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시신에 케첩·고추냉이 뿌려 위장한 아들…낯선 노부부까지 죽음으로 몰았다
아버지 시신에 케첩·고추냉이 뿌려 위장한 아들…낯선 노부부까지 죽음으로 몰았다
30억 유산 독차지했다는 이유
불법 마사지 업소서 만난 전직 킬러와 공모
법원, 아들 무기징역·공범 징역 40년 선고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아버지가 나를 자식 취급하지 않는다. 재산이 30억 원이나 되는데 한 푼도 주지 않는다."
오랜 기간 쌓인 아들의 분노는 끔찍한 비극의 씨앗이 되었다. 불법 출장마사지 업소에서 만난 낯선 남성에게 털어놓은 이 한마디가, 자신의 아버지는 물론 일면식도 없는 노부부까지 죽음으로 몰아넣는 연쇄 살인의 서막이 될 줄은 아무도 몰랐다.
잔혹함은 상상을 초월했다. 아버지를 살해한 후 시신 주변에 혈흔 대신 토마토 케첩을 뿌리고, 고추냉이 물을 얼굴에 붓는 등 수사에 혼선을 주기 위한 엽기적인 행각까지 서슴지 않았다. 수사팀조차 "연쇄살인마 유영철만큼이나 잔인했다"며 혀를 내둘렀던 이 사건의 전말을 19일 YTN 라디오 '이원화 변호사의 사건X파일'을 통해 재구성해봤다.
"나는 전직 킬러... 보이는 즉시 죽여야" 악마의 속삭임
사건의 발단은 돈이었다. 아들 A씨는 이혼한 어머니에게 돈을 요구했다가 거절당하자, 앙심을 품고 범행을 계획했다. 그가 의지한 것은 불법 마사지 업소에서 알게 된 B씨였다.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는 A씨에게 B씨는 "나 같으면 확 죽이고 재산을 독차지해 떵떵거리며 살겠다"며 살인을 부추겼다.
B씨의 제안은 구체적이고 치밀했다. 자신을 "전직 킬러"라고 소개한 그는 "속전속결이 중요하다. 보이는 즉시 죽여야 한다"며 범행 방법과 증거 인멸 수법까지 전수했다. A씨가 "범행을 도와주면 재산의 절반을 주겠다"고 제안하자, B씨는 이를 승낙하고 실제 범행 현장까지 동행했다.
로엘 법무법인 김강호 변호사는 "재판부는 B씨가 A씨와 공모해 범행을 지시하고 부추긴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공모공동정범'으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두 사람의 범행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A씨는 도피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인천의 한 빌라에 침입해 80대 노부부를 살해하고 금품을 훔치는 2차 범행까지 저질렀다.
법정서 벌어진 네 탓 공방... 재판부 판단은
법정에 선 두 사람은 반성 대신 서로에게 책임을 떠넘기기에 급급했다. 아들 A씨는 "전직 킬러 B씨가 시키는 대로 했다. B씨를 잘못 만나 인생이 꼬였다"며 심신미약을 주장했다. 반면 B씨는 "설마 그럴 줄 몰랐다. 불법 안마시술소 운영 사실을 신고할까 겁이나 가담했을 뿐"이라며 자신은 방조범에 불과하다고 맞섰다.
하지만 법원은 이들의 주장을 모두 일축했다. 김 변호사는 "법원은 공모에 참여한 이상 직접 실행행위에 관여하지 않았더라도 공모공동정범이 성립된다고 본다"며 "단순한 하소연을 넘어 살인을 제안하고 대가를 약속하며 은폐 방법까지 논의한 단계에서 이미 공모가 성립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범행 후 시신에 케첩을 뿌리고 고추냉이 물을 붓는 등의 엽기적인 행각은 오히려 A씨의 심신미약 주장을 탄핵하는 근거가 됐다. 재판부는 "범행 수단과 수법이 너무 잔인했고 치밀하게 준비한 점을 볼 때 심신미약 상태가 아님이 분명하다"며 A씨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항소심에서 형량 더 무거워진 공범
1심에서 징역 30년을 선고받았던 공범 B씨는 항소심에서 오히려 형량이 10년 더 늘어난 징역 40년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B씨가 범행을 부인하며 반성하지 않는 점, A씨의 범행 후 신속히 신고했다면 추가 피해(노부부 살해)를 막을 수 있었던 점 등을 중형 선고 이유로 들었다.
특히 B씨가 자수 의사를 내비친 A씨에게 "살인 횟수를 늘려라"는 메시지를 보내거나 범행 도구 구매 경로를 알려주는 등 죄질이 극히 나쁘다는 점이 결정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