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민 <라이프 오브 파이> 5분 전 기습 취소…법원이 볼 지방 관객의 진짜 손해
박정민 <라이프 오브 파이> 5분 전 기습 취소…법원이 볼 지방 관객의 진짜 손해
공연 시작 5분 전 '기술적 결함' 취소
지방 관객들 "숙박비·교통비 어쩌나" 분통
제작사 미흡한 초기 대응이 화 불렀다

배우 박정민이 출연해 화제가 된 뮤지컬 '라이프 오브 파이' 포스터 모습. /연합뉴스
일명 '피켓팅'이라고 불릴 만큼 치열한 경쟁을 뚫고 거머쥔 티켓이었다. 배우 박정민의 출연으로 화제를 모은 뮤지컬 <라이프 오브 파이>. 하지만 두 달 전 매진된 이 공연의 관객들이 마주한 건 공연 시작 5분 전 붙은 취소 안내문 한 장이었다.
지난 10일 오후 7시 30분 공연을 앞두고 7시 25분경 발생한 기습 취소 사태. 제작사는 티켓 금액의 110%를 환불하겠다고 나섰지만, 관객들의 분노는 식지 않고 있다.
법적으로 이들이 입은 손해는 어디까지 보상받을 수 있을까. 12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다룬 내용을 재구성했다.
"돌아가라" 한마디에 날아간 연차와 기대감
이날 방송에 출연한 유승민 작가에 따르면, 현장은 그야말로 아수라장이었다. 16만 원에 달하는 티켓값은 둘째치고, 이 공연을 보기 위해 누군가는 귀한 연차를 썼고, 누군가는 부산 등 먼 지방에서 KTX를 타고 올라왔다.
하지만 현장 대응은 차가웠다. 유 작가는 "공연은 취소됐는데 왜 취소됐는지 아무도 설명을 해주지 않았고, 그냥 취소됐으니 돌아가라는 말만 들었다"는 현장 관객의 전언을 소개했다.
구체적인 해명이나 진정성 있는 사과 대신 공연장 벽면에 붙은 건 기술적 결함으로 인한 공연 진행 불가, 결제 금액의 110% 환불이라고 적힌 안내문뿐이었다. 안내 방송조차 제대로 듣지 못했다는 관객들의 성토가 이어지며 온라인은 순식간에 공분으로 들끓었다.
위자료 청구? 법원 문턱은 높다
분노한 관객들 사이에서는 "티켓값 환불은 당연하고, 정신적 피해에 대한 위자료까지 받아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하지만 법조계의 시각은 냉정하다.
법무법인 케이앤앨파트너스 김성진 대표는 정신적 위자료를 인정받을 확률을 "상당히 희박하다"고 진단했다.
김 변호사는 "우리나라 법리 자체가 손해배상이 인정되면 그로서 정신적 손해는 배상된 것으로 보는 취지가 있다"며 "제작사가 제시한 110% 환불 중 10% 정도의 위약금이 추상적 손해까지 전부 포함하는 것으로 법원은 보통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즉, 제작사가 선제적으로 제시한 10% 추가 환불이 법적으로 볼 때는 이미 방어막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교통비는 'YES', 숙박비는 '글쎄'
그렇다면 지방에서 올라온 관객들이 지출한 교통비와 숙박비는 어떨까. 여기서 법적 쟁점은 '통상 손해'와 '특별 손해'의 구분이다.
손해배상을 청구할 때는 가해 행위와 손해 사이에 인과관계가 입증되어야 하는데, 우리 민법은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은 통상 손해를 그 한도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김 변호사는 교통비에 대해 "기차를 타고 왔거나 자차 유류비를 지출했을 거라는 점은 충분히 예상이 가능하기 때문에 사실상 배상을 받을 수 있는 범위 내에 있다"고 봤다. 즉, 통상 손해로 인정받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반면 숙박비에 대해서는 "조금 쉽지 않다"는 의견을 내놨다. 공연을 본 뒤 반드시 숙박을 해야 하는지는 개별 사정에 따라 다르기에 예견 가능성이 낮은 특별 손해로 분류될 여지가 크기 때문이다.
화를 키운 건 돈이 아니라 태도
이번 사태가 단순한 환불 소동을 넘어 공분을 산 결정적 이유는 무엇일까. 법률 전문가들은 초기 대응 실패를 지적했다.
김 변호사는 "소비자 사건에서 가장 초기 대응을 잘못하는 경우가 일단 돈 얘기부터 꺼내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법률 분쟁에서 손해배상액이 천문학적으로 커질 때는 돈 얘기부터 하는 게 효과적일 수 있지만, 소비권에서는 우리나라 정서상 진정성 있는 사과와 해명이 먼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결국, 이번 '라이프 오브 파이' 취소 사태는 법적인 배상 범위를 넘어선 감정 문제로 비화했다. 110%라는 수치 뒤에 숨은 제작사의 행정 편의주의가 관객들의 마음에 돈으로도 메울 수 없는 생채기를 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