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악화로 어쩔 수 없는 선택" 中동방항공의 '무더기 해고' 변명, 법정에선 안 통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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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악화로 어쩔 수 없는 선택" 中동방항공의 '무더기 해고' 변명, 법정에선 안 통할 것

2020. 03. 12 16:21 작성
안세연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sy.ahn@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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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규직 전환 사흘 전 해고 통보한 중국 동방항공 "경영 악화로 계약 연장 불가"

대한민국 국적 승무원 전원 계약 해지⋯변호사 4명의 '부당 해고' 판단은?

동방항공이 지난 2018년 공고한 공개채용 포스터. 이번에 "부당 해고를 당했다"고 한 한국인 승무원 73명은 이 공고를 보고 동방항공에 지원했다. /동방항공 페이스북

중국 3대 민영항공사 동방항공의 한국인 승무원들이 뒤통수를 맞았다. 사흘만 지나면 입사 2년을 채우고, 선배들처럼 정규직으로 전환될 거라 믿었지만, 결과는 73명 전원 해고였다. "항공시장 변화로 인한 경영 악화"라는 이유였다.


해고 통보를 받은 승무원들은 크게 반발했다. 즉각 대책위원회가 꾸려졌고, 법적 대응도 불사하겠다고 밝혔다. 이 과정에서 외국인 승무원들은 예정대로 정규직으로 전환된다는 사실이 알려져 더욱 문제가 커졌다.


결국 시시비비는 우리 법정에서 가려질 전망이다. 동방항공은 중국에 본사를 둔 외국계 기업이지만, 그래도 우리 근로기준법을 따라야 한다. 근로기준법은 '속지주의'(屬地主義⋅국내에 사업장이 있는 외국계 기업의 경우 우리 근로기준법이 적용된다는 원칙)원칙을 취하고 있기 때문이다.


향후 재판이 열리면 법원은 누구의 손을 들어줄지 노동 관련 변호사 4명과 따져봤다.


승무원에게 유리한 '갱신기대권'

이번 사건의 핵심은 '해고가 부당한지' 여부다. 우리 법원은 이런 문제를 '근로계약 갱신기대권' 인정 여부로 판가름한다. 근로자가 자신의 계약이 연장(갱신)될 것으로 예측한 것이 법적으로 보호할 만큼 정당하다면, '갱신기대권'이 있다고 본다. 이 경우 해고를 하면 '부당한 해고'가 된다.


당초 한국인 승무원 73명은 동방항공과 '2년' 계약을 맺었지만, 승무원들은 동방항공과의 사이에서 "근로계약이 갱신된다는 신뢰 관계가 형성되어 있었다"며 "이번 해고는 부당해고"라고 주장했다.


Point. 근로계약 갱신기대권 인정될까

변호사들은 4명 중 3명은 "'근로계약 갱신기대권'이 인정될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현재 승무원들이 주장하는 네 가지 근거가 사실일 경우 "그렇다"고 밝혔다.


법률자문
왼쪽부터 '법무법인 다움'의 이성준 변호사, '법무법인 유스트'의 송오근 변호사, '법무법인 신효'의 오세정 변호사, '법무법인 태일'의 최재윤 변호사. /로톡DB
왼쪽부터 '법무법인 다움'의 이성준 변호사, '법무법인 유스트'의 송오근 변호사, '법무법인 신효'의 오세정 변호사, '법무법인 태일'의 최재윤 변호사. /로톡DB


법무법인 다움의 이성준 변호사는 "❶최근까지 동방항공에서 정규직 전환을 위한 온라인 교육을 하고, 새 유니폼 지급 공지 등을 한 점 ❷선배 기수는 대부분 정규직 전환이 이루어진 점 ❸같은 이유로 다른 국적 승무원들은 해고되지 않은 점 ❹전환 3일을 앞두고 갑자기 이메일로 해고 통보를 받은 점" 등이 모두 사실이라면 "승무원 측에 유리한 사정"이라고 했다.


법무법인 유스트의 송오근 변호사도 "'근로계약 갱신기대권'이 충분히 인정될 수 있는 사안"이라고 했고, 법무법인 신효의 오세정 변호사도 "(갱신기대권이 있었음을) 입증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다만, 법무법인 태일의 최재윤 변호사는 "단정적으로 말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었다. 최 변호사는 "'근로계약 갱신기대권'은 기간제법 시행(2007년) 이전의 법적 공백을 방지하기 위해 있었던 법리"라며 "현재 근로자의 지위를 보장하는 기간제법이 시행되고 있는 이상 해당 법리가 적용될 여지는 낮아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승무원들이 밝힌 네 가지 근거가 사실이라고 하더라도, '근로계약 갱신기대권'이 인정되기엔 다소 부족해 보인다"고 밝혔다. "근로계약, 취업규칙, 단체협약 등 규정을 구체적으로 보아야 한다"고 했다.


동방항공에 유리한 '경영상 정당한 이유'

'근로계약 갱신기대권'이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동방항공에겐 방어 논리가 하나 있다. 승무원들을 해고할 수밖에 없었던 '경영상 정당한 이유'가 인정되면 법적으로도 부당 해고가 아니다.


실제 동방항공 측은 해고를 통보하며 "전반적인 항공시장의 변화로 경영이 악화돼 계약 연장이 불가하다"는 주장을 펼쳤다. '코로나19' 확산으로 한⋅중 노선이 타격을 입어 해당 승무원을 해고할 수밖에 없었다는 취지였다. 법원에서 이러한 주장이 받아들여질 수 있을까.


Point. 경영상 정당한 이유 인정될까

변호사들은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작다"고 밝혔다. 우리 법원이 '경영상 정당한 이유'에 대한 엄격한 판결 태도를 취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 법원은 '경영상 정당한 이유'가 인정되려면 "'❶긴박한 경영상의 필요가 있어야 하고 ❷해고를 피하기 위한 가능한 모든 조치를 취했으며 ❸합리적이고 공정한 기준에 따라 대상자를 선정해야 하고 ❹이러한 기준에 관하여 해고 시행일 50일 전까지 통보하고 성실하게 협의할 것"을 요구한다.


이성준 변호사는 "대법원이 말하는 '❶긴박한 경영상 필요'의 의미는 특정 사업장이나 부서만이 아니라 사업 전체를 대상으로 종합적으로 봐야 하는 것"이라며 "대한민국 승무원만 정리해고 대상자로 삼았다는 것을 봤을 때도 이는 인정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이어 "'❷해고를 피하기 위한 가능한 모든 조치' 역시 인정된다고 보기 어렵다"며 "해당 승무원들의 전근 등 배치전환과 같은 비교적 경미한 방법조차 실시하지 않은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오세정 변호사 역시 종합했을 때 "이러한 사정이 다소 부족해 보이기 때문에 부당한 정리해고라고 판단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밝혔다.


다만 최재윤 변호사는 이 중에서 "'❶긴박한 경영상 필요'라는 일부 요건에 한해서는 인정될 가능성이 있다"며 "'코로나19' 확산으로 타격을 입은 한⋅중 노선 상황이 일시적인 것이 아니라 어느 정도 지속해서 이어지고, 이로 인한 인원 삭감 조치의 필요성이 인정된다면 그렇게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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