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화이트리스트'서 한국 제외…법적 쟁점을 둘러싼 갈등의 서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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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화이트리스트'서 한국 제외…법적 쟁점을 둘러싼 갈등의 서막

2019. 08. 03 17:04 작성2020. 09. 08 18:58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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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y.ahn@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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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ATT 5개 조항이 쟁점…일본은 안보조치 정당성 입증해야

갈등의 시작은 대법원의 강제노역 배상 판결

일본 정부가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전략물자 수출심사 우대국 명단)에서 제외하기로 결정했습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편집= 안세연 기자

일본 정부가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전략물자 수출심사 우대국 명단)에서 제외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예고한 대로 일본 정부는 2일, 각의(국무회의)에서 수출무역관리령 개정안을 의결했습니다. 이로써 반도체 산업의 3개 핵심소재에 한정됐던 수출규제가 전 산업으로 확대됩니다. 한국 수출 물품 1100여 개가 포괄허가에서 개별허가 대상으로 바뀌게 되는 것입니다.


비(非) 화이트국이 되면 그동안 주어졌던 우대가 모두 취소됩니다. 수출 심사가 몹시 까다로워지는 것입니다.


일본기업이 전략물자를 화이트국에 수출할 경우엔 3년 단위로 수출 허가를 받고 일주일 안에 선적이 가능합니다. 반면, 비(非) 화이트국에 수출할 경우는 통상 6개월 단위로 허가를 신청해야 하는데, 심사 기간만 해도 최대 석 달이 소요됩니다.


양국의 갈등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정부는 일본 조치의 부당함을 알리는 국제 여론전과 함께 WTO(세계무역기구) 제소에도 속도를 낼 계획입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준비 작업을 진행 중입니다. 쟁점은 ‘GATT(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 협정)' 조문 중 5개 조항입니다. 3개 조항은 한국 정부에 유리하고, 2개 조항은 일본 정부의 반격 카드로 쓰일 전망입니다.


WTO에 제소할 경우 한·일의 법적 쟁점

먼저, 화이트 리스트 배제는 최혜국 대우를 규정한 조항인 1조 1항 위반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습니다. 회원국 사이의 차별을 금한다는 조항입니다. 일본은 특혜를 부여하다 다시 되돌리는 것은 여기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뚜렷한 예외 사유가 존재하지 않으면 최혜국대우 철회도 원칙에 위배되기 때문에 일본은 합당한 답을 내놓아야 할 듯 보입니다.


10조 3항도 한국에 유리합니다. 이 조항은 WTO 회원국 간에 '일관적이고 공평하고 합리적’인 방식으로 통상 관련 제도·법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일본이 한국만을 집어 제재를 가했기에 위법이라는 해석이 가능합니다.


한국이 사용할 수 있는 카드로는 11조 1항도 꼽힙니다. 이 조항은 회원국 간 수출 물량 제한을 금지하고 있는데 일본은 지난달 4일부터 한국으로의 반도체 핵심소재 3개에 대한 수출규제를 강화하였기 때문에 여기에 해당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단, 실제로 수출 물량이 줄었다는 자료가 필요합니다.


일본은 국가 안보와 관련된 20조와 21조를 내세워 맞설 가능성이 큽니다. 이 조항들은 ‘필수적’ 안보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선 의무를 위반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단, 자국에 정말 필요한 조치여야 한다는 단서조항이 붙습니다. 또한 조치를 취하기 전에 당사국 간 합의 도출을 위한 노력을 해야 하는데, 일본은 두 가지 모두 명확한 증거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다만 WTO가 제소 결과 이전에 보복 조치를 금지하고 있고, 앞서 후쿠시마 수산물 수입 금지 소송도 최종 승소까지 4년이 걸린 만큼, 제소는 중장기적인 대응책으로 검토되고 있습니다.


대법원의 강제노역 배상 판결부터 화이트리스트 제외까지

무역전쟁까지 치달은 한·일 양국의 갈등은 ‘갑자기’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정치와 외교에서 양국은 상당한 마찰을 빚어왔는데, 서막은 대법원이 내린 강제노역 배상 판결 이후 열린 것으로 보입니다. 해방 이후 70년간 피해자들이 일본에 배상을 요구했지만 원활히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우리 대법원은 작년 10월에 일본 전범 기업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하여 피해자들에게 1인당 1억원씩을 지급하라고 했습니다.


그러나 일본 정부는 이를 “명확한 국제법 위반”이라고 주장했습니다. 1965년에 한일청구권협정으로 한국이 5억 달러의 경제협력자금을 받고, 청구할 권리를 포기했다는 게 근거였습니다. 국가 간 청구권과 개인의 청구권은 별개라는 대법원의 입장과는 대치되었습니다.


8천만원의 배상을 명령받은 미쓰비시중공업이 끝내 불응하면서 지난 3월, 법원은 미쓰비시의 특허권과 상표권을 압류하기로 하였습니다. 그러나 일본은 “원고 측에 의한 압류 움직임이 진행되는 것은 극히 심각하다”며 불쾌감을 드러냈고, 외교적 갈등의 골은 깊어졌습니다.


한국 정부는 지난 6월, 양국 기업의 자발적 모금을 해법으로 제안했습니다. 소송당사자인 일본 기업과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으로 이익을 본 한국 기업이 함께 돈을 모으자는 취지였습니다. 그러나 일본 정부는 이번에도 청구권 포기 사실을 이유로 모든 보상이 완전히 끝났다며 거부했습니다.


악화 일로를 걷던 양국 관계는 지난 6월 28일, 오사카에서 열린 G20 회의에서 고스란히 드러났습니다. 두 나라 정상은 약식 회담조차 갖지 않았고, 문재인 대통령과 아베 총리의 만남은 8초간의 악수가 전부였습니다.


일본 정부는 회의 직후였던 지난 7월, 한국으로 반도체 소재를 수출하는 절차를 까다롭게 만들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이를 1차 경제보복이라고 부르고, 이번 화이트리스트 제외를 2차 경제 보복이라고 부릅니다. 한국 정부와 국민은 거세게 반발했고 미국도 자제를 촉구했지만 일본은 지난 4일, 첫 보복 조치를 그대로 감행했습니다.


일본은 보복 조치와 함께 강제노역 문제를 제3국이 참여하는 중재위원회에 넘기자고 재차 요구했습니다. 하지만 한국 정부는 이 문제를 제3국에 넘기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판단했고, 답변 시한이었던 지난 18일까지 일본의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결국, 갈등은 더욱 심각해지며 이번 화이트리스트 제외까지 이어지게 되었습니다. 한국은 불매 운동이 장기화로 돌입했고, 일본도 아베 총리가 이끄는 당이 지난 22일의 총선에서 승리하면서 당분간 두 나라의 경제전쟁은 계속될 전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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