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서 83명 버리고 이륙한 비행기…분노한 승객들 활주로 난입, 한국이었다면 '중범죄'
프랑스서 83명 버리고 이륙한 비행기…분노한 승객들 활주로 난입, 한국이었다면 '중범죄'
프랑스 공항 활주로 무단출입·화재경보기 조작
국내법상 징역형 처벌 가능

프랑스에서 승객 83명을 두고 이륙한 항공편에 항의해 일부 승객들이 활주로에 난입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셔터스톡
프랑스에서 83명의 승객을 버려두고 이륙한 항공편에 분노해 활주로에 난입한 승객들의 사연이 전해졌다. 만약 이 좀비 영화 같은 난동극이 한국 공항에서 벌어졌다면 이들은 과연 무사할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활주로에 뛰어든 승객들은 무거운 형사 처벌을 피하기 어려우며, 반대로 83명을 버리고 떠난 항공사는 막대한 손해배상 책임을 져야 한다.

"비행기 세워!" 활주로 난입과 화재경보기 조작, 명백한 중범죄
프랑스 마르세유 공항에서는 비행기를 놓친 승객 30여 명이 활주로에 난입하고, 한 여성 승객이 화재 대응 시스템을 작동시키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한국이었다면 이들은 곧바로 수사기관에 넘겨진다.
우선 활주로는 항공보안법상 엄격히 통제되는 보호구역에 해당한다. 공항운영자 허가 없이 이곳에 무단출입하거나 폭행, 위계 등으로 공항 운영을 방해하면 항공보안법 제45조에 따라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다수가 집단으로 난입한 행위는 형법상 업무방해죄까지 구성하게 된다.
특히 혼란을 틈타 공항의 화재 대응 시스템을 고의로 작동시킨 여성의 행위는 범죄 무게가 남다르다. 허위 화재 경보로 막대한 인력 낭비와 공항 마비를 초래한 것은 항공보안법 제45조에 따른 위계로써 공항 운영을 방해한 행위의 전형이다.
이는 형법상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또는 업무방해죄까지 경합되어 무거운 실형을 피하기 어려운 명백한 중범죄다.
83명 버리고 떠난 항공사, 면책 불가⋯"정신적 손해배상까지 물어야"
그렇다면 제시간에 탑승하지 못하고 공항에 버려진 83명의 승객은 항공사에 어떤 책임을 물을 수 있을까.
국내선 운항을 가정할 때, 항공사는 상법 제907조 제1항에 따라 여객의 연착으로 인한 손해배상 책임을 져야 한다. 항공사와 공항 측은 "출입국 심사가 늦어졌다"며 책임을 회피하려 했지만, 한국 법원에서는 이러한 변명이 통하기 어렵다.
법원은 항공사의 면책 요건을 매우 엄격하게 본다. 의정부지법 판례(2019나200684)의 법리에 비추어 볼 때, 출입국 심사 인력 부족은 항공사가 주장할 수 있는 완전한 불가항력으로 보기 어렵다.
무엇보다 추가 지연을 막겠다며 승객 83명을 고의로 남겨두고 출발한 적극적 결정은 명백한 항공사의 귀책사유로 평가될 가능성이 크다.
피해 승객들은 항공사를 상대로 구체적인 금전적, 정신적 보상을 요구할 수 있다. 우선 탑승하지 못한 구간의 항공권 요금 전액 환불을 비롯해 대체 교통편 비용, 공항 대기나 추가 숙박으로 발생한 숙박비와 식비 등 재산적 손해를 청구할 수 있다.
나아가 법원은 항공 지연으로 인한 위자료 배상 책임도 인정하고 있다. 서울동부지방법원(2018나29933)은 "항공기 출발 지연으로 공항에서 대기하게 되어 입은 정신적 고통은 단순 환불로 회복될 수 없다"며 위자료를 인정했다.
만약 항공사가 운송약관을 핑계로 배상액을 제한하려 하더라도, 이번 사건처럼 고의적이거나 무모한 행위로 발생한 손해 앞에서는 그러한 책임 제한 특약이 무효가 된다는 것이 법원의 일관된 태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