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거래 환불 거절하자 '사기죄 고소' 협박하는 거래자, 법적으로 가능할까?
중고거래 환불 거절하자 '사기죄 고소' 협박하는 거래자, 법적으로 가능할까?
법원 "기망행위와 편취 고의 없이는 사기죄 성립 어려워"

생성형 AI를 활용해 만든 참고 이미지
A씨는 최근 자신의 중고 물품을 B씨에게 판매하면서 구매 시기와 현재 물품의 상태를 상세히 설명하고 거래를 완료했다. 그러나 며칠 후 B씨로부터 "물품 상태가 좋지 않다"며 물품 환불을 요구받았고, 이를 거절하자 B씨는 A씨를 사기죄로 고소하겠다고 위협했다.
이와 같은 중고거래가 활발해지면서 "사기죄로 고소하겠다"는 말이 일종의 위협 수단으로 사용되는 경우가 늘고 있다. 물품 상태를 상세히 설명하고 거래했음에도 불구하고 사기죄가 성립될까?
7일 이내 환불, 개인 중고거래는 해당 안돼
전자상거래법 제17조에 따르면 통신판매업자와 재화 등의 구매에 관한 계약을 체결한 소비자는 재화 등을 공급받은 날부터 7일 이내에 청약을 철회할 수 있다.
그러나 일반 개인이 일회성 또는 비정기적으로 중고물품을 판매하는 경우에는 '통신판매업자'로 볼 수 없어 전자상거래법상 7일 이내 청약철회 의무가 적용되지 않는다. 전자상거래법 제2조에 따르면 "통신판매업자"란 통신판매를 업(業)으로 하는 자를 말한다.
A씨가 일반 개인으로 일회성 또는 비정기적으로 중고물품을 판매한 것이라면, B씨는 전자상거래법에 근거해 7일 이내 청약철회권을 주장하기 어렵다. 다만 A씨가 지속적·반복적으로 영리 목적으로 중고물품을 판매하는 사업자로 볼 수 있다면 다른 결론에 이를 수 있다.
물품 상태 사전 고지했다면 형법상 사기죄 성립 어려워
사기죄는 형법 제347조에 따라 타인을 기망하여 착오에 빠뜨리고 처분행위를 유발하여 재물을 교부받거나 재산상 이익을 얻음으로써 성립하는 범죄다. 대법원은 "사기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불법영득의 의사 내지 편취의 범의를 가지고 상대방을 기망한 것이어야 한다"고 명확히 판시한 바 있다(대법원 2019. 12. 27. 선고 2015도10570 판결).
사기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행위자가 타인을 기망하여 착오에 빠뜨린 후 피기망자의 처분행위에 의해 재산상 이득을 취득하고 피해자에게 재산상 손해를 발생시키는 모든 구성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특히 '기망행위'와 '편취의 고의'가 있어야 한다.
부산지방법원은 사기죄의 요건으로서의 기망에 대해 "재산상의 거래관계에서 서로 지켜야 할 신의와 성실의 의무를 저버리는 모든 적극적 또는 소극적 행위를 말하는 것"이라고 정의하면서, "상대방을 착오에 빠지게 하여 행위자가 희망하는 재산적 처분행위를 하도록 하기 위한 판단의 기초가 되는 사실에 관한 것이면 충분하다"고 판시했다(부산지방법원 2016. 04. 22 선고 2015고합801 판결).
그러나 A씨가 물품의 상태를 상세히 설명했다면, 물품에 관한 중요 정보를 은폐하거나 허위로 고지한 기망행위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
또한, 본 사안에서 A씨는 물품의 상태를 상세히 설명하고 정상적으로 거래를 완료했으므로, 처음부터 B씨를 속여 재물을 편취할 의사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B씨가 A씨를 사기죄로 고소하더라도 범죄가 성립할 가능성은 낮다고 판단된다.
환불 거절, 민사상 책임을 질 가능성은?
중고거래 분쟁은 형사사건보다 민사상 하자담보책임 등의 문제로 접근하는 것이 더 적절한 경우가 많다. 민법에 따르면 매매의 목적물이 거래통념상 기대되는 객관적 성질이나 성능을 갖추지 못한 경우 매도인은 하자담보책임을 부담한다.
대법원은 "매매의 목적물이 거래통념상 기대되는 객관적 성질이나 성능을 갖추지 못한 경우 또는 당사자가 예정하거나 보증한 성질을 갖추지 못한 경우에 매도인은 민법 제580조에 따라 매수인에게 그 하자로 인한 담보책임을 부담한다"고 판시했다(대법원 2021. 4. 8. 선고 2017다202050 판결).
중고품 거래에서는 하자의 중대성이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된다. 헌법재판소는 2006년 1월 26일 선고한 2005헌마424 결정에서 "중고자동차 거래에서 소비자 피해의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중고자동차의 성능과 상태에 관한 정확하고 완전한 정보를 얻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고 품질을 예측할 수 없다는 데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중고품에 어느 정도의 하자는 있을 수 있다고 전제한다면, A씨가 중대한 하자를 고의로 숨기지 않은 경우 B씨의 환불 요구는 법적으로 강제하기 어려울 수 있다. 대법원은 "거래의 중요한 사항에 관하여 구체적 사실을 신의성실의 원칙에 비추어 비난받을 정도의 방법으로 허위로 고지하여 기망하는 등의 위법행위가 없다면 매도인의 불법행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대법원 2006. 11. 23. 선고 2004다62955 판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