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그 판사는 왜 성폭행 피해자의 '처벌불원서'를 받아주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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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그 판사는 왜 성폭행 피해자의 '처벌불원서'를 받아주지 않았을까

2020. 05. 06 12:00 작성2020. 05. 07 11:33 수정
최종윤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jy.choi@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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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적장애' 딸을 성폭행한 아버지⋯딸은 "처벌 원하지 않는다"

법원, 이례적으로 판결문에 '처벌불원' 의사 판단

"처벌불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징역 10년 선고

장애를 가진 딸을 상습 성폭행한 아버지. 볼 것도 없이 중형이 내려질 사건이었다. 그런데 딸이 "아버지의 처벌을 원하지는 않는다"는 의사를 적은 서류 하나를 재판부에 제출하면서 법원의 고심이 깊어졌다. /게티이미지코리아

지난 2018년 3월 새벽, 술에 취해 돌아온 아버지 A씨는 딸이 잠들어 있는 방으로 향했다. 그리고 딸을 성폭행했다. 이런 행동은 A씨가 술을 마신 밤이면 반복됐다. 지체 장애를 가진 딸이 강하게 거부했지만 아랑곳하지 않았다.


심지어 딸은 친오빠와 방을 함께 쓰고 있었지만, A씨의 행동은 멈추지 않았다. 1년 동안 한두 달 간격으로 8번이나 범행을 계속했다.


술만 먹으면 계속되는 A씨의 딸을 향한 성폭행은 경찰에 적발될 때까지 1년 동안 지속됐다. 경찰의 수사가 시작되고 A씨는 음독자살을 시도했지만, 목숨을 건졌고 이후 범행 일체를 자백했다.


볼 것도 없이 중형이 내려질 사건이었다. 그런데 딸이 "아버지의 처벌을 원하지는 않는다"는 의사를 적은 서류 하나를 재판부에 제출하면서 법원의 고심이 깊어졌다.


이례적으로 피해자의 '처벌불원' 진정성 언급한 법원

재판을 맡은 대전지방법원 천안지원 제1형사부(재판장 원용일 부장판사)는 피해자인 딸이 제출한 처벌불원서를 별도로 판단했다. 그 고민의 과정을 판결문에 고스란히 남겼다.


원 부장판사는 "감경요소로 고려되는 '처벌불원'이란 피해자가 처벌불원의 법적·사회적 의미를 정확히 인식하면서 이를 받아들여 피고인의 처벌을 원하지 않는 경우를 의미한다"고 전제했다.


그러면서 "정신적 장애가 있는 피해자가 A씨에 대한 처벌불원의 의사표시가 가지는 의미, 내용, 효과를 이해하고 알아차릴 수 있는 능력이 부족해 보인다"고 판단했다.


정신적 장애를 가지고, 전적으로 A씨에게 의지해온 피해자가 법적인 감경요소로서 '처벌불원'의 의사표시를 한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취지다.


법원, '기계적' 감형 대신 징역 10년 엄벌

'지적장애 2급'인 딸에게 아버지는 정서적으로 기댈 수 있는 유일한 존재였다.


실제 피해자 측 변호사도 "피해자가 지적장애로 판단 능력이 미숙해 이 사건에 대한 심각성을 인지할 수 없고, 특히 A씨에게 장기간 정서적으로 의존해온 상황"이라며 "(피해자가) A씨에 대한 처벌 의사를 명확히 밝히기는 어려운 상태"라고 의견을 제시했다.


재판부도 이런 부분을 알고 있었다. 판결문에서 "(피해자는) 아버지가 어머니와 달리 부족한 자신을 떠나지 않았다고 생각하여 아버지에게 정서적으로 의존해왔다"고 적었다.


원용일 부장판사는 이 모든 상황을 종합해 "피해자가 피고인의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진술을 한 것만으로는 특별양형인자 중 감경요소로서의 '처벌불원'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피해자가 밝힌 '처벌불원' 의사표시를 재판부가 받아들이지 않는 경우는 거의 없다. 대부분 재판에서는 피해자의 처벌불원서가 접수되면 재판부가 거의 그대로 양형에 고려한다. 피해자의 진짜 의사를 별도로 심리하는 경우는 드물다.


하지만 이번 재판에서는 재판부가 피해자의 '처벌불원'의 의사표시를 꼼꼼하게 따졌다. 기계적으로 감경요소로 적용하지 않고 피해자가 처한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한 것이다.


결국 재판부는 피해자의 의사표시를 양형의 감경요소인 '처벌불원'으로 인정하지 않았고, 감경 없이 피고인 A씨에게 징역 10년을 선고했다.


2심 법원 역시 "1심이 피해자의 '처벌불원' 의사를 받아들이지 않은 건 틀리지 않았다"며 징역 10년을 유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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