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농증을 충치로 오진, 생니 3개 뽑은 치과…법적 책임은?
축농증을 충치로 오진, 생니 3개 뽑은 치과…법적 책임은?
치통의 원인은 축농증이었지만, 치과는 멀쩡한 생니 3개를 뽑았다.
법원은 이 경우 누구의 손을 들어줄까?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극심한 치통의 원인이 축농증이라는 사실을 모른 채 멀쩡한 생니 3개를 뽑게 된 한 여성의 사연이 법적 다툼으로 번질 조짐이다.
사건은 A씨의 어머니가 참을 수 없는 통증으로 A치과를 찾으면서 시작됐다. A치과는 왼쪽 위 어금니 두 개를 뽑고 임플란트 시술을 권했다. 하지만 시술 후에도 통증은 계속됐고, 병원은 남은 어금니 하나마저 신경치료 끝에 발치했다. 생니 세 개가 사라졌지만 고통은 끝나지 않았다.
답답한 마음에 다른 B치과를 찾은 A씨의 어머니는 청천벽력 같은 소리를 들었다. 엑스레이 사진을 본 B치과 의사가 "사진 색깔이 다르다. 염증이 의심되니 이비인후과에 가보라"고 조언한 것이다. 이비인후과에서 받은 진단명은 '축농증'. 놀랍게도 축농증 치료를 시작한 당일부터 지긋지긋하던 통증이 사라지기 시작했다.
다른 병원은 바로 알았는데 오진 치과의 책임은?
법률 전문가들은 A치과의 '오진'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입을 모은다. 법무법인 창세 김정묵 변호사는 "통증 원인이 축농증이었음에도 치아 문제로만 판단해 불필요한 발치를 했다면 의료인의 주의의무 위반으로 평가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위턱 어금니 통증의 원인으로 축농증(부비동염)을 감별 진단하는 것은 치과의사의 기본적 의무에 속한다는 설명이다.
소송으로 이어진다면 과실 입증 책임은 환자에게 있다. 법무법인대한중앙 조기현 변호사는 "의사의 과실, 그로 인한 손해 발생, 손해의 정도까지 모두 환자가 입증해야 한다"며 증거 확보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B치과 의사가 엑스레이만 보고도 축농증을 의심했다는 진료 기록은 A치과의 과실을 입증할 결정적 증거가 될 수 있다.
뽑아버린 생니 3개, 얼마를 보상받을 수 있나
의료 과실이 법정에서 인정되면 환자는 재산상 손해와 정신적 손해(위자료)를 배상받을 수 있다. 로티피 법률사무소 최광희 변호사는 "불필요한 발치로 쓴 치료비, 향후 임플란트 비용 등 재산상 손해와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를 청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A치과에 낸 치료비는 물론, 사라진 치아 3개를 복원할 미래의 임플란트 비용까지 받아낼 수 있다는 뜻이다.
법무법인 휘명 김민경 변호사는 "의료 감정에서 불필요한 발치였음이 명확히 드러나면 수천만 원대 손해배상 판결이 나온 사례도 적지 않다"며 적극적인 법적 대응을 고려해볼 만하다고 말했다.
소송만이 정답일까 더 빠른 해결책은
하지만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드는 소송은 환자에게 큰 부담이다. 전문가들은 소송에 앞서 다른 절차를 먼저 밟아볼 것을 권한다. 법무법인 태강 정재영 변호사는 "소송보다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에 조정을 신청하는 편이 효율적"이라며 "전문 감정으로 과실 여부를 객관적으로 확인받고, 소송보다 빠르고 적은 비용으로 합의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조정이 실패하면 그때 민사소송을 제기해도 늦지 않는다.
어떤 절차를 밟든 진료기록부, 영상 자료, 다른 병원의 진단서 등 객관적 자료를 완벽하게 확보하는 것이 승패를 가를 수 있다. 법의 심판으로 돈을 돌려받을 수는 있어도, 한번 뽑힌 생니는 다시 돌아오지 않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