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판'의 목소리 싹 자르려 한 민주당⋯"선거법 어겼다" 주장, 팩트체크해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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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판'의 목소리 싹 자르려 한 민주당⋯"선거법 어겼다" 주장, 팩트체크해보니

2020. 02. 14 19:15 작성2020. 02. 23 22:22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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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y.ahn@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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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미리 교수의 1월 29일자 '민주당 빼고' 칼럼 고발한 민주당

거센 역풍에 고발 취소했지만⋯비판 여론 계속

민주당이 원래 주장했던 "공직선거법 위반"⋯변호사와 팩트체크해 봤다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확대간부회의에서 회의 자료를 보고 있다. 민주당은 이 회의에서 임 교수에 대한 고발 취소를 발표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이 자당(自黨)을 비판한 칼럼니스트를 고발했다. 그 칼럼을 실은 언론사 담당 기자도 고발했다. 이후 "민주당이 반민주적으로 표현의 자유에 재갈을 물리려 한다"는 비판이 불처럼 번지자, 고발을 취소했다.


임미리 고려대 연구교수가 쓴 "민주당만 빼고"라는 제목의 칼럼이었다. 제목은 자극적이었지만, 전반적으로는 국민의 열망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정치권을 겨냥한 내용이었다. 하지만 민주당은 "이 칼럼이 부당하게 민주당을 공격했다"며 검찰에 고발장을 냈다. 공직선거법 두 개 조항을 어겼다는 '당 대표 명의'의 고발장이었다.


거센 역풍이 불었다. 진보권 인사들을 중심으로 "그러면 나도 같이 고발하라"는 목소리가 나왔다. '나도 임미리다'는 운동까지 전개됐다. 민주당은 14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유감을 표한다"며 고발을 취소했다.


뒤늦게 알려진 임미리 교수 '고발', 거센 역풍

민주당이 임 교수를 고발했다는 사실은 뒤늦게 알려졌다. 임 교수가 지난 1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떨리지만 멈추지 않겠다"며 고발 소식을 공개하면서다.



임미리 교수가 올린 페이스북 글. / 페이스북 캡처


민주당도 고발 사실을 부인하지 않았다. "임 교수의 칼럼이 법에서 금지한 사전 선거운동을 했다고 본다"며 "공직선거법 위반 소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이 말한 위반 조항이란 '사전선거운동 금지'였다. 우리 법은 "선거운동은 정해진 기간에만 해야 한다"고 규정돼 있는데, 임 교수가 이 기간이 시작되기 전에 칼럼을 통해 민주당에게 불리한 선거운동을 했다는 주장이었다.


"사전선거운동을 했다"는 민주당 주장, 팩트체크해 보니

로톡뉴스는 민주당의 이 논리를 팩트체크했다. 취재 결과, 변호사들은 "민주당 주장이 성립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사전선거운동이라고 볼 수 없으며, 설령 볼 수 있다고 해도 '임 교수의 칼럼'은 규제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사전선거운동'으로 볼 수 없다

법무법인 문장의 임원택 변호사는 "이번 칼럼을 사전선거운동이라고 평가하기는 힘들어 보인다"고 말했다. 그 이유로 "사전선거운동은 특정 후보자의 당선 또는 낙선을 도모하는 적극적 행위여야 하는데 이번 칼럼은 그렇게 보기 어렵다"고 했다. 법 위반으로 볼 만큼의 적극성이 없다는 취지다.


또 "공직선거법 위반 여부는 엄격하게 적용하는 게 바람직하다"며 "처벌범위가 확대될수록 선거운동의 자유는 상대적으로 제한되기 때문"이라고 했다.



경향신문이 지난달 29일 신문에 실은 임미리 교수의 칼럼. /경향신문


사전선거운동이 맞다 해도, 처벌할 수 없다

사전선거운동이 맞는다고 하더라도, 처벌할 수는 없다고 보는 변호사도 있었다. 임 교수가 '정당'을 겨냥해서 칼럼을 썼기 때문이다. 공직선거법의 사전선거운동 금지 조항은 '특정 후보자'에 대한 선거운동을 규제한다. 사람이 아닌 정당을 대상으로 한 칼럼은 애초부터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의미다.


법무법인 태림의 신상민 변호사는 "이번 칼럼은 선거운동에 해당한다고 보기도 어렵다"며 "특정 후보자에 대한 지지 또는 반대를 표시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선거운동이라고 하려면 '후보자의 특정'이 필요한데, 이번 칼럼은 후보자가 아닌 '특정 정당'을 비판했으니, 선거운동으로도 볼 수 없다는 취지다.


지난 2005년 대법원은 "사전선거운동은 '특정 후보자'의 당선이나 낙선을 도모한다는 목적의사가 객관적으로 인정될 수 있는 능동적⋅계획적 행위"라고 판시했다.


"특정 정당 반대하는 투표참여 권유했다"는 민주당 주장, 팩트체크해 보니

민주당은 '사전선거운동 금지 위반' 말고도 다른 주장도 펼쳤다. "특정 정당을 반대하는 내용으로 투표참여를 권유했다"는 주장이었다.


공직선거법은 "투표참여를 권유할 때 특정 정당을 반대하는 내용을 포함해선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이를 어겼다는 논리였다.


특정 정당 반대하는 내용이라고 단정 짓기 어렵다

법무법인 태림의 신상민 변호사는 "이번 칼럼의 주된 표현을 '특정 정당을 반대하는 내용'이라고 단정 짓기 어렵고, '투표참여 권유 행위'라고 보기도 애매하다"고 했다.


신 변호사는 "칼럼의 일부 문구만 떼어놓고 보면 고발 취지대로 볼 여지도 있다"면서도 "전체 내용은 국민을 뒤로한 채 여야 정쟁에 몰두하는 정치권을 모두 비판하면서 현 정부에 대한 비판적 시각도 언급된 것"이라고 했다.


임원택 변호사도 "실제로 고발이 진행됐다고 하더라도, 처벌 가능성은 작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경향신문은 '공정보도의무' 위반 소지 있어

임 교수에 대한 공직선거법 위반 여부와 별개로, 이 칼럼을 실은 경향신문은 제재를 받을 가능성이 있다. 공직선거법 8조에 언론사에게 의무 사항으로 규정하고 있는 '공정보도의무' 때문이다.


"언론사가 정당의 정책을 보도⋅논평을 할 때는 공정하게 해야 한다"는 의무사항이다.


해당 칼럼의 제목 "민주당만 빼고"는 경향신문 편집자가 단 제목으로 알려져 있다. 만일 사실이라면 해당 제목이 특정 정당에게 불리하다는 이유에서 '공정보도의무'를 어겼다고 판단될 여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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