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왕열 송환은 '임시인도'…수사·재판 끝나면 다시 필리핀 교도소로 돌려보낸다
박왕열 송환은 '임시인도'…수사·재판 끝나면 다시 필리핀 교도소로 돌려보낸다
'임시인도'란 무엇인가

필리핀에서 교민 3명 살해, 탈옥, 국내 마약 유통 등을 일삼으며 '마약왕'으로 불리던 박왕열이 25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국내로 송환되는 모습. /연합뉴스
10년 전 필리핀 사탕수수밭에서 한국인 3명을 잔혹하게 살해하고, 교도소 안에서도 '마약왕'으로 군림하던 박왕열(48)이 수갑을 찬 채 한국 땅을 밟았다.
이재명 대통령의 지시로 3주 만에 전격 이루어진 이번 송환의 이면에는 '임시인도'라는 복잡한 국제 형사법적 쟁점이 얽혀 있다.
'임시인도'의 명암…수사·재판 끝나면 다시 필리핀 감옥으로
박왕열은 정식 범죄인 인도 절차가 아닌, 양국 외교적 합의에 따른 '임시인도' 방식으로 송환됐다. 임시인도란 외국에서 이미 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인 수형자를 다른 국가가 수사나 재판을 위해 일시적으로 데려오는 제도다.
가장 큰 특징은 '특정성의 원칙'과 '복귀 의무'다. 범죄인 인도법 제10조에 따라 박왕열은 이번 인도의 목적인 마약 밀반입 및 유통 등 특정된 혐의에 대해서만 국내에서 수사와 재판을 받을 수 있다.
또한, 신병이 영구적으로 넘어온 것이 아니므로 국내에서의 모든 법적 절차가 마무리되면 그는 다시 필리핀으로 돌아가 남은 형기(최장 60년)를 마저 채워야 한다.

필리핀서 징역 60년 받았는데…국내에서 또 처벌 가능할까
박왕열은 2016년 사탕수수밭 살인사건으로 2022년 4월 필리핀 법원에서 단기 52년, 장기 60년의 징역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었다. 그렇다면 한국 법원은 이미 처벌받은 그를 다시 처벌할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가능'하다.
우리 형법은 외국 법원의 형사판결에 기판력(이미 판결이 확정된 사건을 다시 재판할 수 없는 효력)을 인정하지 않는다. 형법 제3조에 따라 한국인이 해외에서 저지른 범죄에 대해 한국 법정에 다시 세울 수 있다.
다만 변수는 앞서 언급한 '특정성의 원칙'이다. 이번 송환은 마약 범죄 수사를 명목으로 이루어졌기 때문에, 살인죄로 국내 법정에 세우려면 필리핀 당국의 별도 동의가 필수적이다.
개정된 현행 형법 제7조에 의해 그가 필리핀에서 이미 복역한 기간(약 3~4년)은 국내 선고 형량에서 의무적으로 빼주어야 한다.
하지만 실질적인 감형 효과는 전혀 없을 것으로 보인다. 강도살인과 대규모 마약 유통이라는 중범죄가 결합되어 국내 법정에서도 사형이나 무기징역 선고가 유력하기 때문이다.
무기징역 이상의 형이 선고된다면, 복역 기간 몇 년을 빼주더라도 그가 살아서 사회로 다시 나올 확률은 사실상 제로에 가깝다.
법무부 "범죄수익 환수하겠다" 장담…현실 회수율은 '글쎄'
이지연 법무부 국제형사과장은 공항 브리핑을 통해 "범죄조직의 실체와 범죄수익에 대해서도 철저히 수사해 환수에 나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실무적인 시각에서 볼 때, 실제 회수율은 지극히 낮을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이 지배적이다.
박왕열은 수감 중에도 텔레그램 아이디 '전세계'를 이용해 마약을 유통하며 막대한 부를 축적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검은돈은 이미 다수의 해외 차명계좌나 가상자산 등으로 복잡하게 세탁되어 은닉됐을 가능성이 크다.
이를 추적하려면 국제형사사법공조가 필수적인데, 시간도 오래 걸릴뿐더러 상대국의 적극적인 협조가 없으면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게다가 그가 필리핀의 '뉴 빌리비드 교도소'에서 돈을 뿌리며 이른바 'VIP' 대접을 받는 호화 생활을 누렸다는 점에서, 범죄수익의 상당 부분이 이미 현지에서 뇌물이나 생활비 등으로 소비되었을 공산이 크다.
법무부의 굳은 의지 표명에도 불구하고 범죄수익 환수 작업이 험난한 가시밭길이 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