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근금지 명령받은 남편이 새집까지 찾아와 살해⋯이혼 소장이 알려준 '주소'
접근금지 명령받은 남편이 새집까지 찾아와 살해⋯이혼 소장이 알려준 '주소'
가정폭력 신고 4차례·법원 임시보호명령에도 막지 못해

경기 광주의 한 다세대주택 외부 계단에서 이혼 소송 중이던 여성이 흉기에 찔려 숨졌다. /셔터스톡
1일 오전 7시 17분쯤 경기 광주의 한 다세대주택 외부 계단에서 30대 여성 B씨가 흉기에 찔려 숨졌다. 이혼 소송 중이던 30대 남편 A씨는 살인 혐의로 경찰에 붙잡혔다.
B씨는 스마트워치로 긴급 신고한 뒤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숨졌다. 현장에 있던 어린 딸은 손가락에 찰과상을 입었다.
경찰은 신고 4시간 20여 분 만인 오전 11시 40분쯤 수원시 장안구의 한 모텔에서 A씨를 붙잡았다. A씨는 당시 극단적 선택을 시도하던 중이었고,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지난달 11일 이혼 소장을 받고 아내의 주소지를 파악했다"며 "위자료와 재산 분할, 양육권·양육비 등 전반적인 사항에서 불리한 결과가 나올 것으로 생각해 앙심을 품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살인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다.
신고만 4번, 보호명령까지 있었다
B씨는 지난해 3월부터 올해 5월까지 경찰에 가정폭력으로 4차례 신고했지만, 매번 A씨에 대한 처벌은 원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하지만 3차 신고였던 지난 4월 22일 A씨가 흉기로 협박한 사건은 달랐다. 특수협박은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아도 수사가 진행되는 반의사불벌죄여서, 경찰은 정식 수사에 들어갔다.
4차 신고인 5월 28일에는 A씨가 출동 경찰관에게 물리력을 행사해 공무집행방해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경찰은 구속영장을 신청했으나 기각됐다.
경찰은 3·4차 신고를 병합해 특수협박과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A씨를 불구속 입건했고, 사건은 지난 6월 검찰에 송치됐다.
B씨에게는 스마트워치가 지급됐다. 재범 우려 피해자 'A등급'으로 지정돼 월 1회 이상 전화 모니터링도 이뤄졌다.
B씨는 A씨와 별거하며 가족이 사는 경기 광주의 다른 집으로 거처를 옮겼다. 지난달부터는 이혼 소송에 들어갔고, 법원은 주거지 격리와 100m 이내 접근금지, 전기통신 접근금지 임시보호명령을 결정했다.
이혼 소장이 알려준 주소
보호 장치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지난달 11일 경찰이 안전을 확인하려 전화했을 때, B씨는 "이혼 소송 서류 송달 과정에서 주거지 비공개 요청을 하지 않아 남편에게 주소가 노출된 것 같다"고 상담했다.
경찰은 임시 숙소를 권했지만 B씨는 개인 사정으로 거절했다. 대신 기간 종료로 회수했던 스마트워치를 다시 지급하고, 오후 8~10시 맞춤형 순찰과 112 피해자 번호 등록을 더했다.
그로부터 3주 뒤인 이달 1일, A씨는 이혼 소장에 적힌 B씨의 새 거처를 확인해 출근 시간에 맞춰 계단에서 기다리다 범행에 이르렀다.
가정폭력 피해자가 주소 지키는 법
가정폭력을 피해 이혼을 준비 중이라면 주소를 지키기 위한 절차를 미리 챙겨야 한다.
먼저 주민센터에서 주민등록 열람·교부 제한을 신청해야 한다. 이를 신청해두면 가해자가 변경된 주소로 주민등록초본을 발급받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소송이 걸려 있다면 서류에 자신의 주소가 그대로 드러나지 않게 해달라고 법원과 소송대리인에게 요청해야 한다. 이 요청을 놓치면 새 거처가 상대방에게 넘어갈 수 있다.
신변에 위협을 느낀다면 법원에 보호명령 또한 청구할 수 있다. 법원은 피해자나 법정대리인, 검사 청구로 가해자의 주거지 퇴거, 100m 이내 접근금지, 전기통신을 이용한 접근금지 등을 명령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