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금 내면 그만" 불륜 전단 뿌려 두 아이 엄마 죽게 한 내연남, 징역 7년
"벌금 내면 그만" 불륜 전단 뿌려 두 아이 엄마 죽게 한 내연남, 징역 7년
청주지방법원, 협박·명예훼손·불법촬영 혐의로 징역 7년 선고
"인격적 살인에 준하는 중범죄"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내연 관계였던 여성을 상대로 나체 사진을 유포하겠다고 협박하고 거주지에 불륜 사실을 알리는 전단지를 붙여 끝내 죽음에 이르게 한 50대 남성에게 중형이 선고됐다. 가해자는 범행 과정에서 "벌금 내면 그만"이라며 사법 체계를 조롱했으나, 법원은 피해자가 사망에 이른 책임을 엄중히 물어 실형을 선고했다.
산악회서 만난 인연, 불법 촬영과 협박의 굴레로
청주지방법원(2020고단2679) 판결문에 따르면 피고인 A씨는 2020년 2월 한 산악회에서 피해자 B씨(여)를 알게 된 뒤 5월부터 내연 관계로 발전했다. 그러나 관계가 악화되자 A씨의 태도는 돌변했다. 그는 교제 기간 중 모텔에서 B씨 몰래 나체를 촬영한 불법 촬영물을 협박 도구로 삼았다.
A씨는 B씨가 연락을 피한다는 이유로 "너희 집에 찾아가겠다", "아이들에게 연락해 둘이 같이 찍은 사진을 보내겠다"며 압박하기 시작했다. 2020년 9월 26일에는 "1차적으로 벌써 아들한테 동영상을 보냈다"고 거짓말을 해 피해자를 공포에 몰아넣었다.
특히 A씨는 범행 과정에서 법을 경시하는 태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그는 B씨에게 "내가 하려는 게 범죄라는 걸 알고 각오하고 하는 것"이라며 "법원 가서 재판받고 벌금 내고 나오면 되지만, 그로 인한 파장은 네가 더 크게 받아야 한다"고 위협했다. 또한 이사 비용 명목으로 500만 원을 요구하며 금품 갈취를 시도하기도 했다.
새벽 4시 아파트 침입해 '불륜 전단' 살포… 극단적 선택 초래
A씨의 괴롭힘은 협박에서 그치지 않고 실제 행동으로 이어졌다. 그는 2020년 10월 3일 새벽 4시 10분경, B씨가 거주하는 아파트 공동현관을 뚫고 들어갔다.
A씨는 미리 준비한 종이 두 장을 B씨의 집 현관문에 부착하고, 같은 동 주민들이 보는 우편함 5곳에도 무작위로 집어넣었다. 해당 전단에는 "당신의 아내(000호)가 바람을 피우고 있습니다. 확인해보세요"라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이 사건으로 B씨의 남편이 불륜 사실을 알게 됐다. 남편은 가정을 지키기 위해 용서하려 했으나, B씨는 자신의 치부가 이웃과 가족에게 공개됐다는 수치심과 자녀들이 입을 피해에 대한 괴로움을 견디지 못했다. 결국 B씨는 전단이 살포된 당일 극단적인 선택을 시도했고, 병원에서 치료를 받던 중 10월 12일 사망했다.
법원 "피해자 고통 즐기며 죽음 방조… 죄질 극히 불량"
청주지방법원은 공갈미수,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위반(카메라등이용촬영), 주거침입, 협박,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 7년을 선고했다. 이와 함께 160시간의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와 범행에 사용된 스마트폰 몰수를 명령했다.
재판부는 A씨의 행위가 직접적인 살인은 아니지만, 피해자를 사망으로 내몬 결정적 원인이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어린 자녀를 둔 아버지임에도 피해자의 자녀를 볼모로 '아들에게 영상을 보냈다'고 협박하는 등 피해자에게 극심한 심리적 고통을 주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피고인은 피해자의 고통을 알면서도 '너도 아파 봐라'는 식으로 범행을 반복했고, 법적 처벌마저 가볍게 여기며 피해자를 조롱했다"며 "피해자가 극단적 선택을 시도해 사망했음에도 도의적 책임조차 부인하는 등 반성하는 기색을 찾을 수 없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A씨는 초범이고 공갈 혐의가 미수에 그쳤다는 점을 내세웠으나, 법원은 "한 사람의 인격을 파괴하고 가정의 평온을 짓밟은 결과가 매우 중대하다"며 검찰 구형보다 엄중한 판결을 내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