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 생기면 내가 책임진다"던 네이버 최고운영책임자, 이제 어떤 책임을 질까
"문제 생기면 내가 책임진다"던 네이버 최고운영책임자, 이제 어떤 책임을 질까
네이버 개발자 사망 사건 논란⋯숱한 논란에도 복직한 책임자, 이를 두둔한 임원
변호사들 "사태 방관한 임원, 최소한 민사상 손해배상 공동 책임⋯행위 따라 형사처벌도"

네이버 개발자가 극단적 선택을 한 뒤, 직장 내 괴롭힘을 당해왔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최고운영책임자가 피해자 죽음의 원흉이라는 비판이 강하게 일었다. 이제 관건은 "관련자들에게 어떻게 책임을 묻느냐"다. /네이버⋅셔터스톡⋅편집=조소혜 디자이너
네이버 지도(맵) 개발자가 자신이 살던 아파트 인근에서 지난달 25일 숨진 채 발견됐다. 어린 자녀를 둔 가장이었다. 고인은 직장 내 괴롭힘을 당해왔고 업무상 스트레스가 컸다는 유서를 남긴 채 극단적 선택을 했다.
가해자로 지목된 건 같은 개발팀 조직장(상사) A씨였다. 지난달 28일, 네이버 사원노조는 "고인이 생전 과중한 업무 스트레스와 위계에 의한 괴롭힘을 겪은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면서 "이는 명백한 업무상 재해"라고 입장문을 냈다. 사건이 일파만파 확산되자, 결국 네이버는 "이 사건 관련 임직원을 직무 정지시켰다"고 지난 1일 밝혔다.
그런데 피해자 사망 직후 문제의 상사 A씨에 대한 제보가 직장인 익명 게시판 '블라인드'에 쏟아졌다. 그 가운데는 A씨가 이미 사내 갑질로 유명한 인사였다는 증언도 있었다. 직원에게 얼차려를 주거나 폭언과 폭행을 일삼았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그와 함께 최고운영책임자(Chief Operating Officer, COO)가 가해자 A씨를 비호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과거 사내 마찰로 다른 회사로 이직했던 A씨가 네이버로 복직하는 데 잡음이 일자 "(문제가 생기면) 내가 책임지겠다"고 말하며 이를 밀어붙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게 네이버로 돌아온 A씨는 사망한 피해자의 직속 상사가 됐다.
숱한 갑질에도 끝없이 이어진 보호. 이번 사태를 두고 최고운영책임자가 피해자 죽음의 원흉이라는 비판이 강하게 일었다. 이제 관건은 "관련자들에게 어떻게 책임을 묻느냐"다.
우선 떠올릴 수 있는 해결책은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이었다. 우리 근로기준법은 직장 내 괴롭힘 문제가 불거졌을 때, 사용자가 사실조사를 하고 가해자 징계 등 적합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제76조의3).
사용자(회사)가 직장 내 괴롭힘을 주도하거나 방치했다면 동법 제116조에 따라 최대 1000만원까지 과태료를 부과한다는 조항도 있지만, 오는 10월에나 시행되기 때문에 적용이 어렵다.
또한, 근로기준법상 사용자를 처벌할 수 있는 건 직장 내 괴롭힘을 겪은 피해자를 도리어 해고한 경우다.
그렇다면 가해자는 어떤 책임도 지지 않는 걸까? 이 사건을 함께 검토한 변호사들은 적어도 민사상 불법행위책임만큼은 짊어지울 수 있을 것이라고 보았다.

언론보도 상 사실관계가 맞다는 점을 전제로 법무법인 인헌의 박창원 변호사는 "진상조사를 통해 직장 내 괴롭힘 사실이 인정된다면, 가해자뿐만 아니라 최고운영책임자에게도 공동 불법행위책임을 물어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고 봤다.
박 변호사는 "이 사건 최고운영책임자는 기업 내 각종 사무에 대한 관리·감독 권한이 있었다"며 "직장 내에서 가해자의 괴롭힘 행위에 대한 지적이 이전부터 있었고, 이를 알면서도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상급자로서 불법행위를 방조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더불어 이러한 최고운영책임자의 태도가 네이버에도 부담으로 작용할 거란 분석도 내놨다. 박 변호사는 "고위직 임원이 자신이 관리·감독했어야 하는 조직장 행위를 방조한 상황"이라며 "이런 경우 사용자인 네이버 역시 손해배상 책임을 면책받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직계 유족은 고인으로부터 상속받는 손해배상청구권 외에, 자신의 직접적인 정신적 피해에 대한 위자료를 네이버와 가해자 모두에게 청구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법률사무소 해내의 한용현 변호사는 "현재는 피해사실을 조사하는 과정인 만큼 가해자에게 어떤 혐의가 인정될지는 지켜봐야 한다"면서도 "부하 직원에게 폭언이나 강요 행위를 했다가 법정에 선 경우가 분명히 있다"고 짚었다.

한 변호사는 "지난 2015년 대전에서는 직장 상사가 후배에게 술자리를 만들지 않으면 인사상 불이익을 주겠다고 괴롭힌 사건이 있었다"며 "후배에게 반복적으로 사유서를 제출하게 했다가 강요미수죄로 처벌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당시 문제의 상사에게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 벌금 400만원이 선고됐다.
이 밖에도 지난해 부산에서는 상습 폭언과 협박을 일삼던 직장 상사에게 상해죄 등이 인정된 사례도 있었다. 재판부는 "직장 상사가 과도한 책임감과 의욕으로 인해 범행을 한 측면이 있다"면서도 그의 혐의를 인정했다. 직장 후배를 윽박지른 대가는 벌금 1000만원이었다.
직장 내 괴롭힘 유형으로 주로 등장하는 건 폭언이나 폭행, 강요, 협박, 성범죄 등이다. 가해자들은 "일을 잘하자는 취지였다"거나 "사내 기강을 잡기 위해서 한 행동"이라고 변명하지만 모두 엄연한 형사 처벌 대상이다.
한 변호사는 "직접 가해를 하지 않았더라도 최고운영책임자 역시 함께 처벌될 수 있다"면서 "가해자에게 폭행·모욕·강요 등 혐의가 인정되고, 직장 내에서 이를 방지해야 할 최고운영책임자가 오히려 사태를 묵인하거나 가담했다면 공동정범이나 방조범으로 처벌될 수 있다"고 꼬집었다.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393, 정신건강 상담전화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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