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륜 의심 부자 '커터칼로 자결하라'... 특수협박 유죄, SD카드 갈취는 무죄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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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륜 의심 부자 '커터칼로 자결하라'... 특수협박 유죄, SD카드 갈취는 무죄 왜?

2025. 11. 18 11:28 작성
조연지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yj.jo@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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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수협박죄 인정

부자의 극단 강요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배우자의 불륜을 의심하여 상대방에게 극단적인 행위를 강요하고 사생활을 침해한 50대 남성 A와 그의 아들 B에게 유죄가 선고됐다.


특히 부자 관계인 피고인들은 위험한 물건인 커터칼을 이용해 피해자에게 '자결'을 요구한 혐의(특수협박)와 함께 명예훼손, 스토킹 혐의로 기소됐다.


법원은 피고인 A에게 징역 6개월의 실형과 스토킹 재범방지 프로그램 이수를 명하고, 아들 B에게는 형의 선고를 유예했다. 다만, 피해자의 차량 블랙박스 SD카드를 갈취하려 했다는 공동공갈 혐의에 대해서는 법리적 이유로 무죄를 선고해 주목된다.


"손목 그어라, 자결하라"... 커터칼 자해 권유, 특수협박죄 성립의 법리

사건의 발단은 피고인 A가 자신의 배우자 E와 직장 동료인 피해자 C가 불륜 관계라고 의심하면서 시작됐다.


피고인 A는 피해자 C를 추궁하는 과정에서 피해자가 "만남이 거짓말이면 칼로 손을 긋겠다"라고 말하자, 근처 편의점에서 문구용 커터칼을 구입하여 테이블 위에 놓고 "커터칼로 자결해라"라고 말했다.


옆에 있던 피고인 B 역시 이 칼을 피해자 C에게 밀며 "손목을 그어라, 자결하라"고 말을 거들었다.


  • 쟁점: 피고인들의 행위가 일반인의 공포심을 일으키기에 충분한 '해악의 고지'에 해당하는지 여부였다.


  • 법원의 판단: 법원은 피고인들의 행위가 특수협박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자결해라'는 말과 함께 위험한 물건인 커터칼을 제공하는 행위는 단순한 자해 권유를 넘어 상대방에게 심리적 압박을 가하게 하는 행위"이며, "행위의 맥락과 전후 정황을 종합할 때 일반인의 공포심을 일으키기에 충분한 해악의 고지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이에 따라 피고인들은 위험한 물건을 휴대하여 피해자 C를 협박한 혐의가 인정됐다.


"C가 불륜이다", 사생활 폭로와 35차례 문자... 명예훼손·스토킹 유죄

피고인 A의 범행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피해자 C 차량의 블랙박스 대화 내용을 불법적으로 복원해 듣고 불륜 관계라고 확신한 A는, 피해자 C의 직장 동료에게 전화하여 "C가 불륜이다"라고 공연히 사실을 적시하여 명예를 훼손했다.


또한, 피고인 A는 피해자 D가 대화를 거부했음에도 불구하고 약 한 달간 35회에 걸쳐 문자메시지를 반복적으로 전송하고, 피해자 D의 회사까지 직접 찾아가는 행위를 이어갔다.


  • 법원의 판단: 법원은 피고인 A의 직장 동료에 대한 발언이 명예훼손죄에 해당하며, 피해자 D의 의사에 반하여 불안감 또는 공포심을 일으키는 스토킹행위를 지속적·반복적으로 한 혐의(스토킹범죄) 역시 유죄로 인정했다. 특히, 피고인 A의 스토킹 행위 내용이 악질적이고 횟수도 많은 점 등이 불리한 정상으로 참작됐다.


SD카드 갈취하려다 무죄... 공갈죄 성립을 가른 '처분권' 논란

피고인들에게 징역 6개월의 실형이 선고되는 등 대부분의 혐의가 유죄로 인정된 가운데, 차량 블랙박스 SD카드를 갈취하려 한 혐의(공동공갈)에 대해서는 무죄가 선고됐다.


  • 사건 경위: 피고인들은 피해자 C에게 윽박질러 차량 문을 열게 한 뒤, B가 SD카드를 빼려 했으나 쉽게 빠지지 않았다. 이때 현장에 있던 제3자인 M가 블랙박스 파손을 우려하여 SD카드를 꺼내 피고인들에게 건네주었다. 검찰은 이를 공동공갈 혐의로 기소했다.


  • 핵심 쟁점: 공갈의 상대방과 처분행위자가 다른 경우, 즉 제3자인 M가 SD카드를 건넨 행위에 대해 공동공갈죄가 성립하는지 여부.


  • 법리 및 법원의 판단: 법원은 공갈죄 성립 요건으로 "공갈의 상대방은 재산상의 피해자와 동일함을 요하지는 아니하나, 공갈의 목적이 된 재물 기타 재산상의 이익을 처분할 수 있는 사실상 또는 법률상의 권한을 갖거나 그러한 지위에 있음을 요한다"는 대법원 판례(대법원 2005도4738 판결)를 인용했다.


이 사건 공소사실에는 공갈의 상대방이 피해자 C로 특정되었으나, 정작 처분행위는 제3자인 M가 한 것으로 적시되었다. 법원은 M가 SD카드를 처분할 수 있는 권한이나 지위에 있었다고 볼 만한 사정을 찾을 수 없다고 판단했다.


결국, 공갈의 상대방과 재물을 실제로 건넨 처분행위자가 다르고, 처분행위자인 M에게 재물에 대한 처분 권한이나 지위가 있었다는 증명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공동공갈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가 선고됐다.


이번 판결은 배우자 불륜 의혹이라는 우발적 동기가 낳은 일련의 범죄에 대해 법원이 엄격한 잣대를 적용했음을 보여준다.


특히 '자결 권유'와 같은 심리적 압박 행위도 특수협박죄로 인정될 수 있다는 기준을 명확히 제시했으며, 공동공갈죄에 있어서 재물 처분 권한을 가진 자에 대한 법리를 다시 한번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


피고인 A의 경우, 범행 경위에 참작할 만한 사정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악질적인 스토킹 행위와 합의 불발, 추가 피해 가능성 등으로 인해 실형을 면치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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