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음식 삼키기 어려운 노인에게 '10초에 한 번꼴'로 밥 먹여 사망하게 한 요양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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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음식 삼키기 어려운 노인에게 '10초에 한 번꼴'로 밥 먹여 사망하게 한 요양사

2020. 02. 22 11:58 작성2020. 07. 22 12:25 수정
박선우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sw.park@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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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양시설에서 생활한 80대 노인 A씨, 호흡곤란으로 사망

2명의 요양보호사가 돌보고 있었는데⋯수사에서 밝혀진 안타까운 사망 원인

관련자 3명 재판받았지만 모두 '집행유예'

2018년 6월 충북의 한 요양시설. 80대 노인 A씨가 병상에서 힘겹고 쓸쓸한 죽음을 맞이했다. 기사 본문과 관련 없는 참고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지난 2018년 6월, 충북의 한 요양시설. 80대 노인 A씨가 병상에서 괴롭게 죽음을 맞이했다. 입에선 토사물이 흘러나오고, 이를 견디지 못해 호흡이 가빠졌지만 그를 도와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는 홀로 죽음을 맞은 건 아니었다. 당시 A씨가 있던 방에는 자그마치 23명이 함께 있었다.


그런데도 A씨는 그 누구에게도 마지막 눈길을 받지 못했다. 마치 외딴 섬처럼 A씨는 23인의 시선에서 멀리 떨어진 채 삶을 마감했다.


수사기관은 그중 2명의 행적에 주목했다. 이 시설의 요양보호사들이었다.


10초에 한번 꼴⋯80대 병약한 노인에게는 힘들었던 식사 속도

사망한 A씨는 걷기조차 힘들어 많은 보살핌이 필요한 환자였다. 가래가 있는데다 음식을 삼키기도 힘들어(삼킴 장애) 시설의 도움으로 생활을 했다.


21명의 노인들과 한 입원실을 사용하고 있었던 A씨는 사망한 그날도 수많은 노인들과 함께 누워 있었다.


문제는 식사시간에 터졌다. A씨는 혼자선 밥을 먹을 수 없는 상태였기 때문에 요양보호사가 떠주는 밥 숟가락에 의지했다.


이날은 요양보호사 강씨와 김씨가 식사를 맡았다. 2명이서 20명이 넘는 노인들 식사를 도운 것이다. A씨 식사는 강씨가 맡았다.


하지만 강씨가 손에 쥔 밥 숟가락의 움직임은 A씨가 감당할 수 없이 빨랐다. 10초에 한번 꼴이었다. 평소 음식을 잘 넘기지 못하는 A씨에겐 벅찬 속도였다. 강씨를 향해 계속 고개를 저으며 거절했지만, 강씨는 멈추지 않고 A씨의 입 안으로 밥 숟가락을 밀어 넣었다.


그렇게 삼킨 밥은 결국 문제가 됐다. A씨는 밥을 토해냈고, 토사물로 인해 급기야 호흡곤란이 발생했다.


또 다른 요양보호사 김씨가 그런 A씨의 모습을 발견했다. 다행이었다. 그러나 무심히 지나쳤다.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가쁜 숨을 몰아쉬던 A씨는 결국 사망했다.


20명이 넘는 노인을 단 2명이서⋯"감당하기 벅찬 업무였다" 해명

이 사건으로 요양보호사 강씨와 김씨는 나란히 법정에 섰다.


그들은 자기들 때문에 A씨가 사망한 게 아니라고 주장했다. 요양보호사들은 2명이서 너무 많은 환자들을 관리하다가 벌어진 사고라는 입장이었다.


요양시설 운영자인 한씨도 이들과 함께 재판을 받았다. 요양시설의 관리를 위해 필요한 인력을 충분히 갖추지 못한 책임이 있다는 수사기관의 판단에서다.


지난 13일 청주지법 제천지원 재판부는 A씨의 사망에 요양보호사 2명과 운영자 모두의 책임이 있다고 결론냈다.


A씨에게 밥을 먹인 강씨는 '업무상과실치사' 혐의가 적용됐다. 강씨에겐 금고(禁錮) 1년에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됐다.


A씨의 고통을 보고도 모른 체한 김씨와 요양시설 관리를 소홀히 한 운영자 한씨에게도 '업무상과실치사'가 적용됐다. 시설에 입원한 환자들을 돌볼 업무를 다하지 않아 A씨가 사망했다고 본 것이다. 각각 금고 6개월에 집행유예 1년, 벌금 500만원이 선고됐다.


이 판결에 대해 피해자 측과 요양보호사 강씨 측은 모두 "형이 부당하다"며 항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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