능할 것"이라는 단정적인 보도가 쏟아졌다.


법원이 이 휴대전화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기각했다는 근거에서였다. "설령 증거가 나온다 하더라도 위법한 증거이기 때문에 법정에 제출될 수 없을 것"이라는 식의 보도가 나온 배경이다.


하지만 사안을 살펴본 변호사들은 다른 의견을 밝혔다. "포렌식 결과 성추행 관련 증거가 나온다면, 영장 기각과 상관없이 증거로 사용할 수 있다"고 했다. "박 전 시장 사망 당시 발견된 휴대전화 분석에는 애초에 영장이 필요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이유에서였다.


그 근거를 정리했다.


"위법한 증거기 때문에 성추행 사건 증거로는 쓰지 못한다"는 기사 쏟아졌는데⋯

증거가 법정에서 유효하게 사용되려면, '위법하게 수집하지 않은 증거'여야 한다. 형사소송법에서 법칙으로 삼고 있는 '위법수집증거배제의 원칙'이다.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는 재판에서 배제한다는 말이다.


"박원순 전 시장 휴대전화에서 나온 성추행 증거는 효력이 없다"고 말하는 언론들은 이에 근거하고 있다.


게다가 피해자가 외우고 있던 비밀번호를 경찰에 알려 휴대전화 잠금장치가 해제됐다는 것도 '위법한 과정'을 거친 증거 분석이라는 지적까지 보태지면서 "여러 이유로 오염된 증거다"는 주장이 힘을 받았다.


하지만 변호사들은 크게 세 가지 이유에서 다르게 봤다. "위법한 증거라고 단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영장 기각됐다고, 피해자 도움받았다고 모두 '위법한 증거'가 되는 것은 아니다

먼저 변호사들은 "해당 원칙은 이번 사건에는 해당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영장이 꺾였으니 위법증거"라는 지적은 잘못된 분석이라는 말이다.


법률 자문
'더프렌즈 법률사무소'의 이동찬 변호사, '법률사무소 모건'의 이다슬 변호사, '법무법인 숭인'의 김용석 변호사. /로톡 DB
'더프렌즈 법률사무소'의 이동찬 변호사, '법률사무소 모건'의 이다슬 변호사, '법무법인 숭인'의 김용석 변호사. /로톡 DB


① 유류물은 영장과 관계없이 조사가 가능

더프렌즈 법률사무소의 이동찬 변호사는 "경찰 등 수사기관이 박 전 시장의 휴대전화를 추적하는 건 영장이 없더라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번 휴대전화는 박 전 시장의 사망 장소에서 발견된 유품(유류물)이라 영장이 필요 없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우리 형사소송법(제108⋅218조)은 "검사와 경찰은 피의자가 유류한 물건을 영장 없이 압수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유류한 물건(유류물⋅遺留物)이란 '버려져 있는 물건' 또는 '놓여있는 물건'이란 뜻으로, 사건 현장에서 발견된 휴대 전화는 이에 해당한다.


이 변호사는 "박 전 시장이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알려지긴 했지만, 법적으로는 아직 변사(變死)"라며 "경찰이 휴대폰을 포렌식 하는 등 조사하는 건 합법"이라고 했다.


법률사무소 모건의 이다슬 변호사도 "해당 휴대폰은 유류물"이라며 "영장 없이 압수할 수 있고, 디지털 포렌식도 가능하다고 생각된다"고 밝혔다. 영장이 없더라도, 수사기관이 자유롭게 분석할 수 있다는 취지였다.


②강제로 알아낸 것이 아니라 도움을 받은 것일 뿐

휴대폰의 입수 경위뿐 아니라 포렌식 과정 역시 변호사들은 "문제가 없다"고 했다. "영장이 필요한 강제 수사를 하고 있는 게 아니라 피해자의 도움을 받았을 뿐이기 때문"이었다.


이동찬 변호사는 "해당 휴대폰이 업무용 휴대폰이었다는 점에 비추어 볼 때 박 전 시장의 전직 비서인 피해자는 비밀번호를 알 수도 있었을 것" 이라며 "만약 피해자(고소인)가 비밀번호를 위법하게 수집했다는 별도의 증거가 나오지 않는 이상 증거능력이 인정될 것"이라고 했다.


법무법인 숭인의 김용석 변호사도 비슷한 의견이었다. "포렌식 과정에서 비밀번호를 피해자 측으로부터 제공받았다고 해서, 증거능력 및 증명력을 가지는 데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③ 피해자가 위법하게 비밀번호를 알아냈더라도 일반인이기 때문

만약 피해자가 비밀번호를 위법하게 수집했다면, 그땐 어떻게 될까. 이동찬 변호사는 "그렇다고 하더라도, 곧바로 증거에서 배제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수사기관이 아니라 사인(私人)인 피해자의 위법한 증거 수집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위법수집증거배제의 원칙이 전제하고 있는 건 애초에 '국가'이므로, "피해자의 위법 행위는 공익적 목적과 불법성의 정도를 비교해봐야 한다"는 취지다. 이 변호사는 "이런 경우에도 판례에 따라 증거능력이 인정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게다가 "현실적으로 '증거능력이 없다'고 입증하는 것 역시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변호사는 "설사 수집 과정이 위법했다고 하더라도, 이를 입증해야 하는 건 피고인(성추행 방조 혐의로 고발된 박 전 시장의 측근들)"이라며 "그런데 혐의 당사자인 박 전 시장이 사망했다는 점에서 이를 입증하는 게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여러 사정을 종합했을 때 "증거능력이 인정될 것으로 보인다"는 취지였다.


김용석 변호사는 "성추행 의혹 등의 진상 규명을 위해서는 포렌식이 결정적인 증거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고, 이동찬 변호사도 "포렌식 결과 관련 증거가 나온다면, 박 전 시장 측근들의 방조 혐의를 밝힐 증거로 인정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나만 모르는 일상 법률 상식, 매일 아침 배달해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