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 충전기 코에 꽂고 암 환자인 척 6억 '꿀꺽'...한국 법원은 어떻게 볼까
아이폰 충전기 코에 꽂고 암 환자인 척 6억 '꿀꺽'...한국 법원은 어떻게 볼까
아일랜드 '허링' 전설 DJ 캐리, 징역 5년 6개월 선고
22명 상대로 8년간 사기극 펼쳐
한국이었다면? 피해액 5억 넘어 특경법 사기 적용

아일랜드 스포츠 전설 D.J. 캐리가 암 투병을 가장해 팬과 지인 22명에게 6억 6천만 원을 받아 챙긴 혐의로 징역 5년 6개월을 선고받았다.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그는 핸드폰 충전 케이블을 코에 꽂았다. 병상에 누워있는 암 환자들이 사용하는 의료용 산소 튜브처럼 보이기 위해서였다. 이 연출이 담긴 사진 한 장으로, 아일랜드의 '스포츠 전설' D.J. 캐리(54)는 지인과 팬 22명에게 40만 유로(약 6억 6,000만 원)를 뜯어냈다.
5일(현지시간) 영국 BBC 등 외신에 따르면, 아일랜드의 전통 스포츠 '허링' 국가대표였던 캐리가 암 투병을 가장해 거액을 받아 챙긴 혐의로 징역 5년 6개월을 선고받았다.
8년간 이어진 '암 투병' 사기극
캐리의 사기극은 2014년부터 시작됐다. 그는 자신이 암(호지킨 림프종)에 걸려 미국 시애틀 병원에 입원해 있다며 가족, 지인, 팬들에게 치료비 명목으로 돈을 요구했다.
피해자들은 대부분 캐리의 오랜 팬이거나 가까운 지인이었다. 아일랜드의 유명 사업가 데니스 오브라이언은 그에게 12만 5,000유로(약 2억 원)와 숙소, 교통편까지 제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모든 것이 거짓이었다. 그는 암 진단을 받은 적도, 해외 치료를 받은 기록도 전혀 없었다.
재판을 맡은 마틴 놀런 판사는 "왜 이런 일을 저질렀는지 이해하기 어렵다"며 "사기범들은 보통 인간의 탐욕을 이용하지만, 캐리는 선의와 연민을 악용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보다 더 비열한 사기는 상상하기 어렵다. 자신을 믿고 진심 어린 도움을 건넨 피해자들의 신뢰를 철저히 배신했다"고 강하게 질타했다.
캐리는 아일랜드 허링 역사상 가장 성공한 선수 중 하나로, 2006년 은퇴할 때까지 5회 우승과 9번의 올스타상을 기록했다. 은퇴 후에도 전설로 불렸지만, 이번 사건으로 그의 명예는 회복 불가능한 타격을 입었다.
한국이었다면 어떤 처벌 받을까
만약 캐리가 한국에서 이런 범행을 저질렀다면 어땠을까.
우선, 사람을 속여 재물을 받아냈으므로 형법 제347조(사기죄)가 성립한다. 이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하지만 캐리의 경우, 피해액이 6억 6,000만 원으로 5억을 훌쩍 넘기 때문에 더 무거운 특별법이 적용된다. 바로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특경법)이다.
특경법 제3조는 사기 범죄로 얻은 이득액이 5억 이상 50억 미만일 경우,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는 법정형의 가장 낮은 선이 징역 3년이라는 뜻으로, 우리 형법상 집행유예 선고가 원천적으로 불가능한 무거운 범죄다.
한국 법원이 형량을 정할 때도 불리한 요소가 가득하다. 법원은 암 투병을 가장하고 충전선을 의료기구로 위장한 수법을 '극히 불량한 범행'으로 볼 것이다.
또한 22명이라는 다수의 피해자, 8년간 이어진 반복적 범행, '국민 영웅'이라는 명성을 악용해 지인들의 신뢰를 배신한 점 모두 형량을 높이는 가중 요소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한국 법원 역시 아일랜드 법원이 선고한 5년 6개월과 비슷하거나 그 이상의 징역형을 선고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