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 3년차, 호주 법원서 이혼하자는 남편…어느 나라 법원에서 재판해야 할까?
이민 3년차, 호주 법원서 이혼하자는 남편…어느 나라 법원에서 재판해야 할까?
변호사 "재산과 생활 기반이 한국이라면 한국 법원 관할 인정돼"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결혼 20년 차, 호주로 이민 간 지 3년 만에 파경을 맞은 A씨의 사연이다. 한국에서 전업주부로 살던 A씨는 호주에서 네일숍을 열며 새로운 삶을 시작했지만, 경제권을 쥐게 되자 남편과의 갈등이 깊어졌다.
결국 남편은 호주 법원에 이혼 소장을 냈다. 문제는 남편이 한국에 있던 예금을 호주 계좌로 옮기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부동산을 포함해 부부의 전 재산은 대부분 한국에 있는 상황. A씨가 한국 법원에 이혼 소송을 제기하자, 남편은 "이미 호주에서 재판 중이니 중복 소송이라 무효"라고 주장하고 나섰다.
남편의 말대로 A씨는 호주 법원의 처분만 기다려야 하는 걸까. 20일 YTN 라디오 '조인섭 변호사의 상담소'에 출연한 법무법인 신세계로 신고운 변호사가 이 사건의 쟁점을 짚었다.
몸은 호주에 있어도 재산은 한국에... 한국 법원서 재판 가능
가장 큰 쟁점은 어느 나라 법원에서 재판하느냐다. 부부 모두 호주 영주권자이고 거주지도 호주인 상황. 하지만 신고운 변호사는 "한국 법원에서 재판이 가능하다"고 단언했다. 핵심은 '실질적 관련성'이다.
신 변호사는 "당사자가 대한민국 국민이고, 분쟁 사안이 대한민국과 실질적 관련성이 있다면 우리 법원이 국제 재판 관할권을 가진다"고 설명했다.
이 부부는 결혼 생활 20년 중 17년을 한국에서 살았다. 대부분의 재산 형성이 한국에서 이뤄졌고, 부동산과 예금 등 핵심 자산도 한국에 있다.
신 변호사는 "호주에서 판결을 받더라도 한국에 있는 부동산을 집행하려면 한국에서 다시 집행 판결 소송을 해야 한다"며 "이중, 삼중 소송을 방지하고 신속한 해결을 위해선 대한민국을 재판적으로 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분석했다.
남편의 "중복 소송" 주장, 법적으로 통할까
남편은 호주에 먼저 소장을 냈으니 한국 소송은 중복이라며 각하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우리 법(국제사법 제11조)은 외국 법원에 사건이 계속 중이라도, 한국 법원에서 재판하는 것이 더 적절함이 명백한 경우에는 소송 절차를 중지하지 않을 수 있다고 규정한다.
신 변호사는 "우리나라에 실질적 관련성이 있다고 판단되면 중복 소송 주장은 배척될 것"이라며 "본안 심리에 들어가 위자료와 재산분할을 구체적으로 따지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소송 직전 호주로 빼돌린 돈, 현금으로 보관한 것으로 간주
A씨의 가장 큰 걱정은 남편이 한국 계좌의 돈을 호주로 빼돌리고 있다는 점이다. 이혼 소송이 본격화되기 전 재산을 은닉해 분할 대상을 줄이려는 꼼수로 보인다.
이에 대해 신 변호사는 "금융거래 정보 제출 명령을 통해 다 잡아낼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혼 소송이 시작되면 법원은 재산 명시 절차를 통해 쌍방의 재산 목록을 제출받는다. 이때 법원을 통해 최근 3년 치 은행 거래 내역을 조회할 수 있다.
신 변호사는 "소 제기 시점 이전에 남편이 돈을 해외로 이체해 통장 잔고를 비웠더라도, 거래 내역을 통해 그 돈이 어디로 갔는지 확인 가능하다"며 "이 경우 재판부는 남편이 해당 금액을 현금으로 보관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해 재산분할 대상에 포함한다"고 강조했다.
결국, 꼼수로 재산을 해외로 도피시켜도 법원의 금융 조회 시스템 앞에서는 무용지물인 셈이다. 신 변호사는 "재산의 중심이 한국에 있다면 한국 법원에서 소송을 진행하고, 금융 거래 내역 확인을 통해 빼돌린 재산까지 분할 대상으로 삼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