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바친 '헌신', '인생 낭비' 종교적 가스라이팅의 덫

글자 크기 설정

미리보기

더 이상 어렵지 않은 법을 위한 인터넷 신문 로톡뉴스를 만나보세요. 법 전문가들의 다양한 생각과 가치를 생생히 전달합니다.

30년 바친 '헌신', '인생 낭비' 종교적 가스라이팅의 덫

2025. 09. 04 13:26 작성
김혜지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hj.kim@lawtalknews.co.kr

글자 크기 설정

미리보기

더 이상 어렵지 않은 법을 위한 인터넷 신문 로톡뉴스를 만나보세요. 법 전문가들의 다양한 생각과 가치를 생생히 전달합니다.

법정에서 막힌 ‘청춘반환소송’, 피해자 구제 가능성은?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30년 세월이 원통합니다. 지금도 젊은 사람들이 세뇌당해 인생을 낭비하고 있어요.”


신천지를 탈퇴한 김 모 씨는 수십 년간 종교에 헌신한 세월이 ‘인생 낭비’였다고 주장한다.


그는 신천지 탈퇴 후 무보수 노동과 헌금으로 인한 경제적 손실, 그리고 가정 파탄까지 겪었다며 '청춘반환소송'을 준비 중이다. 김 씨는 이 모든 일이 신천지 측의 '종교적 가스라이팅'에 의해 벌어진 일이라 주장하고 있다.


최근 전광훈 목사 관련 서울서부지법 난동 사건 수사 과정에서도 '종교적 가스라이팅'이 언급되며 사회적 논란이 커지고 있다. 경찰은 교인들이 심리적 지배를 받아 난동에 가담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수사를 진행했다.


이처럼 장기간에 걸쳐 심리적으로 이뤄지는 가스라이팅 피해를 법적으로 입증하는 것이 주요 쟁점이 되고 있다.


법의 벽에 가로막힌 ‘세뇌’의 증명

김 씨의 소송에 앞서 2018년 신천지를 탈퇴한 신도 3명이 신천지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1심과 2심 법원은 이 중 한 피해자에게 “신도로 포섭된 이후 친절과 호의가 순식간에 사라져 외톨이가 될 수 있다는 불안 심리를 이용했다”며 500만 원의 배상금을 인정했다. 그러나 이 판결은 대법원에서 뒤집혔다.


대법원은 "강압적으로 이뤄졌다고 볼 만한 여지가 없다"며 종교적 가스라이팅을 인정하지 않았다. 이 사건을 대리한 홍종갑 변호사는 "자발적 동의라고 보기 어려운 가스라이팅 범죄가 유독 종교 영역에서 인정받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신천지 측은 "신앙생활, 봉사, 헌금 등은 개인의 자발적인 선택에 의해 이뤄지며, 강제가 있을 수 없다"고 반박했다. 피해자들의 '세뇌' 주장과 종교단체의 '자발적 선택'이라는 항변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종교의 자유와 피해자 구제의 갈림길

종교적 가스라이팅 사건이 법정에서 인정받기 어려운 가장 큰 이유는 헌법상 '종교의 자유'와 '정교분리 원칙' 때문이다.


법원은 종교단체 내부 문제에 대해 실체적 판단을 꺼리는 경향이 있으며, 이는 헌법이 보장하는 종교단체의 자율권을 최대한 존중하기 위함이다.


이 때문에 피해자는 해당 사안이 단순한 종교 내부의 문제가 아니라, 일반 국민으로서의 권리와 의무를 침해한 불법행위임을 입증해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된다.


민법 제750조에 따른 불법행위가 인정되려면, 피해자는 종교단체의 행위가 ▲고의 또는 과실로 이루어졌고, ▲그 행위에 위법성이 있으며, ▲실제로 손해가 발생했고, ▲행위와 손해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음을 증명해야 한다.


특히 종교적 가스라이팅의 경우, 종교 활동이 '자발적'이었다는 종교단체의 주장을 반박하기 위해 행위에 강제성 또는 기망이 있었음을 명확히 밝혀야 한다.


예를 들어, 종교단체가 피해자의 불안감이나 소속감 욕구 같은 심리적 취약성을 의도적으로 이용했다는 점을 입증해야 한다.


민법 개정안, 희망의 불씨가 될까

그러나 최근 법무부가 '부당한 간섭에 의한 의사표시' 조항을 신설하는 민법 개정안을 입법 예고하면서 새로운 가능성이 열렸다. 이 조항이 통과되면 목회자와 신도처럼 심리적 지배가 일어나기 쉬운 관계에서 이뤄진 의사표시를 취소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된다.


기존의 민법 제109조(착오에 의한 의사표시)나 제110조(사기·강박에 의한 의사표시)만으로는 가스라이팅 피해를 구제하기 어려웠던 점을 보완하는 것이다. 이 개정안은 종교적 가스라이팅과 같은 심리적 조작에 의한 피해자 구제에 중요한 전환점이 될 수 있다.


'청춘반환소송'은 종교적 자유와 개인의 기본권 사이의 첨예한 갈등을 드러내며, 앞으로의 법제도 변화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나만 모르는 일상 법률 상식, 매일 아침 배달해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