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깃만 스쳐도 인연, '손끝'이 스치면 폭행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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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깃만 스쳐도 인연, '손끝'이 스치면 폭행죄?

2020. 10. 12 17:58 작성2020. 10. 12 19:10 수정
백승은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bse@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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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끝'이 살짝 닿았던 게 계기가 돼 폭행죄로 고소당한 A씨. 변호사들은 손끝이 스친 것을 폭행죄에 해당한다고 볼까. /셔터스톡⋅편집=조소혜 디자이너

A씨는 얼마 전 황당한 일을 당했다. '손끝'이 살짝 닿았던 게 계기가 돼 폭행죄로 고소당한 것이다.


상황은 이랬다. A씨는 차선을 바꾸던 중 다른 운전자 B씨와 시비가 붙었다. 이후 A씨는 차에서 내려 B씨의 운전석 창문을 사이에 두고 말다툼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과하게 제스처를 취하던 A씨의 손이 운전석 안으로까지 들어가며 B씨의 몸에 살짝 닿았다.


그야말로 손끝이 스친 것인데 '폭행죄'라는 혐의를 받는 게 억울한 A씨. 하지만 담당 경찰은 "실형을 받을 수 있을 만큼 심각한 사안"이라고 했다. B씨가 운전 중이었기 때문에 특별범죄 가중처벌법(특가법)상 운전자 폭행이 적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애초에 먼저 차로 찾아와 으름장을 놨던 것은 B씨이고, 이에 대응했던 것뿐인데 자신만 처벌을 받게 될 위기인 것이다.


이 사실이 아직도 믿어지지 않는 A씨. 변호사들에게 이 상황을 어떻게 보는지 의견을 물었다.


폭행죄 성립 여부부터 갈린 변호사들 의견

특가법상 운전자 폭행을 검토하기에 앞서, 형법(제260조)상 폭행죄에 대한 의견부터 갈렸다. 특가법은 형법상 폭행죄의 성립을 전제로 하기 때문에, 폭행죄가 성립하지 않으면 특가법을 검토할 필요가 없다.


우선 우리 법원은 형법상 폭행죄를 "사람의 신체에 대하여 대해 육체적⋅정신적 고통을 주는 유형력을 행사하는 것 일체"라고 보고 있다. 여기에 "이때 피해자의 신체에 접촉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지난 2003년 대법원에서 명확히 했다.


이에 따르면 A씨는 폭행죄에 해당할 수 있다.


법무법인 주한의 송득범 변호사는 "폭행이 반드시 신체를 접촉할 것을 요구하지 않는다"며 "말다툼 과정에서 손끝이 닿은 게 '유형력'에 해당하는지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반면 법률사무소 중현의 지세훈 변호사는 "창문 너머로 대화를 시도하던 중에 손끝이 닿은 것을 폭행죄로 보기는 어렵다"고 분석했다.


변호사 이주성 법률사무소의 이주성 변호사 또한 "폭행죄의 경우 '고의적인 신체적 유형력(행위)의 행사'가 있어야 성립한다"며 "A씨처럼 대화를 시도하다 손끝이 닿은 경우엔 폭행죄가 성립한다고 보긴 어렵다"고 봤다.


폭행죄 혐의는 적용될 수 있지만, 고의가 아니기에 인정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취지다.


차가 정차 중이었는데, 특가법상 '운전자 폭행죄' 적용되는 이유

만약 폭행죄가 성립한다고 해도 '정차 중인 자동차 안에 손이 들어간 행위'가 특가법 적용 대상일까. A씨 입장에서는 형법상 폭행죄(최대 징역 2년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비해 특가법상 운전자 폭행죄(최대 징역 5년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가 적용되는 게 훨씬 불리하다.


이에 대해 법무법인 엘앤엘 광명 사무소의 김형석 변호사는 "운행 중이라는 의미는 꼭 주행 중이라는 것만을 뜻하는 건 아니다"라며 "신호대기 등을 위해 잠시 정차 중일 때도 포함된다"라고 말했다.


B씨의 차가 움직이지 않고 멈춰 있는 상태에서 A씨가 창문 사이로 손을 넣었을 경우에도 특가법이 적용될 수 있는 것이다.


담당 경찰의 직접 '실형' 언급은 이례적⋯적극 대응 필요

변호사들은 또한 담당 수사관이 실형을 언급한 것이 A씨에게 '불리한 상황'이라는 의견을 보였다.


이주성 변호사는 "담당 수사관이 심각한 상황이라고 직접 언급하는 건 이례적인 경우"라고 했고, 공동법률사무소 인도의 안병찬 변호사도 "수사관이 실형을 언급한 건 심각해 보인다"라고 말했다.


이에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지세훈 변호사는 "담당 경찰이 심각한 사안이라고 얘기했다면, A씨에게 불리한 사정이 있다고 보여진다"라며 "의견서를 제출하는 등 철저히 대응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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