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관계 영상 유포했는데 '원본' 아니라 무혐의" 진짜 무혐의 이유는 범행 '시점'
"성관계 영상 유포했는데 '원본' 아니라 무혐의" 진짜 무혐의 이유는 범행 '시점'
27일 보도 기사 "성관계 영상 퍼뜨려도 무혐의, 이유는 원본 아니기 때문"
당사자 동의 없이 영상 유포했는데, 원본 여부 중요할까⋯검찰이 잘못했다는 비난도
검찰 관계자에 무혐의 처분 배경 확인해보니⋯범행 시점에 문제였다

무단으로 성관계 영상을 유포한 남성이 아무 처벌도 받지 않았다는 뉴스가 보도되면서 많은 사람들이 분통을 터뜨렸다. 처벌을 피한 이유 때문이었다. /셔터스톡⋅편집=조소혜 디자이너
27일 아침 댓바람부터 분통 터지는 기사가 나왔다. 무단으로 성관계 영상을 유포한 남성이 아무 처벌도 받지 않았다는 뉴스였다.
이유는 황당했다. 이 남성이 성관계 영상을 퍼뜨린 건 맞지만, '원본 영상을 재생한 뒤 그걸 다시 촬영한 영상'을 유포했다는 이유로 처벌을 피했다고 했다. 이에 피해자가 항의했지만 검찰은 두 번이나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원본이든, 재촬영물이든 피해자가 느낄 고통은 똑같은데 "재촬영물은 원본이 아니다"는 형식적인 판단으로 검찰이 피해자의 목소리를 묵살했다는 비난 여론이 들끓었다. "지금 내가 2021년도를 살고 있는 게 맞는 건지"를 되묻는 사람들에서부터 과격한 어조로 법원이나 검찰을 욕하는 비난 여론도 많았다.
하지만 로톡뉴스 취재 결과, 최초 보도엔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이 빠져있었다. '범죄가 벌어진 시점'이었다.
사실 확인을 위해 이번 사건을 처리한 서울중앙지검에 문의했다. 현행법상 재촬영물도 분명히 처벌이 가능한데 두 번이나 무혐의 처분이 나온 게 의아했기 때문이다.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범행 시점이 당연히 법 개정 전이니까 그런(무혐의) 결정이 나온 것"이라며 "최근에 발생한 사건이 아니다"고 말했다. 오래전 벌어진 사건이라 구(舊)법이 적용됐다는 말이었다.
우리 형법은 행위시법주의(行爲時法主義)를 규정하고 있다. 이는 위반 행위 당시의 법령을 적용한다는 원칙이다. 예를 들어 2018년 12월 1일에 범행을 저질렀다면 그때 시행 중인 법률 규정으로만 처벌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이를 이번 사건에 적용해보면 다음과 같다.
① B씨는 원본 영상이 아닌 재촬영물을 유포했다
② 유포한 시점은 2018년 12월 18일 전이다
③ 2018년 12월 18일 전에는 재촬영물 유포를 처벌하는 법률이 존재하지 않았다.
④ 그래서 검찰은 B씨 사건을 무혐의 처분했다.
즉, B씨가 처벌을 피한 건 검찰⋅법원 때문이 아니라 법률 때문이었다.
B씨와 같이 법률의 미비로 처벌을 피한 사람은 한두 명이 아니다. 최근까지도 비일비재하게 일어났던 일이다.
연인의 내밀한 신체 사진을 재촬영해 유포한 C씨도 똑같은 이유로 성폭력처벌법상 처벌 대상이 아니라는 법원의 판단을 받았다. 지난 2019년 1월, 이 재판을 맡은 서울중앙지법 재판부는 "(피고인의 재촬영은) 피해자의 신체 그 자체를 직접 촬영한 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캡처 사진이나 재촬영물은 구(舊) 성폭력처벌법 제14조 제1, 2항에서 규정하고 있는 촬영물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같은 해 서울동부지법에서도 틀에 찍은 듯 똑같은 재판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서울동부지법 2019고단728).

하지만 지난 2018년 12월 18일부터 개정된 법이 시행되면서, 개정 이후에 벌어진 재촬영물 유포는 처벌 대상이 된다. 개정된 성폭력처벌법 제14조(카메라 등을 이용한 촬영) 제2항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사람의 신체를 촬영한 '촬영물과 복제물'로 처벌 대상의 범위를 넓혔기 때문이다.
개정되기 전 조항에는 '복제물'이라는 용어가 없었다.
이에 따라 앞으로는 원본 여부와 관계없이 촬영 원본을 복사하거나 재촬영해 유포한다면 기소를 면하기 어렵다. 만약 죄가 인정되면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즉, B씨의 범행은 개정 이후에 벌어진 범행이었다면 충분히 처벌받을 수 있는 사안이었다. 단순히 최초 보도처럼 대법원의 "다른 사람의 신체를 촬영한 재촬영물은 처벌하지 못한다"는 판례 때문에 무혐의를 받은 것은 아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