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학대 기사에 '가족 걱정' 댓글, 13개월 만에 '날벼락' 피소
동물학대 기사에 '가족 걱정' 댓글, 13개월 만에 '날벼락' 피소
“생명 위험” 우려 표시에 학대범, 로펌 동원 수백 명 무더기 고소
법조계 “모욕죄 성립 어렵고 고소기간 지났을 수도”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사회적 공분을 일으킨 동물학대 기사에 “가해자 가족의 안전이 걱정된다”는 취지의 댓글을 남긴 시민이 1년여 만에 모욕죄로 피소되는 황당한 일이 벌어졌다. 가해자는 대형 로펌을 통해 수백 명의 댓글 작성자들을 상대로 '기획 고소'에 나선 것으로 파악됐다. 법조계에서는 해당 표현이 모욕죄 구성요건에 해당하는지, 또 13개월이 지난 시점의 고소가 유효한지를 두고 갑론을박이 이는 가운데, 섣부른 합의보다 법리적으로 대응해 '혐의없음'을 받아낼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가족 안전 우려'가 모욕?…법조계 “경멸적 표현 아닌 의견 표명”
사건의 발단은 2024년 11월, 한 시민이 CCTV 영상으로 보도된 동물학대 기사에 남긴 댓글이었다. 그는 “학대범의 가족은 저런 학대범과 함께 사는 것이 무섭지도 않나, 자칫하면 생명이 위험해질 수도 있지 않겠느냐”는 취지의 글을 올렸다. 그러나 13개월이 지난 2025년 12월, 그는 가해자로부터 모욕죄로 고소당했다는 경찰 연락을 받았다.
다수의 변호사들은 이 댓글이 모욕죄로 성립하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모욕죄는 특정인의 사회적 평가를 떨어뜨릴 만한 '경멸적 감정 표현'이어야 하는데, 해당 댓글은 욕설이 아닌 '우려의 표현'이자 '의견 표명'에 가깝다는 것이다. 오지영 변호사는 “학대범의 폭력성이 가족에게 향할 수 있다는 우려를 표현한 것”으로 분석했고, 뉴로이어 법률사무소 김민지 변호사 또한 “해당 댓글은 가해자의 인격을 비하하려는 목적보다는 사건의 부정적 파급 효과에 대한 개인적 감상을 서술한 것에 가까워, 법리상 모욕죄의 구성요건인 '경멸적 감정의 표현'으로 단정하기 어렵다”고 보았다.

특히 동물학대라는 사회적 공분 사건에 대한 비판은 표현의 자유 영역으로 폭넓게 보호받을 수 있다는 의견이 많았다. 한대섭 변호사는 대법원 판례(2008도1433)를 인용하며 “다소 무례한 표현이 있더라도 그 내용이 타당성이 있고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다면 위법성이 조각된다(사라진다)”고 설명했다. 즉, 공익적 비판 행위로 인정될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13개월 지난 고소, 유효한가?…'범인 안 날' 6개월의 함정
이번 사건의 또 다른 핵심 쟁점은 '고소 기간'이다. 모욕죄는 피해자가 직접 고소해야 하는 친고죄로, 형사소송법 제230조에 따라 “범인을 알게 된 날로부터 6개월”이 지나면 고소할 수 없다. 댓글 작성 후 13개월이 지났다는 점에서 고소가 무효라는 주장이 나온다. 안준표 변호사는 “고소인이 언제 귀하를 특정해 범인임을 알았는지가 기준”이라며 그 시점을 고소인이 입증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안심하긴 이르다는 신중론도 만만치 않다. 최성현 변호사는 “'범인을 안 날'은 단순히 댓글을 본 날이 아니라 작성자가 누구인지 특정한 날”이라며 “대형 로펌을 통해 수사 의뢰 후 신원을 확인했다면 그 시점부터 6개월이 기산되므로, 13개월이 지났더라도 고소 자체는 적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즉, 고소인이 법적 절차를 거쳐 최근에야 댓글 작성자의 신원을 파악했다고 주장하면 고소 기간을 다퉈야 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는 것이다.
“섣부른 합의는 금물”…대응 전략은?
전문가들은 대형 로펌을 동원한 '기획 고소'의 경우, 합의금을 목적으로 무차별적인 고소가 이뤄졌을 가능성을 경계했다. 조선규 변호사는 “법리적으로 충분히 다투어 불송치(무혐의) 결정을 받을 가능성이 매우 높은 만큼, 섣불리 합의에 응하기보다는 법적 대응을 통해 무혐의를 주장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구체적인 대응 방안으로는 먼저 고소장 내용을 확인해 고소인이 주장하는 '범인을 알게 된 날'을 파악하는 것이 급선무다. 이후 경찰 조사에서는 해당 댓글이 특정인에 대한 모욕 의도가 아닌, 사회적 범죄에 대한 비판적 의견 표명이었음을 일관되게 진술해야 한다. 변호인 의견서를 통해 '고소 기간 도과'와 '모욕의 고의 없음(위법성 조각)'을 논리적으로 주장하는 것도 '혐의없음' 처분을 이끌어낼 효과적인 전략으로 꼽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