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카 때린 가해자 SNS에 공개한 삼촌의 '사적 제재'⋯아동학대·명예훼손 피하기 어렵다
조카 때린 가해자 SNS에 공개한 삼촌의 '사적 제재'⋯아동학대·명예훼손 피하기 어렵다
조카 집단폭행에 분노해 신상 공개
사과 영상 게시한 30대 삼촌
유죄 확률 높으나, 실형 가능성은 낮아

집단폭행 가해 청소년의 신상과 사과 영상을 SNS에 올린 30대 삼촌이 아동학대와 명예훼손 혐의로 송치될 예정이다. /셔터스톡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조카가 무자비한 집단폭행을 당하자 분노한 삼촌은 가해자들의 신상을 소셜미디어(SNS)에 박제했지만, 결국 조카를 지키려던 그가 '아동학대범'이자 '명예훼손범'으로 법정에 설 위기에 처했다.
지난 4월 5일, 충북 청주시 무심천 벚꽃축제 현장에서 중학생 조카가 또래 4명에게 집단폭행을 당해 전치 10일의 상해를 입는 사건이 발생했다.
분노한 30대 삼촌 A씨는 가해 청소년 중 한 명의 신상을 SNS에 공개했다. 여기서 멈추지 않고 직접 가해자를 찾아가 사과를 받아내는 영상을 촬영해 SNS에 함께 게시했다.
하지만 이 통쾌한 복수극의 결말은 경찰 송치였다. 가해 청소년의 어머니가 고소장을 제출하면서, 청주흥덕경찰서는 A씨를 아동학대와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불구속 송치할 예정이라고 8일 밝혔다.
내 조카를 때린 범죄자의 악행을 알린 것인데, 왜 삼촌이 처벌을 받게 되는 것일까.
범죄 사실 폭로도 명예훼손 성립⋯공익성 인정받기 힘든 이유
대중의 상식과 달리, 범죄 사실을 폭로하는 행위는 우리 형법상 명예훼손죄에 해당한다. 허위가 아닌 '진실한 사실'을 적시했더라도, 불특정 다수가 볼 수 있는 SNS에 올려 상대방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켰다면 처벌 대상이다.
즉, 가해자가 실제로 폭행을 저지른 것이 사실이라 할지라도 범죄 구성요건은 충족된다.
유일한 탈출구는 형법 제310조에 따른 위법성 조각이다. 폭로 목적이 오로지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었다면 처벌받지 않는다. 하지만 법조계의 시각은 냉정하다. A씨의 폭로가 공익으로 인정받을 확률은 사실상 제로(0)에 가깝다.
법원은 공익성을 판단할 때 대상이 공인인지, 폭로 내용이 사회적 관심사인지 등을 엄격하게 따진다. 이번 사안의 가해자는 공인이 아닌 사인이며, 심지어 미성년자다.
최근 법원은 미성년 범죄자의 신상을 공개한 유사 사건에서 "미성년자는 책임능력이 미약해 신상정보 공개에 매우 엄격할 필요가 있다"며 "공익적 목적을 내세운 신상 공개는 명예훼손이라는 사적 제재에 불과하다"고 판시한 바 있다.
A씨의 행동은 조카를 위한 사적 복수일 뿐, 사회를 위한 공익적 폭로로 인정받기 어렵다는 뜻이다.
가해자도 아동⋯처벌 수위와 유죄 확률 따져보니
A씨를 옭아맨 또 다른 혐의는 '아동학대'다. 아무리 가해자라도 법적으로는 보호받아야 할 미성년자(아동)이기 때문이다.
물론 A씨 측은 "삼촌은 친권자나 고용 관계에 있는 사람이 아니므로 아동학대처벌법상 보호자가 아니다"라고 다툴 여지가 있다.
하지만 아동복지법 제17조는 보호자 여부와 관계없이 "누구든지" 아동의 정신건강 및 발달에 해를 끼치는 정서적 학대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SNS에 신상을 공개하고 강제로 사과 영상을 찍어 올린 행위는 가해 청소년에게 심각한 수치심을 유발하는 정서적 학대로 충분히 포섭될 수 있다.
그렇다면 A씨가 아동학대로 처벌받게 될 확률은 어느 정도일까. 아동복지법상 정서적 학대행위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법원의 양형기준상 기본 권고형은 징역 6개월에서 1년 6개월 수준이다.
종합적으로 분석할 때, A씨가 유죄 판결을 받을 확률은 80% 이상으로 매우 높다. 경찰이 이미 혐의를 인정해 송치했고, SNS 게시물이라는 명백한 증거와 고소장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100% 실형(교도소 수감)을 살게 될까 묻는다면, 그 확률은 10% 미만으로 극히 낮다.
A씨가 초범인 데다, 조카가 먼저 무자비한 집단폭행을 당해 이를 보호하려는 참작할 만한 범행 동기가 명백하기 때문이다. 재판부 역시 이 점을 고려해 징역형의 집행유예나 벌금형으로 선처할 가능성이 크다.
사법 시스템을 우회한 사적 제재는 일시적인 통쾌함을 줄 순 있지만, 결국 부메랑이 되어 돌아온다. 조카를 향한 삼촌의 뜨거운 분노는 십분 이해할 수 있으나, 범죄 가해자를 향한 단죄는 섣부른 폭로가 아닌 수사기관과 법원에 맡겨야 한다는 씁쓸한 교훈을 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