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죄] 가게 팔아놓고 뒤늦게 상표 등록한 원주인 "이름 쓰지 마"⋯법원 "써도 된다"
[무죄] 가게 팔아놓고 뒤늦게 상표 등록한 원주인 "이름 쓰지 마"⋯법원 "써도 된다"
10년 전 식당 인수한 사장님, 상표권 침해로 고소당했지만 '무죄'
법원, 상표법상 '선사용권' 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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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당을 판 뒤 뒤늦게 같은 이름으로 상표를 등록해 소송을 낸 전 주인. 법원은 “먼저 사용한 사람의 권리가 우선”이라며 현 운영자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셔터스톡
자신이 운영하던 식당을 다른 사람에게 팔아넘긴 뒤, 뒤늦게 같은 이름으로 상표를 등록해 "상표권을 침해했다"며 소송을 건 원주인의 주장을 법원이 받아들이지 않았다. 법원은 상표 등록보다 먼저 해당 상호를 정당하게 사용해 온 사람의 권리를 인정해야 한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사건의 시작은 201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피고인 A씨는 2012년 8월, 고소인 B씨가 운영하던 식당을 1억 2,000만 원에 인수했다. 계약에 따라 식당의 영업권과 상호를 모두 넘겨받은 A씨는 같은 이름으로 10년 넘게 식당을 운영하며 자리를 잡았다. 2014년에는 유사한 이름의 2호점까지 열었다.
문제는 B씨가 식당을 판 지 한참 뒤에 같은 이름을 상표로 출원해 등록하면서 시작됐다. B씨는 이를 근거로 "내 상표권을 침해했다"며 2023년부터 A씨에게 상표 사용을 중단하라는 내용증명을 보냈고, 결국 A씨를 상표법 위반으로 고소하기에 이르렀다.
법원, 상표 등록보다 '먼저 사용한 권리' 인정
서울서부지방법원 김민정 판사는 A씨의 손을 들어줬다. 상표법 제99조에 규정된 '선사용권'이 인정된다고 판단한 것이다.
선사용권이란, 타인이 상표를 등록하기 전부터 부정경쟁 목적 없이 해당 상표를 계속 사용해왔고, 그 결과 소비자들에게 특정인의 상표로 널리 알려진 경우 그 상표를 계속 사용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재판부는 A씨가 이 세 가지 요건을 모두 갖췄다고 봤다.
첫째, A씨는 B씨가 상표를 출원하기 훨씬 전인 2012년부터 상호를, 2014년부터 표장을 계속 사용해왔다.
둘째, A씨에게 부정경쟁 목적이 없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양도 계약을 통해 정당하게 영업권과 상호를 이전받았다"며 "오히려 고소인은 식당 양도 후 해당 상호로 직접 운영한 바가 전혀 없다"고 지적했다. 즉, A씨가 B씨의 명성을 이용해 부당한 이익을 얻으려 한 것이 아니라는 의미다.
셋째, B씨가 상표를 출원할 당시 이름은 이미 서울 강남 일대에서 A씨의 식당을 가리키는 영업 표지로 소비자들에게 널리 인식되어 있었다고 인정했다.
결론적으로 법원은 "피고인이 식당 간판 등에 해당 표장을 사용하는 행위는 상표법상 선사용권에 따른 것"이라며 "고소인의 상표권을 침해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