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인 월급 200만원' 시대…5살 아들 군 복무도 수입, 24년 만의 판결
'군인 월급 200만원' 시대…5살 아들 군 복무도 수입, 24년 만의 판결
아이의 비명, 카페 수영장에서 벌어진 비극적 참사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2021년 9월, 한적한 고양시의 'E' 카페 수영장에서 5세 3개월 된 남자아이(피해자, 망 C)가 물놀이를 하던 중, 수영장 바닥의 배수구에 팔이 끼이는 참사가 발생했다.
성인 두 명이 힘을 합쳐도 팔을 빼지 못할 만큼 수압은 강했고, 결국 아이는 다음 날 익수로 인한 다발성 장기부전으로 사망했다. 아들의 어머니인 원고 A는 카페 운영자 피고 B를 상대로 2억 5천만 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며 법적 다툼을 시작했다.
형사 법정: '유죄'와 '무죄'가 뒤섞인 피고의 책임
사고 직후 피고 B는 업무상과실치사죄와 체육시설의 설치·이용에 관한 법률(체육시설법) 위반죄로 기소되었다. 2024년 4월 25일 의정부지방법원 고양지원(제1심)은 피고에게 업무상과실치사의 점은 유죄로 인정하고, 금고 1년 6월을 선고했다.
다만, 체육시설법 위반의 점은 무죄로 판단했다. 민사 사건이 진행되는 동안 피고와 검사 모두 항소하여 형사 사건은 의정부지방법원에서 항소심이 계속 중이다.
민사 법정: 법적 책임의 경계, 체육시설 미신고는 면죄부가 아니다
피고 B는 민사 소송에서 수영장 배수구에 손을 넣는 상황까지는 예견할 수 없었으며, 형사 사건에서도 체육시설법 위반에 대해 무죄를 받았으므로 손해배상 책임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서울고등법원(항소심)은 이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피고가 관할관청에 수영장업 신고를 하지 않아 체육시설법상 의무가 부여되지 않는다고 주장하나, 신고를 위반한 자가 오히려 의무가 경감되어 보호받는 결과는 부당하다는 점, ▲형사상 범죄를 구성하지 않아도 민사상 불법행위는 성립한다는 점, ▲특히 영유아의 신체 일부가 배수구에 끼는 사고는 매우 이례적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점 등을 들어 피고가 안전조치에 관한 주의의무를 다하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피고의 손해배상 책임은 60%로, 원심(50%)보다 더 높게 책정되었다.
배상액의 반전: 24년 만에 깨진 '군 복무 기간 제외' 원칙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은 사망한 미성년 남자아이의 장래 일실수입(잃어버린 수입)을 산정할 때 병역복무기간을 가동기간에 포함할지 여부였다. 원심인 의정부지방법원 고양지원은 대법원 2000년 판례를 근거로 병역복무기간(18개월)을 가동기간에서 제외하고 일실수입을 계산했다.
하지만 서울고등법원은 이 원심 판단을 뒤집고 병역복무기간을 가동기간에 산입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시하며 법리적 반전을 일으켰다.
법원이 판단을 변경한 핵심 근거는 다음과 같다:
- 헌법 원칙 위배: 병역복무기간을 제외하는 것은 병역의무자에게 군 복무로 인한 불이익한 처우를 야기하고, 병역의무가 없는 사람과 합리적 이유 없이 차별하는 결과를 초래하여 헌법 제11조(평등) 및 제39조 제2항(불이익 처우 금지)에 위배된다.
- 국가배상법과의 형평: 2023년 개정된 국가배상법 시행령은 군 복무 기간을 '취업가능기간'에 전부 산입하도록 하여 국가배상 기준의 차별을 시정했으며, 이러한 개정 취지는 일반 손해배상에서도 동일하게 적용되어야 한다.
- 군 복무에 대한 사회적 인식 변화: 대법원 2000년 판례 선고 이후 병사들의 봉급이 최저임금에 가까운 수준으로 인상되는 등 군 복무자에 대한 처우와 사회적 예우 필요성이 실질적으로 변화했다. 군 복무 전에 사고로 일실수입을 받지 못하는 것은 군 복무 이후에 사고를 당한 사람과의 형평에 어긋나는 부당한 결과이다.
최종 판결: 배상금 1,400여만 원 증액
이러한 법리적 변화에 따라 피해자의 일실수입 산정액이 증가했고, 피고의 책임 비율(60%)도 원심(50%)보다 높게 인정되었다. 서울고등법원은 피고에게 원심보다 14,202,706원이 증액된 총 184,475,424원을 원고(어머니)에게 지급하라고 명령하며 원고의 항소를 일부 인용했다.
이 판결은 '군 복무는 가동 불가 기간'으로 보았던 기존의 손해배상 법리에 큰 변화를 가져온 주요 사례로 기록될 전망이다.
[참고] 의정부지방법원 고양지원 2023가단50369 손해배상 (2024. 4. 25. 선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