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머리 커서 추파춥스" 상사의 폭언, 모욕죄 처벌 가능할까
"너 머리 커서 추파춥스" 상사의 폭언, 모욕죄 처벌 가능할까
업무 외 연락·외모 비하 메신저
'사내 신고'가 우선, 형사처벌은 '별개' 문제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답장을 안 하면 '씹혔네'라며 압박하고, 아이돌과 비교하며 '머리가 커서 추파춥스'라는 글까지 캡처해 보냅니다."
직장 상사의 지속적인 메신저 괴롭힘에 시달려온 한 직장인이 법률 전문가들에게 자문을 구했다.
전문가 12인이 내놓은 결론은 명확했다. 상사의 행위는 명백한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하지만, 곧바로 형사처벌로 이어지기는 어려운 만큼 사내 신고 절차와 증거 확보가 우선이라는 것이다.
업무 끝나도 울리는 메신저…"지옥이 따로 없었다"
사건의 발단은 상사의 개인 메신저였다. 상사는 업무와 무관한 연락을 지속적으로 보내며 답변을 강요했다.
답장이 늦으면 "대답 안 한다", "씹혔네"라는 말로 압박했고, 연락이 닿지 않는 고객사 상황에 빗대 "누구처럼 연락 일부러 씹는 걸 수도 있다"며 여러 사람 앞에서 공개적으로 비아냥거리기도 했다.
괴롭힘은 외모 비하로까지 번졌다.
상사는 "아이돌은 머리도 작아서 말라도 비율이 좋은 거다, 너네들은 머리가 커서 추파춥스다"라는 내용의 글을 캡처해 개인 메신저로 전송했다.
피해 직원은 반복되는 연락과 인격 모독성 발언에 극심한 모욕감과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며, 이러한 행위가 법적으로 문제가 되는지 변호사들에게 물었다.
전문가들 "직장 내 괴롭힘 성립 여지 충분…처벌은 회사 징계가 원칙"
자문에 참여한 변호사들은 상사의 행위가 근로기준법상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할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디센트 법률사무소 임호균 변호사는 "상사가 업무상 우위에 있는 지위를 이용해 업무와 무관한 개인 메신저 연락을 반복하고, 답변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압박성 표현을 하거나 다른 업무 상황에서 비아냥거린 점은 업무상 적정 범위를 넘은 정신적 고통으로 평가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법무법인 태림 김정현 변호사 역시 직장 내 괴롭힘 신고를 검토해볼 수 있는 사안이라는 데 동의하면서도, 중요한 지점을 짚었다.
그는 "직장 내 괴롭힘이 인정되더라도 상사가 곧바로 형사처벌을 받는 것은 아니다"라며 "직장 내 괴롭힘 제도는 원칙적으로 회사가 조사해 사실이 확인되면 가해자에 대한 징계나 근무 조치 등을 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가해자 개인에 대한 형사처벌보다는 회사를 통한 징계 절차가 우선이라는 의미다.
'추파춥스' 발언, 모욕죄로는 어렵다?…관건은 '공연성'
그렇다면 '추파춥스'와 같은 외모 비하 발언을 형법상 모욕죄로 처벌할 수는 없을까.
변호사들은 모욕죄 성립의 핵심 요건인 '공연성'을 신중히 따져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모욕죄가 성립하려면 불특정 또는 다수가 인식할 수 있는 상태, 즉 '공연히' 이뤄진 행위여야 하기 때문이다.
법무법인 대한중앙 이동규 변호사는 "모욕죄는 제3자가 알 수 있는 상태를 뜻하는 '공연성'이 요건이므로, 상사가 단체 대화방이 아닌 1:1 개인 메신저로만 보냈다면 공연성이 부정돼 형사 고소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다만 상황에 따라 판단이 달라질 여지는 있다.
법무법인 로웰 김훈희 변호사는 "여러 직원이 있는 단체 대화방에서 동일한 발언을 하거나 공개적으로 외모를 비하했다면 모욕죄가 문제 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지금 당장 증거부터 챙기세요"…전문가들이 제시한 대응 순서
법적 판단과 별개로, 자문에 참여한 변호사 12인 전원이 이구동성으로 강조한 것은 '증거 확보'였다.
법률사무소 새율 강민기 변호사는 "지금 당장 해야 할 일은 메신저 대화 내용과 캡처본을 날짜별로 정리해 보전해두는 것"이라며 "삭제되거나 열람이 차단될 수 있으므로 스크린샷과 백업을 철저히 하고, 반복된 행위의 패턴이 드러나도록 정리하면 신고 시 유력한 증거가 된다"고 조언했다.
전문가들의 의견을 종합하면 대응 절차는 다음과 같이 정리된다.
먼저 모든 메신저 대화와 캡처본을 시간 순서대로 정리해 보관하고, 이를 토대로 회사 내 고충처리 부서나 인사팀에 직장 내 괴롭힘으로 정식 신고한다.
이후 회사가 적절한 조사나 보호 조치를 하지 않을 경우 관할 고용노동청에 신고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대응 방안으로 꼽혔다.
