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성 욕설 ‘ㅂㅅ’, 1심 유죄→2심 무죄… 법원이 본 기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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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성 욕설 ‘ㅂㅅ’, 1심 유죄→2심 무죄… 법원이 본 기준은?

2025. 10. 27 16:57 작성
조연지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yj.jo@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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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단체 채팅방 설전 끝 모욕죄 기소, 항소심 "부정적 감정 표현일 뿐" 무죄 선고

초성 표현의 법적 경계는?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단체 카카오톡방에서 "ㅂㅅ 같은 소리"라고 쓴 회원이 모욕죄로 기소됐다.


1심은 유죄를 선고했지만, 항소심은 "직접적 욕설을 피하려 한 추상적 표현"이라며 무죄를 선고했다. 초성으로 쓴 욕설은 범죄가 될까, 아닐까. 법원의 판단이 엇갈린 이 사건의 전말을 들여다본다.


부정행위 은폐 논란, 단체 채팅방이 전쟁터로

사건의 배경은 한 시민단체 내부의 갈등이었다. 2019년 이 단체에서 사무처 간사의 부정행위가 적발됐다. 법인카드 사적 유용, 강사 사칭, 청렴강의 부적격자 배정 등이 확인됐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단체 공동대표였던 피해자가 이를 제대로 처리하지 않았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오히려 부정행위를 신고한 내부 제보자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했고, 단체 카카오톡방에서 제보자를 비난하는 발언을 이어갔다.


검찰은 피해자의 고소를 모두 혐의없음 처분했다. 국민권익위원회는 2020년 8월 "피해자가 제보자에게 불이익 조치를 했다"고 인정하며 중징계를 요구했다.


"군대 갔다 온 게 뭐가 중요한데" 격앙된 감정, 초성 욕설로

2020년 10월 10일, 단체 카카오톡 채팅방에서 긴장이 폭발했다. 오전부터 제보자의 신고가 허위라는 취지의 글이 수차례 올라왔고, 피해자도 이에 가담했다.


회원인 피고인이 이에 반박하자 피해자는 적대적으로 나섰다. "너무 나댄다", "채팅방을 진흙탕으로 만들며 능멸한다"는 등의 발언을 쏟아냈다. 급기야 "군대 근처에도 못 갔다 온 것 같다"는 말까지 나왔다.


흥분한 피고인은 "ㅂㅅ 같은 소리.. 군대? 거기 갔다 온 게 이 문제에 뭐가 중요한데 ㅈㅅ아"라고 답했다. 이 한 줄의 메시지가 법정 공방의 시작이었다.


1심 "병신과 동일한 욕설", 항소심 "직접 표현 피한 것"

1심 법원은 피고인에게 벌금 100만원을 선고했다. "ㅂㅅ"을 "병신"과 동일하게 보고 모욕죄를 인정한 것이다.


하지만 항소심인 서울북부지방법원은 2023년 4월 4일 정반대 판단을 내렸다. 원심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한 것이다(서울북부지방법원 2023. 4. 4. 선고 2022노1678 판결).


법원의 논리는 명확했다. "문언상 양 표현이 일치하지 않으므로 완전히 동일시하기 어렵다. 오히려 피고인은 '병신'이라는 직접적 욕설의 표현을 피하려 하면서 이를 연상할 수 있는 초성만을 추상적으로 기재했을 뿐이다."


모욕죄 성립 요건, "외부적 명예 침해" 엄격 판단

법원은 모욕죄의 법리를 상세히 설명했다. 모욕죄는 사람의 인격적 가치에 대한 사회적 평가, 즉 '외부적 명예'를 보호법익으로 하는 범죄다.


중요한 것은 판단 기준이다. "상대방 개인의 주관적 감정이나 정서상 기분이 나쁜지 등 명예감정을 침해할 만한 표현인지를 기준으로 판단할 것이 아니라, 당사자들의 관계, 해당 표현에 이르게 된 경위, 표현방법, 당시 상황 등 객관적인 제반 사정에 비추어 상대방의 외부적 명예를 침해할 만한 표현인지를 기준으로 엄격하게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다(대법원 2018. 11. 29. 선고 2017도2661 판결).


법원은 "개인의 인격을 허물어뜨릴 정도로 모멸감을 주는 혐오스러운 욕설이 아니라 상대방을 불쾌하게 할 수 있는 무례하고 예의에 벗어난 정도"라면 모욕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발언 경위와 맥락이 판단의 핵심

법원이 무죄를 선고한 결정적 이유는 발언의 경위와 맥락이었다.


첫째, 피고인의 발언은 부정행위를 은폐하고 제보자를 탄압하는 상황을 제지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단체의 설립 목적이 '우리 사회의 부정과 부패를 없애는 것'임에도 정작 내부 부정을 덮으려 한다는 문제의식이 있었다.


둘째, 피해자가 먼저 적대적 태도로 피고인의 언행을 지적하며 "군대 근처에도 못 갔다 온 것 같다"고 말했다. 피고인의 발언은 이에 대한 대응이었다.


셋째, "ㅂㅅ"이라는 표현은 "병신"이라는 직접적 욕설을 피하려 한 것으로, 초성만을 추상적으로 기재했다. 피해자에게 모멸감을 주는 혐오스러운 욕설이라기보다는 상대방의 언행에 대응하면서 부정적 감정을 표현한 정도였다.


법원은 "이 사건 표현은 피고인의 피해자에 대한 부정적·비판적 의견이나 감정이 담긴 경미한 수준의 추상적 표현에 불과할 뿐 피해자의 외부적 명예를 침해할 만한 표현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표현의 자유와 명예보호, 조화로운 균형 필요

법원은 이번 판결에서 표현의 자유와 명예보호의 균형을 강조했다.


"개인의 인격권으로서의 명예 보호와 민주주의의 근간을 이루는 기본권인 표현의 자유는 모두 헌법상 보장되는 기본권으로 각자의 영역 내에서 조화롭게 보호되어야 한다. 따라서 모욕죄의 구성요건을 해석·적용할 때에도 개인의 인격권과 표현의 자유가 함께 고려되어야 한다"고 밝혔다(대법원 2022. 8. 31. 선고 2019도7370 판결).


이는 단순히 기분이 나쁘거나 무례한 표현이라고 해서 모두 범죄가 되는 것은 아니라는 의미다. 표현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하지 않으면서도 인격권을 보호하는 섬세한 균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초성 욕설, 어디까지 허용될까

이번 판결은 초성으로 표현한 욕설의 법적 지위에 대한 중요한 기준을 제시했다.


법원은 "ㅂㅅ"과 "병신"을 완전히 동일시할 수 없다고 봤다. 직접적 욕설을 피하려는 의도가 있었고, 초성만을 추상적으로 기재한 점을 고려한 것이다.


다만 이것이 모든 초성 욕설을 허용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법원은 "당사자들의 관계, 표현에 이르게 된 경위, 표현방법, 당시 상황 등 객관적인 제반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같은 초성 표현이라도 맥락에 따라 유죄가 될 수도, 무죄가 될 수도 있다는 뜻이다. 일방적으로 상대를 비하하기 위해 사용했다면 모욕죄가 성립할 수 있지만, 상대방의 언행에 대응하면서 부정적 감정을 표현한 정도라면 범죄가 아닐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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