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키우는 세대 사육금지" 오피스텔 공지, 법적으로 따를 의무는 없다
"고양이 키우는 세대 사육금지" 오피스텔 공지, 법적으로 따를 의무는 없다
입주민 총회서 '고양이 퇴출' 결의
변호사 "합리성 잃은 차별적 규제"
법적 효력 인정받기 어려워

화재 위험을 이유로 고양이를 키우는 세대의 이사를 요청한 오피스텔 공지문 모습. /스레드 캡처
인천의 한 오피스텔에서 고양이를 키우는 입주민들에게 날벼락 같은 공지가 떨어졌다. "고양이가 불을 낸 적이 있으니, 키우는 세대는 이사 가달라"는 것. 관리사무소는 입주민 총회 결의를 근거로 고양이, 토끼, 너구리 등 특정 동물의 사육을 금지하며, 이를 어길 시 퇴거를 요청했다.
단, 강아지는 금지 목록에서 빠졌다. 고양이 집사들은 "왜 고양이만 쫓겨나야 하느냐"며 황당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과연 이 일방적인 묘종 차별과 강제 퇴거 요구는 법적으로 유효한 걸까.
"내 집에서 고양이도 못 키우나"... 총회 결의의 함정
오피스텔은 아파트와 달리 공동주택관리법이 아닌 집합건물법의 적용을 받는다. 따라서 입주민들로 구성된 관리단이 정한 규약은 원칙적으로 입주민 모두에게 효력을 미친다.
하지만 규약이 만능은 아니다. 법조계는 이번 고양이 퇴출 결의가 법적 효력을 인정받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규약의 내용이 합리적이고 정당해야 한다"는 대전제 때문이다.
미국 판례에서도 소음이나 냄새 등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면 반려동물 사육 제한을 인정한 사례가 있지만, 이번 경우는 다르다. 관리사무소가 제시한 근거는 "고양이가 화재를 냈다"는 것뿐이다.
한 법률 전문가는 "화재 원인이 고양이 자체인지, 집사의 관리 소홀(인덕션 미관리 등)인지 명확하지 않은 상황에서 '사육 금지'라는 극단적인 조치를 취하는 것은 과도하다"고 지적했다. 이는 입주민의 재산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하는 행위로, 법원에서 무효로 판단될 가능성이 높다.
"인덕션 커버 씌워라"... 남의 집 살림살이까지 간섭?
관리사무소는 고양이 사육 세대에게 "2026년 3월까지 유예해줄 테니 인덕션 안전 커버를 씌우라"는 조건도 달았다.
하지만 내 집 안의 물건을 어떻게 쓸지는 내 마음이라는 것이 법적 상식이다. 전유부분(개별 세대)은 집주인의 배타적 소유권이 미치는 영역으로, 관리단이 감 놔라 배 놔라 할 수 있는 곳이 아니다.
법률 전문가는 "화재 예방을 위해 안전장치 설치를 권고할 수는 있어도, 이를 강제할 법적 근거는 없다"고 잘라 말했다. 남의 집 안방까지 관리하려는 것은 명백한 월권이라는 뜻이다.
결국, 이번 오피스텔의 '고양이 퇴거 명령'은 법적 근거가 빈약한 으름장에 불과할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