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만 15번째 '무정차 통과'... 시민의 발 묶은 혜화역 전장연 시위

글자 크기 설정

미리보기

더 이상 어렵지 않은 법을 위한 인터넷 신문 로톡뉴스를 만나보세요. 법 전문가들의 다양한 생각과 가치를 생생히 전달합니다.

올해만 15번째 '무정차 통과'... 시민의 발 묶은 혜화역 전장연 시위

2025. 11. 27 10:17 작성
조연지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yj.jo@lawtalknews.co.kr

글자 크기 설정

미리보기

더 이상 어렵지 않은 법을 위한 인터넷 신문 로톡뉴스를 만나보세요. 법 전문가들의 다양한 생각과 가치를 생생히 전달합니다.

27일 아침 4호선 혜화역 30분간 무정차 통과

올해만 벌써 15번째

서울 지하철 4호선 혜화역 /연합뉴스

27일 아침, 서울 지하철 4호선 혜화역이 일시적인 '유령역'으로 변했다. 출근길 시민들의 발이 묶인 시간은 약 30분.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의 기습 시위로 인해 열차가 혜화역을 서지 않고 그대로 통과했기 때문이다.


올해 들어서만 벌써 최소 15번째 반복된 '무정차 통과' 조치다. 장애인 권리 예산 보장이라는 뚜렷한 명분과 시민의 이동권이라는 현실적 권리가 정면으로 충돌하는 가운데, 이번 사태를 바라보는 법적인 시선이 어느 때보다 날카로워지고 있다. 단순한 시위를 넘어 형사 처벌의 경계선에 선 이번 사태의 사실관계와 법적 쟁점을 분석했다.


30분간 사라진 출근길… 반복되는 '탑승 시위'의 전말

사건은 27일 오전 8시 26분경 발생했다. 서울교통공사는 긴급 안전안내문자를 통해 "현재 집회 시위로 혜화역(오이도행) 열차가 무정차 통과 중"이라고 공지했다. 전장연 회원들이 승강장에서 정부에 장애인 권리 예산 보장을 촉구하며 선전전을 벌이는 과정에서 열차 운행에 차질이 빚어졌기 때문이다.


열차 운행은 30분이 지난 오전 8시 56분경에야 정상화됐다. 하지만 그 사이 혜화역을 이용하려던 수많은 직장인과 학생들은 영문도 모른 채 다른 교통수단을 찾아야 하거나, 다음 역에서 내려 되돌아오는 불편을 겪어야 했다.


공사 측에 따르면 이러한 탑승 시위로 인한 무정차 조치는 올해 최소 15회에 달한다. 전장연 측은 "장애인도 이동하고 교육받고 싶다"며 헌법적 권리를 주장하고 있지만, 반복되는 출근길 대란에 대한 시민들의 피로도와 공사 측의 대응 강도는 점차 높아지는 추세다. 문제는 이 반복된 행위가 법의 테두리를 벗어났는지 여부다.


쟁점 1. '신고' 없는 지하철 시위, 옥외집회법 위반인가

가장 먼저 제기되는 쟁점은 집회 절차의 적법성이다.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에 따르면, 시위를 주최하려는 자는 시작 720시간 전부터 48시간 전까지 관할 경찰서장에게 신고서를 제출해야 한다.


지하철 역사 내부는 공중이 자유롭게 통행하는 장소이기에 '옥외집회'의 장소로 해석될 여지가 충분하다. 만약 전장연 측이 사전에 적법한 신고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면, 이는 명백한 집시법 위반이 된다. 설령 긴급한 사안이라 하더라도 '신고 가능성이 존재하는 즉시' 신고해야 한다는 것이 법조계의 중론이다. 신고하지 않은 집회는 그 자체로 불법의 소지를 안게 된다.


쟁점 2. 멈춰 선 열차, '교통방해'와 '업무방해'의 덫

단순히 신고 여부를 떠나, 실제 열차 운행을 방해한 행위는 형법상 더 무거운 책임을 질 수 있다. 법률 전문가들은 크게 두 가지 혐의를 지적한다. 바로 '일반교통방해죄'와 '업무방해죄'다.


형법 제185조의 일반교통방해죄는 육로 등을 손괴하거나 불통하게 하여 교통을 방해할 때 성립한다. 판례는 신고된 범위를 벗어나 차로를 점거해 통행을 막은 경우에도 이 죄를 적용해왔다. 지하철 승강장을 점거해 열차가 정차하지 못하게 하거나 운행을 지연시킨 행위는 '기타 방법으로 교통을 방해한 것'으로 볼 여지가 다분하다.


더욱 치명적인 것은 '업무방해죄'다. 형법은 '위력'으로써 사람의 업무를 방해한 자를 처벌한다. 여기서 위력이란 사람의 자유의사를 제압하거나 혼란하게 할 만한 일체의 세력을 뜻한다. 서울교통공사가 정상적인 운행을 하지 못하고 '무정차 통과'라는 비상조치를 취하게 만든 원인이 시위에 있다면, 이는 공사의 여객 운송 업무를 위력으로 방해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대법원 역시 과거 철도노조 파업 관련 사건에서 물리적 저지 행위에 대해 업무방해죄를 인정한 바 있다.


쟁점 3. "좋은 목적이니까 괜찮다?"… 정당행위 인정의 벽

전장연 측은 장애인 권리 예산 확보라는 공익적 목적을 강조하며 시위의 정당성을 주장한다. 형법 제20조에 따른 '정당행위'로서 위법성이 조각되어야 한다는 논리다.


하지만 법조계의 시각은 냉정하다. 정당행위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목적의 정당성뿐만 아니라 ▲수단과 방법의 상당성 ▲법익의 균형성 ▲긴급성 등의 요건을 모두 갖춰야 한다.


장애인 권리 보장이라는 목적은 정당하다. 그러나 출근 시간대라는 특정 시점에, 다수 시민의 발을 묶는 방식을 '상당한 수단'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지적이 지배적이다. 특히 올해만 최소 15차례나 반복된 점은 '최후의 수단'이나 '긴급성' 요건을 충족하기 어렵게 만든다.


대법원 판례 또한 과거 지하철 승객들에게 무임승차를 권유한 행위 등에 대해 정당성을 부정한 바 있어, 타인의 권리(시민의 이동권, 공사의 업무권)를 과도하게 침해하는 방식의 시위는 법적 보호를 받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결국, 27일 아침 혜화역의 30분은 단순한 지연이 아니었다. 목적이 아무리 정당하더라도 그 방법이 타인의 일상을 반복적으로 파괴한다면, 법은 더 이상 관용을 베풀기 어렵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다. 장애인의 이동권과 시민의 평온한 출근길, 두 권리의 충돌 속에서 '적법한 수단'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나만 모르는 일상 법률 상식, 매일 아침 배달해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