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간 부부, 6촌 혈족이었다... '법적으로만 친척' 현실에 근친혼 무효 딜레마
3년간 부부, 6촌 혈족이었다... '법적으로만 친척' 현실에 근친혼 무효 딜레마
‘법보다 사랑’ 외친 6촌 남편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한 여성(사연자)은 직장 런닝 동호회에서 만난 남성과 1년간의 연애 끝에 소박한 스몰웨딩으로 부부가 됐다.
음식 취향, 눈물이 많은 점, 추위를 타는 습관까지 놀라울 정도로 잘 맞았던 두 사람.
주변에서도 "웃는 얼굴이 닮았다"고 말해 그저 신기하게만 여겼다.
이 사연은 3일 방송된 YTN 라디오 <조인섭 변호사의 상담소>를 통해 알려졌다.
그러나 결혼 3년이 지난 뒤, 사연자가 4촌 오빠에게 결혼 소식을 전하면서 믿기 힘든 상황이 벌어졌다. 남편의 본가 성씨와 고향 이야기가 나오면서 족보를 확인한 결과, 두 사람은 정확히 6촌 관계였던 것이다.
“법적으로만 친척” vs “법적으로 안 되는 일”… 극과 극 입장 대립
이 충격적인 사실을 알게 된 사연자는 며칠 밤을 고민한 끝에 남편에게 털어놓았다.
남편 역시 처음엔 당황했으나, 이내 '법적으로만 친척일 뿐이지, 우리가 가족처럼 자란 것도 아니잖아. 나는 이 결혼, 절대 포기 못 해"라며 '법보다 사랑이 중요'하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반면, 사연자의 부모님은 "법적으로도 안 되는 일이고, 남들이 보기에도 이상한 관계"라며 혼인을 되돌리라고 강하게 말씀하셨다.
이미 3년이나 부부로 살아온 사연자는 이 관계를 어떻게 정리해야 할지 막막한 상황에 놓였다.
8촌 이내 혼인 무효 조항 '효력 상실'… 법적 공백 속 해법은?
우리나라 민법 제809조 제1항은 원칙적으로 8촌 이내의 혈족 사이에서는 혼인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6촌 관계인 이 부부의 혼인은 이 조항에 위반된다.
과거에는 민법 제815조 제2호에 따라 8촌 이내 혈족 간의 혼인을 무효로 보았으나, 헌법재판소가 2022년 10월, 이 조항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리면서 법적 상황은 매우 복잡해졌다.
헌재는 8촌 이내 근친혼일지라도 이미 부부간의 권리와 의무가 이행되고 자녀 출산 등 가족 신뢰가 발생한 경우, 일률적으로 소급하여 혼인 효력을 상실시키는 것은 입법목적에 반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헌재는 국회에 2024년 12월 31일까지 법을 개정하라고 시한을 정했으나, 2025년 11월 현재까지 개정이 이루어지지 않아 혼인 무효 조항의 효력이 상실된 상태다.
즉, 현재 시점에서는 6촌 간의 혼인을 무효로 봐야 할지 법원의 판단 기준이 불확실한 입법 공백 상태인 것이다.
'혼인 무효 확인의 소' 제기 가능… 그러나 법원 판단 보류 가능성 커
이처럼 복잡한 상황 속에서, 사연자가 혼인 관계를 법적으로 정리하고자 한다면 가정법원에 '혼인무효 확인의 소'를 제기할 수 있다.
가사소송법상 당사자 본인뿐 아니라 4촌 이내의 친족(사연자의 부모님)도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자격이 있다.
6촌 관계임은 가족관계증명서와 족보를 통해 입증할 수 있다.
하지만 현재 민법 개정이 미뤄진 상태이므로, 법원은 소송을 제기하더라도 입법이 이루어질 때까지 재판을 보류하거나 개정될 신법을 적용해 판단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소송이 장기화되거나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할 불확실성이 존재하는 상황이다.
무효 결정 나더라도 '흔적'은 남는다: 복잡한 가족관계등록부 정정
만약 법원에서 혼인무효 판결을 받게 된다면, 혼인 기록이 완전히 사라질까?
결론부터 말하면 그렇지 않다. '혼인무효'는 처음부터 혼인이 성립되지 않았다는 뜻이지만, 무효 사유가 범죄행위로 인한 경우가 아니라면 가족관계등록부의 재작성은 허용되지 않는다.
혼인관계증명서에는 혼인신고 기재 부분에 선을 긋고 정정 사유가 표시된 상태로 발급된다.
미혼이었던 사람과는 달리 혼인 기록의 '흔적'이 남는 것이다.
헌법재판소 역시 범죄 사유를 제외하고는 이러한 기록 보존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바 있다.
전문가들은 이미 3년간 부부로 살아온 만큼, 혼인 무효가 가족 내 신뢰와 협력 관계를 일시에 해체하는 것이 적절한지에 대한 신중한 고려가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현 시점에서는 국회의 민법 개정 동향을 주시하며 법적 대응 방안을 결정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해법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