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0원짜리 애호박 하나도 '무료배송'… 대형 온라인몰 잡는 전통시장의 파격 실험
800원짜리 애호박 하나도 '무료배송'… 대형 온라인몰 잡는 전통시장의 파격 실험
울산 학성새벽시장, 전국 최초 전통시장 새벽배송 도입

울산 중구 학성새벽시장이 최소 주문 금액과 배송비 없이 전통시장 새벽배송 시범 사업을 시작했다. 사진은 본문과 무관한 전통시장 모습. /연합뉴스
밤 11시에 애호박 1개를 800원에 주문하면, 다음 날 아침 7시 문 앞으로 배송비 없이 도착한다. 거대 자본을 앞세운 대형 온라인 쇼핑몰의 이야기가 아니다. 전국 최초로 '새벽배송'에 뛰어든 울산 중구 학성새벽시장의 파격적인 시범 사업이다.
"배송비·최소 주문 금액 제로" 진입 장벽 허문 파격 실험
31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한 유승민 작가는 전통시장의 파격적인 생존 전략을 소개했다.
유 작가는 "최소 주문 금액도, 배송비도 없고 100% 환불까지 가능하다"며 소비자의 진입 장벽을 완전히 허물었다고 설명했다.
가격 경쟁력도 압도적이다. 50년 역사의 농산물 도매시장이라는 특성을 살려 중간 유통 단계를 없앴기 때문이다.
양재학 학성시장 육성사업단장은 방송 인터뷰를 통해 "양파, 감자 등은 대형 온라인 유통 채널보다 확실하게 저렴하다는 인식을 심어주려 한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새벽 2시 출근해 직접 뜁니다" 노인 일자리 창출까지 일석이조
배보다 배꼽이 커 보이는 이 무료 배송 시스템은 상인들의 기존 생활 패턴과 지역 노인 일자리를 영리하게 결합해 완성됐다.
상인들이 도매를 위해 새벽 2~3시에 출근해 상품을 꼼꼼히 검수하고 포장하면, 배송 매니저가 700m 떨어진 대단지 아파트로 물건을 옮긴다.
이후 거점에 대기하던 시니어 배송원들이 도보로 각 세대의 문 앞까지 물건을 배달한다.
기존 물류 시스템의 틈새를 활용하고, 정부 일자리 사업과 연계해 배송 단가를 낮추는 동시에 지역 일자리까지 창출한 것이다.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던 상인들도 입소문을 타며 보름 만에 300가구 이상이 이용하자 기대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양 단장은 "상인들이 다 같이 잠을 줄여가며 흠집 하나라도 나올까 꼼꼼히 검수하고 직접 뛰어가며 노력하고 있다"며 절박한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중소벤처기업부 등의 지원을 받아 노마진 특가로 시작한 이번 시범 사업이 지속 가능한 유통망으로 안착할 수 있을지 유통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