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교사가 판 수능 문항, '정당한 알바'인가 '불법 카르텔'인가…조정식 재판 핵심은
현직 교사가 판 수능 문항, '정당한 알바'인가 '불법 카르텔'인가…조정식 재판 핵심은
조정식, 현직 교사에 8300만 원 주고 문항 산 혐의로 기소
조 씨 측 "창작물에 대한 정당한 거래"라며 청탁금지법 예외 주장

영어 강사 조정식 씨의 문항 거래 의혹 재판이 시작된 가운데, 현직 교사들에게 8300만 원 넘게 건넨 혐의를 두고 법정 공방이 본격화됐다. /연합뉴스
사교육 업계의 유명 영어 강사인 조정식 씨의 '수능 문항 거래 의혹' 재판이 본격적인 막을 올리면서 법정 공방이 달아오르고 있다.
22일 YTN 라디오 '이원화 변호사의 사건X파일'에 출연한 로엘 법무법인 권지안 변호사는 이번 사건이 사교육계의 오랜 관행에 법원이 명확한 기준을 제시하는 첫 사례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8300만 원 오간 문항 거래… "시장 가격 따른 유상거래" vs "직무 연관된 불법"
권지안 변호사에 따르면 조 씨는 지난 2020년 12월 자신의 강의용 교재를 제작하는 업체 직원에게 현직 교사로부터 영어 문항을 받아달라고 지시한 혐의를 받는다.
이후 2021년 1월부터 2022년 10월까지 약 1년 10개월 동안 현직 교사 2명에게 67회에 걸쳐 총 8352만 원을 건네고 문항을 받은 것으로 검찰은 파악하고 있다.
조 씨 측은 첫 공판준비기일에서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이들은 해당 거래가 "시장 가격대로 거래가 이뤄진 유상거래행위이고, 정당한 거래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법률상 근거도 내세웠다. 청탁금지법 제8조 제3항은 공직자의 금품 수수를 금지하면서도 사적 거래로 인한 채무의 이행 등 정당한 권원에 의해 제공되는 금품은 예외적으로 허용하고 있다.
조 씨 측은 이 문항 거래가 일종의 전문 용역, 즉 창작물에 대한 정당한 대가이므로 법이 금지하는 금품 수수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논리를 폈다.
하지만 권 변호사는 조 씨 측의 주장이 법원에서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을 것으로 분석했다.
권 변호사는 "형식이 계약이면 다 괜찮냐가 아니라, 그 거래의 실질이 직무와 얼마나 연관돼 있느냐를 들여다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수천만 원에서 수억 원대 규모의 돈이 오간 데다, 문항을 만들어 판 이들이 EBS 집필진이거나 수능 모의고사 출제위원을 지낸 현직 교사라는 점이 치명적이다.
권 변호사는 "이 문항이 교사의 직무 전문성과 완전히 분리된 순수 창작물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며 헌법재판소 역시 공직자의 금품 수수가 공공기관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훼손한다는 점을 강조한 바 있다고 덧붙였다.
"남들도 다 하길래" 변명 통할까… 검찰 "관행이라도 공교육 공정성 저해"
사교육 시장에 만연했던 이른바 '관행'이라는 핑계도 법망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권 변호사는 "법리적으로 따지더라도, 청탁금지법은 몰랐다는 사정이 면죄부가 되기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실제 수사 과정에서 많은 교사가 주변에서 많이 하기에 법적으로 문제가 될 줄 몰랐다며 억울함을 호소했지만, 검찰은 수능 출제위원이 될 수도 있는 공직자들이 사교육 업체를 위해 문제를 만들어주는 것은 관행이라 할지라도 공교육의 공정성과 책무성을 크게 저해하는 행위라고 명확히 밝혔다.
미출간 EBS 교재 유출시킨 '배임교사' 혐의… 조 씨 "요청한 적 없다"
조 씨가 넘어야 할 산은 청탁금지법 위반만이 아니다.
조 씨는 시중에 발간되기도 전인 '2022학년도 수능특강 영어독해' 교재 파일을 EBS 집필 교사에게 미리 받아달라고 요청한 업무상 배임교사 혐의도 받고 있다.
EBS와 보안 서약서를 작성한 교사에게 카카오톡으로 정답과 본문 파일을 유출하도록 부추겼다는 것이다. 형법상 교사범은 실행범과 동일하게 처벌받기 때문에 혐의가 인정되면 처벌 수위는 상당히 무거워질 수 있다.
조 씨 측은 이 혐의에 대해서도 자신은 그런 요청을 한 사실 자체가 없다며 전면 부인하고 있다. 나아가 재판부에 검찰의 공소장 내용을 명확히 해달라는 '석명명령'을 요청하며 적극적인 방어에 나섰다.
권 변호사는 "공소장에 '2021년 1월께 불상의 장소에서 전화해 EBS 교재 파일을 받아달라고 제안했다'고 적혀 있는데, 구체적인 일자와 장소가 특정되지 않았다"며 "언제 어디서 무슨 말을 했는지가 특정되지 않으면 반박 자체가 어려워지므로, 검찰이 입증해야 할 범위를 명확히 해달라는 전략적 요청"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재판은 수학 강사 현우진 씨를 비롯해 사교육 업체 관계자와 전현직 교사 등 총 46명이 무더기로 기소된 대형 사건의 일부다.
권 변호사는 "100명이 넘는 피의자가 연루된 대형 사교육 카르텔 사건의 첫 판결인 만큼, 법조계와 교육계 모두 이 결과를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