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도 늦지 않았다⋯정인이 죽인 양부모, 살인죄로 처벌할 수 있습니다
지금도 늦지 않았다⋯정인이 죽인 양부모, 살인죄로 처벌할 수 있습니다
정인이 입양 후 학대해 사망하게 한 양부모에게 "살인죄 적용하라"는 거센 여론
현재 검찰이 양어머니에게 적용한 혐의는 아동학대치사⋯양형기준상 살인보다 처벌 수위 낮아
지금이라도 공소장 변경 가능할까? 변호사들 "지금도, 그리고 항소심에서도 가능하다"

양부모의 학대로 생후 16개월 만에 사망한 정인 양이 안치된 경기도 양평군의 한 공원묘원에 추모 메시지와 꽃들이 놓여 있다. /연합뉴스⋅편집=조소혜 디자이너
오랜 기간 학대를 당한 끝에 목숨을 잃은 정인이. 정인이에게 학대를 퍼부은 양부모에게 "살인죄를 적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들끓는다.
지금 양어머니(아동학대치사)와 양아버지(아동유기·방임)에게 적용된 혐의는 모두 "죽일 마음은 없었다"는 점이 전제로 깔려있는데, 정인이 몸에서 발견된 여러 증거를 보면 도저히 납득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미 재판에 넘겨진 두 사람에게 살인죄가 적용될 수 있을까. 형사 사건 경험이 풍부한 변호사들에게 자문을 구했다. 한목소리로 답이 돌아왔다.
"아직 늦지 않았다. 충분히 공소장 변경을 신청해서, 양부모에게 살인죄 적용이 가능하다."
현재 양모에게 적용된 아동학대치사죄는 법정형이 5년 이상 또는 무기징역이다. 살인죄 형량은 7년 이상 또는 무기징역으로 큰 차이가 없다.
그런데 여론은 왜 "살인죄를 적용해달라"며 공소장 변경을 요구하는 걸까. 이는 실제 대법원이 권고하는 양형기준에 따른 처벌이 크게 달라지기 때문이다.
대법원 양형기준상 아동학대치사의 기본 양형은 징역 4~7년이다. 반면 살인죄는 징역 10~16년으로 양형 기준이 훨씬 더 높다.

특히, SBS '그것이 알고 싶다' 보도를 통해 단순 실수가 아닌 의도적인 타격이 있어야만 췌장 등 장기 손상이 가능하다는 실험 결과가 공개되면서 여론은 급격하게 기울었다.
검찰이 살인죄 대신 학대치사죄를 적용한 이유는 단순하다. 살인 혐의를 입증하기 위해 필요한 증거의 수준이 학대치사죄보다 훨씬 높기 때문이다.
변호사들은 특히 살인의 고의를 입증하기 어렵다는 점을 그 이유로 꼽았다. 법률사무소 지율 S&C 송진성 변호사는 "양모가 계속 (살인 혐의를) 부인하고 있고, 사건 당시 집 안에서 일어난 일을 정확히 확인하는 게 쉽지 않기 때문"이라고 했다.
검찰이 양모에게 살인죄를 적용하려면 양모가 정인이를 학대할 때, 살해에 대한 인식과 의도까지 갖고 있었다는 것을 입증해야 한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살인의 고의를 입증하기는 쉽지 않다는 취지다.
송 변호사는 "살인죄에 대한 고의 입증의 문턱이 굉장히 높다"며 "검찰 입장에서는 괜히 잘못 기소하느니 안전하게 아동학대치사로 가는 게 맞다고 보지 않았나 싶다"고 했다.
법무법인 지향의 김영주 변호사도 "기록을 보지 않았기 때문에 조심스럽기는 하지만, 살인죄의 유죄가 인정될 가능성 때문인 것 같다"고 했다. 즉, 더 유죄를 받기 쉬운 쪽을 선택했다는 취지다.
이 뿐만 아니라 살인의 고의를 입증하지 못하면 재판에서 패소할 수도 있다. 즉, 양모가 무죄를 선고받는 것이다. 수평선 법률사무소의 곽소현 변호사는 "고의를 입증하지 못해 패소할 수 있기 때문에 검찰이 양모를 살인죄로 기소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법률 자문

검찰의 의지만 있다면 공소장 변경은 어렵지 않다. 송진성 변호사는 "공소장 변경은 추후 항소심에서도 가능하다"며 "기술적으로 불가능한 게 아니다"고 말했다.
공소장 변경을 할 수 있는 시간이 정해져 있는 건 아니라는 말이다. 다만 변경이 빠를수록 좋다. 공소장 변경 때문에 재판 일정이 늦춰질 수 있기 때문이다.
곽소현 변호사는 "공소장 변경 후에는 추가 증거 제출, 의견서 제출 등 시간이 소요된다"며 "공소장 변경이 첫 공판 이후에 진행된다면 재판이 지연될 소지가 있고, 피고인의 방어권 침해 여부가 문제 될 수 있기 때문에 재판 초기에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김영주 변호사는 "살인죄를 적용하려면, (양모의 학대가) 결국 살인의 고의가 있는 타격이었고 양모가 이를 알면서도 한 것이라는 점을 객관적 증거로 입증해야 한다"며 "현 상황에서 증거를 보강하고 법리구성을 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고 보여진다"고 했다.
양부모에 대한 첫 공판은 오는 13일이다. 그전까지 살인죄로 혐의를 변경하고 그에 대한 증거를 보완하는 게 가능할 것이라는 취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