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 돌아가셨는데…” 경조금 안 준 회사에 불만 토로했다 ‘적반하장’ 고소당한 직원
“할머니 돌아가셨는데…” 경조금 안 준 회사에 불만 토로했다 ‘적반하장’ 고소당한 직원
동료 3명과 나눈 카톡이 ‘명예훼손’?
법의 심판대에 오른 억울함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퇴사를 앞두고 외조모상을 당한 직원에게 경조금을 주지 않은 회사를 향해 억울함을 토로했다가 되레 명예훼손과 무고 혐의로 고소당한 사연이 알려져 파장이 일고 있다. 법률 전문가들은 회사의 고소가 성립하기 어렵다는 데 무게를 싣고 있다.
“경조금 준다더니” 퇴사일에 말 바꾼 회사
사건의 발단은 2023년 10월, A씨가 2년간 몸담았던 회사를 떠나는 시점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남은 연차를 소진하던 중 외할머니가 돌아가셨다는 비보를 접한 A씨.
그는 곧바로 회사에 이를 알렸고, 인사담당자로부터 “경조금이 지급될 것”이라는 안내를 받았다. 회사 복지 혜택에 ‘대표이사 승인 하에 경조금을 지급한다’는 내용이 있었기에 당연한 절차라고 믿었다.
하지만 퇴사 당일, 회사는 돌연 태도를 바꿨다. “복지 혜택은 계속 재직자를 대상으로 한다”는, 기존에 없던 이유를 대며 경조금 지급 신청을 반려한 것이다.
약속을 믿었던 A씨는 부당함을 바로잡고자 노동부에 진정서를 제출하기로 마음먹었다.
친한 동료 3명과의 단톡방 회사의 ‘역공’
퇴사일, A씨는 자신을 포함해 총 4명뿐인 친한 동료들과의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에서 억울함을 쏟아냈다.
“외조모상을 당한 직원에게 경조금을 지급하지 않는 기업”, “없는 규칙은 그때그때 회사에 유리하게 만드는 기업”이라며 속상한 마음을 털어놨다. 지극히 사적인 공간에서 이뤄진 하소연이었다.
그러나 회사는 어떤 경로로 확보했는지 알 수 없는 이 대화 내용을 근거로 A씨에게 칼을 겨눴다. A씨의 발언이 회사의 명예를 훼손했고, 노동부 진정은 허위 사실에 기반한 ‘무고’라는 주장이었다. 심지어 A씨가 쓰지도 않은 기업 리뷰 사이트 ‘잡플래닛’의 악성 후기까지 그가 썼다고 주장하며 고소장에 포함했다.
법률가들 “명예훼손·무고 성립 가능성 매우 낮다”
이 기막힌 사연에 법률 전문가들은 한목소리로 “혐의가 성립되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회사가 문제 삼은 두 가지 혐의, 명예훼손과 무고죄 모두 법리적으로 따져볼 때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다는 분석이다.
먼저 명예훼손죄의 핵심 요건은 ‘공연성’, 즉 불특정 다수에게 내용이 전파될 가능성이다.
한대섭 변호사(모두로 법률사무소)는 “대화방 참여자는 단 4명이며 모두 친한 동료였다”면서 “판례는 비밀을 지킬 것으로 기대되는 관계에서는 ‘전파될 가능성’이 없어 공연성을 부정한다”고 설명했다.
회사를 비방하려는 ‘폭로’가 아닌, 부당한 처사에 대한 사적인 불만 토로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무고죄 역시 성립 가능성이 희박하다.
무고죄는 ‘타인을 처벌받게 할 목적’으로 ‘허위 사실’을 신고해야 한다. 김준성 변호사(법무법인 공명)는 “무고는 신고 당시 허위 사실임을 인식하는 내심의 의사가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A씨의 경우 △실제 외조모상을 당했고 △경조금 제도가 존재했으며 △인사담당자로부터 지급 약속을 받았고 △결국 지급이 거절된 것은 모두 ‘객관적 사실’이다. 사실관계에 대한 법적 판단을 구하는 행위를 허위 사실 신고로 볼 수 없다는 게 법조계의 중론이다.
최정욱 변호사(법무법인 성지 파트너스)는 “회사가 퇴사한 개인을 대상으로 사실상 대표이사가 회사 자본으로 상담자를 괴롭히고 있다는 판단도 든다”며 회사의 고소 남용 가능성을 지적하기도 했다.
결론적으로 A씨가 잡플래닛 리뷰를 쓰지 않았다는 점은 계정 내역으로 쉽게 증명 가능하며, 카카오톡 대화와 노동부 진정 역시 범죄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일관된 시각이다.
다만, 회사가 고소를 감행한 이상 억울한 처벌을 피하기 위해서는 초기 수사 단계부터 변호인의 조력을 받아 적극적으로 방어 전략을 수립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