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리비" vs. "새 노트북 구입비"⋯아이 실수로 노트북에 음료 쏟았다면 얼마 보상?
"수리비" vs. "새 노트북 구입비"⋯아이 실수로 노트북에 음료 쏟았다면 얼마 보상?
변호사 "수리 여부에 따라 달라지지만⋯수리 못하는 경우라도 '중고가액'이 기준"

식당이나 카페에서 아이가 다른 손님 자리에 있던 음료나 음식을 엎었다면? 발생하지 않으면 좋은 일이겠지만, 누군가에겐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이런 경우 손해배상 범위는 어느 정도까지일까. /네이트판 캡처⋅게티이미지코리아⋅편집=조소혜 디자이너
식당이나 카페에서 아이가 다른 손님 자리에 있던 음료나 음식을 엎었다면? 생각만 해도 식은땀이 나는 일이지만, 분명히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아이가 음료를 엎었는데 망가진 물건에 대해 어디까지 보상해줘야 하는지를 묻는 글도 심심치 않게 보인다.
A씨의 경우도 그렇다. 자신의 아이와 함께 카페에 있다가, 아이의 실수로 옆자리에 앉은 B씨의 음료수를 엎었다. 이에 테이블에 놓은 책과 노트북이 흠뻑 젖게 됐다.
A씨는 사과를 하며 보상해주겠다고 했다. 그리고 막연히 노트북 수리비와 책값 정도를 예상했다. 하지만 막상 B씨가 요구한 금액을 보니 당황스러웠다. B씨가 아예 새 노트북 구입비 200만원을 요구했기 때문. B씨에 따르면 침수된 노트북은 수리해서 사용하기 어렵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했다.
자신의 생각보다 훨씬 많은 금액을 요구받는 A씨. 이 금액이 과연 합당한지 변호사의 의견을 듣고 싶다.
재산에 손해가 발생한 경우 이를 배상해야 하는 것은 상식이다. 다만, 손해라고 느끼는 범위는 개인마다 다르다. A씨와 B씨가 서로 생각했던 금액이 달랐던 이유도 바로 여기 있다.
A씨 입장에서는 노트북을 수리해서 사용하면 되니 수리비 정도만 물어주면 된다고 판단했고, B씨 입장에서는 노트북이 침수된 이상 기존의 상태같이 사용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법률자문

변호사는 '수리 여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했다. 법률사무소 세로의 주영재 변호사는 "노트북의 수리가 가능하면 수리비만큼, 수리가 불가능하다면 교환가치 상당액을 지급해야 한다"고 말했다. A씨 주장처럼 수리비 정도만 물어줄 수도 있다는 취지다.
또한 주영재 변호사는 "이 경우엔 수리 전문가의 판단이 중요할 것"이라며 "키보드 및 메인보드를 교체해도 계속해서 고장 날 확률이 높고, 수리가 불가능한 경우라고 판단되면 교환가치 상당액이 손해배상의 범위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경우엔 "B씨가 사용하던 노트북 모델의 중고 시세가 기준"이라고 했다.
율명 법률사무소의 김진욱 변호사는 "수리가 완료된 후에도 수리가 불가능한 잠재적 장애가 남는다면 이 부분은 배상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더불어 "사용하던 노트북 속 데이터나 파일이 복구가 불가능하다면 이는 위자료로 보상받아야 한다"고 했다.
종합하면 A씨는 B씨의 새 노트북 구입비까지는 물어내지 않아도 된다.
덧붙여 A씨는 B씨의 책임도 있다고 생각한다. 테이블 가장자리에 음료를 뒀기 때문에 주변 사람의 움직임에 쉽게 쏟아질 위험이 있었다는 점에서다.
변호사들도 A씨 판단에 일부 동의했다. 김진욱 변호사는 "사고가 일어난 테이블 위치가 다른 손님들도 지나는 통로였고, 공간이 좁았다는 등의 사정이 있다면 상대방의 부주의를 주장해볼 수 있다"고 했다.
주영재 변호사도 A씨 판단에 일부 동의했다. 주 변호사는 "B씨가 사물을 변별할 능력이 없는 아이가 카페를 활보하는 것을 명확하게 인지했는데도 불구하고 음료를 테이블 가장자리에 뒀다면 과실상계를 주장해볼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과실상계란 피해자에게도 과실이 있는 경우 법원이 이를 고려해 배상액을 결정하는 것이다. 다만, 해당 사고가 일어났을 당시 B씨가 주변 상황에 부주의했음을 A씨가 입증해야 한다.
익명의 변호사도 "B씨가 컵을 가장자리에 놓아 엎어지거나 떨어지기 쉬운 위치에 놓았으므로, 일정 부분 과실이 인정될 수 있다고 본다"고 했다.
한편, 음식점이나 카페에서 발생한 사고에 대해서 해당 업주에게도 일정 부분 책임을 부과하고 있다. 일례로 2009년 대전지법은 한 대형할인마트에서 바나나 껍질을 밟고 손님이 미끄러진 사고에 대해 마트 측의 책임도 있다는 판결을 내린 바 있다(2007가단73106).
그렇다면 이번 사고도 매장의 관리 부실 책임을 물을 수 있지 않을까. 이에 대해 주영재 변호사는 카페 측에 사고 책임을 묻기 어렵다고 봤다. "해당 판례는 마트 측에서 고객 보호를 위해 안전하게 관리할 주의의무를 어겼다는 것"이라면서 "이번 사건의 경우 업주가 '가장자리에 컵을 두지 마라'고 제지할 의무가 없다"고 했다.
"음료를 테이블 가장자리에 놓는 것이 다른 사람의 생명 또는 신체에 위험을 유발하는 행동이라고 보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김 변호사도 "아이의 돌발행동까지 업주가 예견하기 어렵다"면서 "업주에 책임을 묻기 어렵다"고 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